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키우면 행복해질까…취약계층에선 ‘돌볼 여력’이 달랐다
반려동물 키우면 행복해질까…취약계층에선 ‘돌볼 여력’이 달랐다
  • 김다솜
  • 승인 2026.09.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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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보유 자체는 삶의 만족도와 뚜렷한 관계 없어
빈곤 반려가구, 전체 지출 중 반려동물 비용 비중 상대적으로 높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양육을 개인의 선택을 넘어 복지의 영역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노인가구처럼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가구에서는 사료비와 돌봄비, 병원비 등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사회보장차원의 개입과 방향성 검토’ 보고서는 반려동물 양육 여부와 관련 지출이 삶의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실 자체가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이미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일부 취약계층에서는 관련 지출과 삶의 만족도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났다.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보고서가 인용한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가구 기준 반려동물 양육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 2020년 27.7%, 2023년 28.2%로 상승했다.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치료비를 제외한 가구당 월평균 반려동물 양육비는 2021년 14만원에서 2025년 19만4000원으로 증가했다. 치료비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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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있으면 더 행복하다? 결과는 달랐다

연구진이 재정패널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반려동물 양육 여부 자체가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는 전반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

전체 집단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층, 기준중위소득 50% 이하 빈곤층에서 반려동물 보유 여부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일부 집단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방향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연령과 소득수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기준중위소득 50% 이하 빈곤층 가운데 36세 미만 청년층에서는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경우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다 눈에 띄는 차이는 반려동물 보유 여부보다 관련 지출에서 나타났다. 반려동물 양육자만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층과 기준중위소득 50% 이하 빈곤층, 노인 빈곤층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지출이 증가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가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전체 1인 반려동물 양육가구와 비빈곤 1인가구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기준중위소득 50% 이하 빈곤 1인 가구와 65세 이상 노인 빈곤 1인가구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지출 증가가 삶의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미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취약계층에서는 필요한 먹이나 돌봄, 의료서비스에 비용을 지출할 수 있는 여력이 양육자의 삶의 만족도와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취약계층일수록 같은 반려동물 비용도 상대적으로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준중위소득 40%를 적용했을 때 빈곤층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연간 반려동물 관련 지출은 85만4000원으로 전체 지출의 3.27%를 차지했다. 비빈곤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연간 111만1000원을 지출해 금액 자체는 더 컸지만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6%였다.

기준중위소득 50%를 적용해도 비슷했다. 빈곤 반려가구의 반려동물 지출 비중은 전체 지출의 3.00%로, 비빈곤 반려가구의 2.14%보다 높았다. 소득이 적은 가구일수록 반려동물 양육비가 가계에 미치는 상대적 부담이 더 큰 셈이다.

지원의 초점은 ‘보유 장려’보다 비용 부담 완화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반려동물 보유 자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지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실만으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새로운 반려동물 보유를 촉진하기보다는 이미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취약계층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비 부담 완화가 주요 과제로 꼽혔다. 반려동물은 나이가 들수록 질환이 늘고 이에 따른 의료비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반려동물 의료비가 높을 뿐 아니라 병원마다 가격 책정 기준이 달라 소비자가 비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공공동물병원을 확대하고 공익형 표준수가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진료비 기준이 일정 수준 표준화되면 가격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양육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표준수가 도입은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와도 연결된다. 진료행위와 가격에 일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보험사가 의료비를 예측하기 어려워 상품 설계가 보수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이는 다시 반려인의 보험 가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의 경우 반려동물 관련 지출 일부를 소득인정액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제시됐다. 다만 반려동물 보유 자체와 삶의 만족도 사이의 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수급자 선정 기준에 직접 반영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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