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한화생명 등 과제·심층면접 강화해 실제 역량 검증
AI 사용 여부보다 문제 정의·결과 검증·현업 적용 능력 평가
생성형 AI가 취업 준비의 기본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의 채용 방식도 바뀌고 있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지난달 Z세대 취업준비생 10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8%가 취업 준비에 AI 도구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활용 방식으로는 자기소개서 초안 작성이 84%로 가장 많았다.
AI가 일정 수준 이상의 문장과 형식을 손쉽게 만들어내면서 자기소개서의 완성도는 더 이상 확실한 변별 기준이 되기 어려워졌다.
자연어 이해 AI 기업 무하유가 자사 채용 솔루션의 2025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자기소개서에서 강조한 역량과 실제 역량검사 결과가 일치하지 않은 지원자는 52.2%였다. 지원자 2명 중 1명 이상에서 서류상 강점과 실제 검사 결과가 엇갈린 셈이다.
이 같은 변화에 기업들은 서류보다 지원자의 실제 사고 과정과 문제 해결 능력을 직접 확인하는 방향으로 채용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신입 채용부터 기존 자기소개서를 폐지하고, 지원자가 AI를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와 반도체 직무 전문성을 직접 기술하도록 지원서 양식을 바꿨다.
면접도 기존 20~30분에서 반나절 심층면접으로 확대했다. 지원자가 직접 과제를 수행하고 인터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직무 전문성뿐 아니라 AI 응용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화생명 역시 올해 신입 공채에서 장문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약 60개의 짧은 문답으로 구성된 상세지원서를 도입했다. 지원자의 실제 경험과 생각을 여러 질문으로 확인하고, 실무면접에서는 프로젝트와 협업 과제를 통해 사고방식과 실행력을 살핀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에어로케이도 올해부터 자소서 없는 채용을 도입해 현장 대응 역량과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고 있다.
자소서 줄이고 과제 늘렸다…AI 시대 채용의 새 기준
기업들이 AI를 경계해 사용 자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를 실제 업무에 얼마나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들어오고 있다.
KT는 최근 신입 채용에서 네트워크 인프라 운용과 B2B 컨설팅·세일즈, B2C 마케팅·세일즈 등 직무 지원자에게 실제 업무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개발 직군뿐 아니라 고객 접점과 영업·마케팅 직군까지 AI 활용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업이 보는 것은 특정 생성형 AI를 사용해봤는지 여부가 아니다. 주어진 문제를 정의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은 뒤 AI가 제시한 결과를 검증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원자가 AI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를 보기보다 실제 업무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4분기에는 반도체 현장 과제를 AI로 해결하는 해커톤을 열고 우수 참가자에게 서류전형 없이 면접으로 직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취업 준비 현장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국립한밭대학교는 하반기 취업 프로그램에 AI를 활용한 기업·직무 분석과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예상 질문 도출 등을 포함했다. 실제 채용공고를 분석하고 지원 직무와 자신의 경험을 연결해 답변을 만드는 실습도 진행한다.
대구시 역시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AI 기반 직무·기업 분석과 자기소개서 작성, 예상 면접 질문 도출 등을 포함한 취업 캠프를 운영한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구글 제미나이와 연계해 과제와 전공 공부, 자기소개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롬프트를 이용자끼리 공유하는 전용 커뮤니티도 등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