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가 늘어난 영국과 한국은 사회적 고립 문제를 통계로 포착하는 방식이 다르다. 영국은 성인에게 직접 외로움을 묻고, 한국은 고독사 사망자와 사회적 고립 위험을 중심으로 집계한다.
영국은 2018년 국가 차원의 외로움 전략을 내놓은 뒤 외로움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최근까지 1인가구의 외로움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았고, 고독사 발생 규모를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해 왔다.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의 2025/26년 지역사회·참여조사(Community and Engagement Survey)를 보면 잉글랜드 16세 이상 성인의 7%가 ‘자주 또는 항상’ 외롭다고 답했다. ‘전혀 외롭지 않다’는 응답은 20%였다. 해당 조사는 2025/26년부터 기존 지역사회생활조사를 대체했지만, 외로움 관련 문항은 이어졌다.
영국 16~24세 9%, 65~74세 4%
연령별로 보면 젊은 층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16~24세는 9%로 가장 높았고, 25~34세 8%, 35~49세 7%, 50~64세 6%였다. 65~74세는 4%, 75세 이상은 5%였다. 장애가 있는 성인은 14%로 장애가 없는 성인 3%보다 높았다.
영국의 1인가구 규모는 약 860만 명으로 전체 가구의 29.5%를 차지한다. 혼자 사는 사람 가운데 65세 이상 비중은 49.6%다.
다만 여기서 통계의 범위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외로움 조사는 잉글랜드의 16세 이상 성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1인가구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을 직접 보여주는 통계는 아니다. 즉 ‘혼자 사는 사람’과 ‘외로운 사람’을 같은 집단으로 볼 수는 없다.
한국 1인가구 48.9%…전체 가구보다 10.7%p 높아
한국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1인가구의 외로움을 별도로 확인했다.
국가데이터처가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평소 자주 또는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1인가구는 48.9%였다. 전체 가구의 38.2%보다 10.7%p 높았다.
‘자주’ 외롭다고 답한 비율만 보면 4.7%였다. 영국은 ‘자주 또는 항상’, 한국은 ‘자주 또는 가끔’을 기준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두 수치를 직접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영국은 같은 방식의 외로움 조사를 장기간 이어온 반면 한국의 1인가구 외로움 통계는 이번 조사가 첫 사례라는 차이도 있다.
사회적 관계망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1인가구 가운데 몸이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8.9%, 우울할 때는 73.5%, 돈이 필요할 때는 45.6%였다. 인간관계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51.1%였다.
영국은 2018년부터 ‘외로움’을 정책 대상으로 삼았다
영국은 외로움을 개인의 감정에만 맡겨두지 않고 정부 정책의 대상으로 끌어올렸다.
영국 정부는 2018년 10월 15일 'A connected society: A strategy for tackling loneliness'를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 외로움을 다룬 첫 국가 전략이었다. 같은 해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두기도 했다. 전략에는 여러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60개의 정책 과제가 담겼다.
정부와 파트너 기관의 관련 투자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영국 정부는 2018년 이후 외로움 대응에 8000만 파운드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3년 시작된 ‘Know Your Neighbourhood Fund’에는 최대 3000만 파운드가 투입돼 잉글랜드의 27개 취약 지역에서 자원봉사와 사회적 연결을 지원했다. 해당 사업은 2026년 3월까지 연장됐다.
다만 2018년 전략 이후 정부가 같은 형태의 새로운 종합 국가전략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대상과 주제를 좁힌 사회적 연결 정책으로 대응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은 ‘외로움’보다 먼저 고독사를 집계했다
한국의 정책 통계는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2021년 시행됐다. 고독사는 가족·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이나 병사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말한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이었다. 2023년 3661명보다 263명, 7.2% 증가했다.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사망자는 1.04명에서 1.09명으로, 인구 10만명당 고독사 사망자는 7.2명에서 7.7명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1인가구 비율 증가 등 인구·가구 구조의 변화가 고독사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50·60대 남성이 전체 고독사의 54.0%
고독사는 특히 중장년 남성에게 집중됐다.
2024년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남성은 81.7%, 여성은 15.4%였다. 연령별로는 60대가 32.4%, 50대가 30.5%로 많았다.
60대 남성은 1089명으로 전체 고독사 사망자의 27.8%였고, 50대 남성은 1028명으로 26.2%였다. 두 집단을 합치면 전체의 54.0%다.
지역별로는 경기 894명, 서울 784명, 부산 367명 순이었다.
원룸·오피스텔 고독사 4.0%→19.6%
고독사가 발생한 장소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2024년 고독사 사망자가 발견된 장소는 주택 1920명, 아파트 774명, 원룸·오피스텔 769명 등이었다. 원룸·오피스텔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4.0%에서 2024년 19.6%로 높아졌다.
고시원도 같은 기간 1.9%에서 4.8%로, 여관·모텔은 1.9%에서 4.2%로 비중이 상승했다.
사망자를 처음 발견한 사람도 달라졌다. 임대인이나 경비원이 발견한 경우가 1692명으로 전체의 43.1%를 차지했다. 가족은 1044명으로 26.6%, 이웃은 470명으로 12.0%였다.
임대인·경비원이 발견한 비율은 2020년 28.4%에서 높아졌고, 보건복지 서비스 종사자가 발견한 비율도 같은 기간 1.7%에서 7.7%로 상승했다.
한편, 한국의 대응도 사망 통계에서 위험군을 찾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사회적 고립 실태조사를 통해 사회적 고립 위험군의 규모와 특성, 필요한 서비스를 조사할 계획이다. 고독사 예방 사업 역시 고독사 발생 이후의 대응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 위험군을 찾아내는 방향으로 확대하고 있다.
두 나라의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어느 쪽의 외로움이 더 크다는 비교가 아니다. 영국은 ‘얼마나 외로운가’를 직접 묻는 방식으로 사회적 연결을 측정해 왔고, 한국은 ‘누가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으며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가’를 고독사 통계를 통해 먼저 확인해 왔다.
양국의 가구 통계와 외로움·고독사 통계는 조사 대상과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수치 비교보다는 1인가구 증가에 따라 사회적 연결을 어떻게 측정하고 정책으로 연결하는지를 보는 것이 적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