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이 지구를 망친다? 환경보호 위해 뭉친 케이팝 팬들 
케이팝이 지구를 망친다? 환경보호 위해 뭉친 케이팝 팬들 
  • 김다솜
  • 승인 2022.08.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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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나라와 업계를 불문하고 ESG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ESG경영이란 기업의 재무적 요소 이상으로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중시하는 경영이념이다.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책임, 건전한 지배구조를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ESG는 기업의 선택사항으로 여겨졌으나 친환경, 공정의 가치가 중요해진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경영의 필수요건이 됐다. 우리 정부는 2025년까지 기업에 ESG 의무 공시를 요구했으며, 유럽연합(EU)는 지난 3월 지속가능 금융공시규제(SFDR)을 시행해 그린워싱 규제에 나서는 등 ESG 관련 법과 규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성향도 달라지는 추세다. 품질과 가격 등으로 제품을 판단했던 과거와 달리 해당 제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나 친환경 행보 등을 제품 선택의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것이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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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그렇게 중요하다는데 케이팝은 어때? 

그러나 여전히 이 같은 흐름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는 것으로 지적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케이팝(K-POP) 시장이다. 케이팝이 환경오염을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을 중심으로 음원 시장이 변화한지 이미 오래이지만 시장은 여전히 실물 앨범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앨범 판매량 상위 10장은 모두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작년 한해 동안 팔린 실물 앨범은 5708만9160장에 이른다. 우리나라 인구수(2021년 기준 5174만명)보다 많은 양의 앨범이 팔려나간 셈이다. 

이렇게 많은 양의 실물앨범이 팔릴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는 ‘팬심’을 적극 활용한 엔터사의 마케팅 방식이 꼽힌다. 인기 그룹의 앨범은 여러 버전으로 나뉘어 판매된다. A버전과 B버전 등으로 나뉘어 서로 다르게 디자인된 앨범은 그 안에서 그룹 멤버별로 표지가 각각 나뉜다. 사은품으로 딱 한 장 증정되는 포토카드의 종류는 수십 종에 이른다. 좋아하는 멤버와 마음에 드는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의 ‘뽑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팬싸인회, 영상통화 이벤트 등 좋아하는 아이돌과 1:1 만남을 가질 수 있는 행사 역시 앨범 구매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다. 엔터나사 음반 판매사 등의 공지글에는 ‘무작위 추첨’이라고 명시돼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앨범 구매량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는 게 팬들의 이야기다. 

앨범 발매 후 일주일 간의 앨범 판매량을 집계한 ‘초동 판매량’은 아이돌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내 가수를 최고로 만들어주고 싶은 팬들로써는 과도한 앨범 구매를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구매한 수십, 수백 장의 앨범은 대부분 포토카드만 뺀 상태로 버려진다. ‘예쁘게’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된 실물앨범이 분리수거가 잘 될 리도 만무한 일이다. 

 

케이팝포플래닛 홈페이지 캡쳐화면 ⓒ케이팝포플래닛
케이팝포플래닛 홈페이지 캡쳐화면 ⓒ케이팝포플래닛

■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이 같은 케이팝 시장 구조에 반기를 든 단체가 있다. 바로 ‘케이팝포플래닛(K-POP for Planet)’이다.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는 슬로건 하에 모인 케이팝팬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단체로 2021년 출범 이후 엔터사를 비롯해 케이팝 관련 기업들에 책임감 있는 기후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케이팝포플래닛이 전개한 캠페인은 4개에 이른다. 지난 4월에는 BTS 소속사인 하이브의 서울 용산구 사옥 앞에서 실물 앨범 문화 개선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케이팝포플래닛 홈페이지에서는 ▲앨범 구매시 친환경 선택지 제공 ▲앨범·굿즈의 플라스틱 패키징 최소화 및 디지털 플랫폼 앨범 발매 ▲탄소배출 적은 공연 ▲환경 메시지 담은 음악 제작 ▲아티스트의 기후위기 관련 행동 등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국내 엔터사들도 이 같은 목소리를 반영한 움직임을 서서히 보이고 있다. 그룹 SF9은 지난달 발매한 ‘더 웨이브 오브나인’(The wave of 9) 앨범 인쇄물의 80% 이상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다. 그룹 NCT는 지난 5월 발매한 정규 2집 리패키지 음반 ‘비트박스’(Beatbox) 앨범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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