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한도 20년째 ‘최대 5천’..올해는 확대될까? 
예금보호한도 20년째 ‘최대 5천’..올해는 확대될까? 
  • 김다솜
  • 승인 2023.03.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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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를 계기로 국내 예금보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에도 예금보호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있어왔지만, 최근 정치권의 적극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계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어 예금보호한도 상향이 현실화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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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금보호한도? 

지난 1995년 예금자보호법 제정에 따라 이듬해 예금보호공사(예보)가 설립됐다. 예보는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의 지급을 보장함으로써 예금을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때 예보가 지급을 보장하는 금액을 ‘예금보호한도’라고 한다. 이 금액은 당초 2000만원으로 출발했으나 외환위기가 발발한 이후 200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예금 전액을 보장하도록 했다. 2001년 들어 부분보호제도로 복귀하면서 1인당 금융사별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예금보호한도는 5000만원으로 고정돼 있다. 즉 한 금융사에 예치한 원금과 이자를 더한 금액이 5000만원 이하여야만, 해당 금융사가 파산하더라도 전액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고금리 특판 상품이 쏟아지던 시기, 금리 노마드족 사이에서는 저축은행 1곳당 4700만원씩 나눠 넣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기도 했다. 1년 만기 예금 이자가 연 6%인 경우우 원금을 4700만원 넣으면 이자를 합한 세후 수령액은 4938만5720원으로 전액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1인당 GDP 2배 증가할 동안 예금보호한도는 제자리 

국내 예금보호한도 5000만원은 2001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를 고려해 산정된 결과다. 국내 1인당 GDP는 2001년 1만5736달러에서 지난해 3만5003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1인당 GDP가 2배 오를 동안 예금보호한도는 그대로여서 상향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SVB 파산 여파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예금보호한도 상향론은 힘을 얻고 있다.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가능성을 낮춰 금융소비자의 자산을 보호하고 금융사의 파산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뱅크런이란 경제상황 악화로 인해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조성되면 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 상태를 우려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를 가리킨다. SVB 역시 대규모 뱅크런으로 인해 단 며칠 만에 파산을 맞이했다. 

국내 예금보호한도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1인당 예금보호한도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25만 달러(약 3억2700만원), 영국 8만5000파운드(약 1억3500만원), 일본 1000만엔(약 1억원) 등 모두 한국보다 2배 이상 높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1인당 GDP 대비 예금보호한도 비율은 1.34배다. 이는 미국 3.95배, 영국 2.7배, 일본 2.2배 등과 비교하면 대체로 절반 이하 수준이다.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없는 예금은 꾸준히 늘고 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은행의 부보예금은 작년 6월 기준 총 1754조4000억원으로, 이중 5000만원을 순초과한 예금은 1152조7000만원(65.7%)에 달했다. 저축은행의 순초과 예금 역시 16조5000억원(16.4%)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 “상향하자” 움직이는 정치권..금융계는 “글쎄” 

정치권은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야 모두 찬성하는 분위기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우리나라 예금자보호한도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밝힌 바 있으며,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역시 “미국처럼 전체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는 예금자 보호 정책을 곧 입법 발의해서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이미 다양하게 발의된 상태다. 지난 1년간 심사·접수된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7개로, 이중 3개는 이달 발의된 것이다. 법안별로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예금보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내용은 동일하다. 

그러나 금융계는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예금보호한도가 상향되면 금융사가 매년 예보에 내는 예금보험료가 인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6개 금융업권이 낸 예금보험료는 2조2089억원으로, 이중 57%(1조2645억원)을 은행권이 부담했다. 만약 예금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오를 경우 보험료 증가액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예금보험료는 모든 예금자가 부담하지만, 혜택은 일부 고액 자산가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 부보예금 중 5000만원 이하 예금자 비율은 전체 98.1%다. 금융사가 파산하더라도 10명 중 9명 이상은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예보는 지난해 3월, 예금자보호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전문가와 금융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8월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이면 예금보호한도 상향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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