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를 놓고 "달다 못해 시럽 같다"는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온 지 3년이 지났지만, 논란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번지는 모양새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실수령액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아지는 소득 역전 현상이 반복적으로 도마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엔 정부가 자발적으로 퇴사한 35세 미만 청년에게도 생애 한 차례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일하지 않아도 받는 돈"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35세 미만 청년이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뒤 자발적으로 이직해도 생애 1회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직 전 임금의 60%를 기준으로 월 최대 100만원 수준을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3분기 노사 협의를 거쳐 4분기 개정안을 발의해 내년 시행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구직급여는 권고사직이나 계약만료 등 비자발적 이직자에게만 지급되는 것이 원칙이었던 만큼, 자발적 퇴사자에게까지 문이 열리는 것은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 제도가 "일할 유인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이미 현행 실업급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의 80%를 하한선으로 두고 있는데, 이 하한액이 최저임금 근로자의 실수령액과 맞먹거나 오히려 웃도는 소득 역전 현상이 벌어지면서 정부가 최근 하한액 손질에 나선 상태다.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실업급여의 특성까지 감안하면, 일하는 사람보다 쉬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더 많이 손에 쥐는 구조라는 비판이 계속돼왔다.
반복수급 문제도 심각하다. 5년 동안 세 차례 이상 실업급여를 받는 반복수급자는 지난해 11만명을 넘어섰고, 최근 4년 사이 34% 늘었다. 사업주와 짜고 매년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20년 넘게 실업급여를 타간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재취업 노력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이 있다지만, 꼼수 수급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정부 내부 진단이다.
여기에 청년 자진퇴사자 확대까지 더해지면 우려는 배가된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35세 미만 자진퇴사자 가운데 근속 1년 미만이 66.5%, 3년 미만까지 합치면 91.0%에 달한다. 20~24세 자진퇴사자로 좁히면 80.1%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왔다.
이미 이렇게 짧은 근속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퇴사해도 생애 한 번은 급여가 나온다"는 신호가 더해지면, 굳이 버티지 않고 더 일찍 그만두는 선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힘든 일을 참고 배우기보다 적당히 근무하다 퇴사해 급여를 받는 쪽이 합리적 선택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재원 문제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17조483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고용보험기금은 5920억원 적자를 냈다.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을 뺀 실질 적립금은 796억원에 불과하며, 구직급여가 지출되는 실업급여 계정만 놓고 보면 실질적으로 5조9933억원 적자 상태다.
이미 빚으로 버티는 곳간에 신규 지급 항목을 얹는 셈이어서, 도덕적 해이를 막을 정교한 수급 요건 설계 없이는 '시럽급여' 논란이 청년층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정부는 첫 직장 정보 비대칭으로 어쩔 수 없이 퇴사하는 청년들에게 재도전 시간을 주자는 취지라는 입장이고, 지급 요건을 최소 근속기간 등으로 까다롭게 설계하면 남용 우려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이미 반복수급과 소득 역전 논란으로 몸살을 앓아온 실업급여 제도에 또 하나의 예외를 얹는 것인 만큼, 설계 단계에서부터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