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자산형성 돕겠다더니...ISA 개편, 결국 원점으로? 
청년 자산형성 돕겠다더니...ISA 개편, 결국 원점으로? 
  • 김다솜
  • 승인 2026.08.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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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ISA 만기 제한·납입한도 이월 폐지에 투자자 반발 확산
청년형, 연 2000만원 납입 전제…”현실과 거리” 지적
정부 일부 원상복구 검토…국내 투자 유도와 자산형성 사이 딜레마 

정부가 청년 자산 형성과 국내 증시 활성화를 내세워 추진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이 투자자 반발에 부딪히면서 다시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일반 ISA의 계약기간 제한과 미사용 납입한도 이월 폐지 등 논란이 컸던 조항은 되돌릴 가능성이 커졌지만 국내 투자에 혜택을 집중한 ‘생산적 금융 ISA’가 청년들의 실질적인 자산 형성 수단이 될 수 있을지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기존 일반 ISA와 별도로 국내 자산 투자를 우대하는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생산적 금융 ISA는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해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을 비과세하고 청년형 가입자에게는 납입액의 10%를 소득공제해주는 구조다. 연간 납입 한도는 2000만원, 총 납입 한도는 2억원이다. 

기존 일반 ISA와 생산적 금융 ISA의 중복 가입도 허용해 두 계좌를 모두 활용할 경우 연간 최대 4000만원, 총 3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도록 했다. 

겉으로 보면 ISA의 혜택과 한도가 크게 확대된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일반 ISA의 장기 운용 장점을 줄이면서 투자자 반발이 일었다. 

정부안은 일반 ISA의 계약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사용하지 않은 연간 납입한도를 다음 해로 넘길 수 없도록 했다. 기존에는 만기를 장기간 연장하면서 손익통산과 과세이연 혜택을 이어갈 수 있었고 그해 채우지 못한 납입한도도 이후 여윳돈이 생겼을 때 활용할 수 있었다. 

특히 납입한도 이월 폐지는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청년층과 프리랜서 등을 중심으로 반발을 샀다. 매년 2000만원을 빠짐없이 투자할 여력이 없는 가입자에게는 사용하지 못한 한도가 그대로 사라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매년 2000만원 넣을 수 있나”...청년형 ISA의 역설 

청년형 생산적 금융 ISA 역시 ‘청년 자산 형성 지원’이라는 취지와 실제 가입자의 현실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세전 266만원이었다. 평균 근속기간도 2년 11개월로 3년에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적 금융 ISA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매년 2000만원씩 장기간 납입해야 한다. 연간 한도를 모두 채울 경우 월평균 약 167만원을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결국 소득이 높거나 투자 여력이 충분한 청년일수록 혜택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납입금의 10%를 소득공제하는 방식 역시 같은 논란을 낳고 있다. 납입액이 많고 적용 세율이 높은 가입자일수록 실제 절세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으로 투자 여력이 적거나 소득 자체가 낮은 청년은 계좌를 만들어도 혜택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청년층의 자산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만든 정책이 오히려 자산과 소득 여력이 있는 청년에게 더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잇다는 것이다. 

투자 대상을 국내 자산 중심으로 제한한 점도 논란이다. 생산적 금융 ISA에는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상품 등을 중심으로 투자할 수 있지만 S&P500이나 나스닥100 등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근 ISA를 활용해 해외 지수 ETF에 장기 투자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국내 증시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 투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반발로 이어졌다. 

실제로 중개형 ISA에서 해외투자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말 4%에서 2024년 말 31.7%까지 확대됐다. 국내 주식의 매매차익은 일반 계좌에서도 비과세인 반면 해외주식형 ETF는 ISA를 통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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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 커지자 원상복구 수순…남은 건 정책 신뢰 

논란이 확산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ISA 개편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일반 ISA와 생산적 금융 ISA 모두 사용하지 않은 납입한도의 이월을 허용하고, 계약기간도 사실상 무기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개편안에서 투자자 반발을 가장 크게 불러왔던 두 조항이 사실상 원상복구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다만 일부 조항을 되돌리는 것만으로 논란이 모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산적 금융 ISA가 국내 자산 투자에 세제 혜택을 집중하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고, 청년미래적금과 청년형 ISA의 중복 가입을 제한하는 방안 역시 청년의 금융 선택권을 좁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목돈 마련을 위한 적금과 장기 투자·절세를 위한 ISA는 목적이 다른 상품인데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개인별 소득과 자산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설계라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절세계좌의 투자 선택권과 유연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키고 있다. 캐나다의 비과세저축계좌(TFSA)는 사용하지 않은 납입한도를 계속 이월할 수 있고 예금·주식·펀드 등 다양한 자산을 담을 수 있다. 영국의 ISA 역시 투자자의 위험 선호와 재무 목표에 따라 여러 유형의 상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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