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이 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무 부담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근 5년(2021~2025년)간 HUG에 현금과 현물을 합쳐 6조4000억원 안팎을 쏟아부었다. 전세사기라는 사회적 재난의 뒷수습을 사실상 정부 재정이 떠받치고 있는 구조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세보증 사고에 따른 미회수 채권 잔액은 6조817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증사고 규모 자체가 만만치 않다. 규모 자체는 여전히 작지 않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HUG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발생한 보증사고만 5만941건, 사고액 합계는 11조원을 넘어선다. 지난해 한 해만 보증사고 2만941건, 피해액 4조4896억원으로 역대 최다치를 찍었다.
지역별로는 경기(3조6628억원), 서울(3조3854억원), 인천(2조6824억원) 순으로 수도권 쏠림이 뚜렷하다.
대위변제 이후 돈을 돌려받는 비율, 즉 회수율은 더 심각하다. 2017년 100%에 달했던 회수율은 2023년 15%로 떨어졌고 지난해 8월 기준으로는 8%까지 주저앉았다.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돈을 내주고도 그 돈을 다시 받아내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담보인정비율 낮추자 사고는 줄었지만
HUG는 2023년 5월 전세금반환보증 담보인정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췄다. 효과는 뚜렷했다. 실제로 담보인정비율을 낮춘 효과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HUG 측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제도 변경 직전인 2023년 5월 4조3347억원까지 불어났던 전세보증 사고액이 지난해 8월 말에는 9379억원으로 내려갔다. 2년여 만에 5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재무지표도 개선세를 보인다. 지난해 HUG는 영업이익 1조5766억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자본총계는 7조4718억원으로 전년 대비 51.2% 늘었고 부채비율은 31.3%에서 21.8%로 낮아졌다.
하지만 정부의 자본 수혈 규모도 해마다 커졌다. 2021년 3900억원이던 출자액은 2023년 3839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4년에는 현금 7000억원에 더해 한국도로공사 주식 4조원어치가 통째로 넘어가며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에도 현금 4000억원과 도로공사 주식 5650억원어치가 다시 HUG 곳간으로 들어갔다.
문제는 이 흑자가 구조적 개선이라기보다 일시적 현상에 가깝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경매 물건 감소로 채권 회수 기회가 줄면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함께 제기된다.
정부는 2024년 관련 법령을 정비해 HUG 보증한도를 자기자본의 90배까지 확대했는데, 이는 2027년 3월까지만 한시 적용되고 이후에는 70배로 다시 줄어들 예정이다. 보증 여력을 늘려주는 제도적 지원 역시 영구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회수 안 되는 구조, 근본 해법은 아직
국회 심의 없이 자본 출자가 반복돼 온 점도 지적 대상이다. 2021년 출자 당시 국회가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한 국회 심의 생략 관행을 지양하라고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이후 출자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시민단체는 현행 90%인 담보인정비율을 아예 주택담보대출 수준인 LTV 60~70%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HUG의 재정 부담은 담보인정비율 인하와 보증기준 강화라는 방어적 조치로 사고 발생 자체는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이미 벌어진 대위변제금을 회수하는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정부 출자로 자본을 메워주는 방식이 반복되는 한, 전세사기의 최종 청구서는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