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DVD 대여에서 시작한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
[브랜드 이거 아니?] DVD 대여에서 시작한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
  • 이지원
  • 승인 2020.03.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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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꼽자면 단연 '넷플릭스'를 떠올릴 것이다. 2020년 1월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외 전체 가입자 수는 1억 67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의 초기 모습은 조금 달랐다.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의 초기 모습은 DVD 대여 사업체였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어떤 방식으로 DVD 대여 사업체에서 OTT 서비스의 대명사가 됐을까? 

넷플릭스는 어떻게 OTT 서비스의 대명사가 됐을까? (사진=넷플릭스 모바일 앱에서 캡처)

넷플릭스는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와 마크 랜돌프(Marc Randolph)의 손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버그'를 잡아내는 소프트웨어 개발사 '퓨어 아트리아'의 소유주였다. 두 창업자는 전자상거래가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추후 사업을 인터넷을 활용해 '무언가'를 팔아 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무언가'를 결정하기 위한 고민이 계속됐지만,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 당시 큰 규모를 자랑했던 '비디오 시장' 역시 두 사람의 고민 후보 중 하나였다. 실제로 넷플릭스라는 이름은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를 합친 것인 만큼, 넷플릭스를 설립할 당시부터 인터넷 영화 유통 서비스를 염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당시 비디오 시장의 규모는 126억 달러 수준이었으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금방 마음을 접었다. 비디오 테이프의 재고 비용이 비쌌을 뿐더러, 부피가 크기 때문에 배송비 또한 비쌌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판매업에 눈독을 들였던 레이스팅스와 랜돌프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당시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었다. 가장 큰 비디오 대여 체인 업체 '블록버스터'는 비디오 대여점 분야에서 압도적인 강자였다. 심지어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2004년에는 미국 전역에 4500개가 넘는 체인점을 거느리기도 했다. 해외 점포까지 포함하면 약 9000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잘 나가던 브랜드 뒤에도 소비자들의 불만은 있었다. 정해진 날짜에 반납하지 않을 경우 지불해야 하는 값비싼 '연체료 제도'는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불만을 쌓았다.

두 사람은 소비자들의 이러한 불만에 주목했다. 운 좋게 비디오 테이프의 부피 및 무게, 가격 고민 역시 해소됐다. 영화사와 가전제품 회사에서 'DVD'라는 새로운 광학저장매체를 테스트 중에 있으며 빠른 시일 내 출시한 계획이라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부피 문제는 해결됐지만 CD와 형태가 같은 만큼 배송 과정 중 야기될 수 있는 파손 문제가 또 다른 난관이었다. 두 사람은 CD를 구매해 서로의 집에 직접 우편을 통해 배송을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봉투 속에는 멀쩡한 CD가 자리잡고 있었다.

넷플릭스가 잘 나가던 우편 배송 서비스를 접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공비결,
실패 두려워 않는 빠른 결단력

사업의 가닥이 잡히니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두 사람은 퓨어 아트리아를 7억 달러에 매각하고, 그 중 250만 달러로 '넷플릭스'를 설립했다. 고객이 넷플릭스 웹사이트에 접속 후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면 넷플릭스가 해당 DVD를 고객에게 우편으로 배달해 주는 식이다. 고객이 DVD를 반납할 경우에는 함께 온 반송 봉투에 DVD를 다시 담고, 우체통에 집어넣기만 하면 됐다. 

기존 대여 방식보다 간편한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불만까지 해결했다. 블록버스터의 연체료 제도에 대항하고 소비자들 끌어모으고자 월 정액제 서비스를 실시한 것이다. 1991년부터 선보인 회원제 상품 '홈렌탈라이브러리'는 매달 일정 금액만 내면 연체료 없이 DVD를 무제한으로 대여할 수 있었다. 2000년에는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DVD를 추천해 주는 '시네매치' 서비스도 실시했다. 소비자에게 감상한 영화를 별점으로 평가해 달라고 부탁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추천 마케팅을 선보였다. 

이후 DVD 플레이어 판매가 급증하고 DVD 보급 역시 늘어나며 2003년에는 첫 흑자를, 2004년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190만 명을 돌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익과 손식을 오가며 수익은 정체 상태였다. 

이때 '유튜브'가 두 사람의 눈에 띄었다. 우편으로 DVD를 보내던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그 후 넷플릭스는 기존 사업 외 스트리밍 서비스도 함께 준비했다.

그 후 2011년에는 주가와 수익 모두 치솟으며 넷플릭스는 그야말로 승승장구 했다. 당시에는 여전히 우편 배송 서비스가 앞섰으나, 그럼에도 그들은 우편으로 DVD를 배송하는 사업 모델을 접고 지금의 넷플릭스를 선보였다. 기존 기업의 매각부터 잘 나가던 사업모델을 포기하며 남다른 결단력을 선보였다. 

소비자를 생각했던 넷플릭스의 서비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공비결, 
고객만을 위한 서비스가 해답

신생기업이었던 넷플릭스가 시장을 군림하고 있던 블록버스터를 이기기 위해서는 막강한 한 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그 한 수를 고객과의 관계로 잡았다. 

매달 일정 금액만 내면 DVD를 마음껏 볼 수 있는 홈렌탈라이브러리부터 시네매치 외에도 결제를 마치면 곧바로 다음 영화를 자동으로 보내 주는 '연속배송' 서비스와 보고 싶은 영화를 검색해 목록에 저장하는 희망 영화 목록 서비스 '큐'까지, 소비자들을 생각하는 서비스에 매출을 300%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인 후에도 고객 맞춤 서비스는 계속됐다. 심지어 소비자 개개인을 상대로 하는 일대일 맞춤 서비스도 제공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고객마다 그 첫 화면이 다르다. 고객이 선호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추천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06년에는 기존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시스템 시네매치 알고리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애썼다. 시네매치 추천 정확도를 10
% 이상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자 대화를 개최하고, 상금 100만 달러를 걸었다.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1억 건에 달하는 자사의 영화 평점 데이터 공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3년 동안 전 세계 186개국에서 4만 팀 이상이 지원했으며, 영화 추천 개선도는 크게 개선됐다.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를 외치는 넷플릭스답게 'N스크린' 전략을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스마트폰에서 보던 영화를 노트북에서, 또 태블릿PC에서 이어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선보인 것이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을 묻자 설립자인 헤이스팅스는 "소비자들은 선택을 좋아한다. 그들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아무 때나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보기를 원한다. 넷플릭스는 소비자에게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답했다. 그들이 소비자들을 얼마나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빠른 결단력과 소비자를 생각하는 서비스로 인해 넷플릭스는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중 단연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최근에는 자사만의 콘텐츠를 대거 선보이며 콘텐츠 경쟁력까지 제고하고 있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생각하는 그들이 다음에는 어떤 서비스를 선보일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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