현대엔지니어링이 7월 30일 서울 계동 본사에서 새 가치체계를 선포하고 사업 구조 대전환에 나섰다. 설계·조달·시공 중심의 기존 EPC(설계·조달·시공) 사업 모델에서 탈피해, 공간과 에너지를 통합 제공하는 디벨로퍼 및 자산 운영사로의 피봇을 공식화한 것이다.
올해를 새출발의 원년으로 선포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번 행보는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 미래 수익 기반을 재편하려는 구조적 결단이다.
주우정 대표이사 취임 후 10개월간 6500여 명의 임직원 의견을 수렴해 완성한 가치체계는 단순한 비전 발표를 넘어 회사 전반의 의사결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의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된다.
공간 구축 넘어 에너지 공급까지...밸류체인의 확장
새롭게 정립된 정체성은 공간과 에너지를 잇는 길 위에서 기술로 더 나은 삶을 만든다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핵심은 사업 영역의 고도화다.
기존 건설업이 공장, 데이터센터, 주택 등 물리적 공간을 구축하는 데 머물렀다면, 피봇 이후의 현대엔지니어링은 그 공간을 구동하는 에너지를 생산, 저장, 운영, 활용하는 단계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대표 사례가 지난 5월 착공한 미국 텍사스주 힐스보로 태양광 발전 사업이다. 과거 현대엔지니어링이 건설한 현대자동차그룹 북미 공장이라는 공간에 자체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직접 공급하는 구조다. 단순 시공 수주라는 단발성 매출에서 벗어나, 그룹의 RE100 이행을 지원함과 동시에 장기적인 운영 수익을 확보하는 통합 모델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4대 부문 포트폴리오 재편...시공사에서 운영·기술 기업으로
가치체계 전환에 맞춰 4대 사업 부문의 핵심 역량도 저탄소·친환경·운영 중심으로 피봇한다.
에너지 부문은 단순 EPC 시공에서 벗어나 SMR, 핵융합, 수소, 태양광 등 차세대 에너지 기술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구축과 운영으로 영역을 넓힌다. 원천기술 확보와 사업 개발, 투자를 아우르는 통합 사업자 도약이 목표다.
화공플랜트 부문은 기존 화석연료 플랜트 중심에서 탄소 포집 및 저장, 암모니아 활용 수소 생산, LNG 액화 등 저탄소 플랜트 분야로 체질을 개선한다.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건축 부문은 대규모 산업건축 수행 경험을 활용해 차세대 에너지원과 연계한 AI 데이터센터 및 친환경 첨단 산업건축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다. 건물 자체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고부가가치 자산을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
자산관리 부문은 기존 시설 관리를 넘어 전기차 충전소 운영, 차량과 전력망을 연결하는 V2G 사업, 사용 후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UBESS 사업으로 확장한다. 건물 에너지 컨설팅을 병행해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구독형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
수익 구조의 체질 개선과 그룹 시너지
이번 피봇은 전통적인 EPC 모델이 지닌 원가율 변동성과 경기 수주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기획, 개발, 투자, 시공, 운영 전 과정을 아우름으로써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빌리티, 스마트 팩토리, RE100 달성 목표와 맞춰 그룹 내 핵심 자산에 최적화된 공간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된다.
건설 역량에 차세대 에너지 기술을 이식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번 피봇이 실제 신사업 성과와 기술 확보로 연결되며 정착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