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폐페트병, 어떤 모습으로 부활했을까? 
내가 버린 폐페트병, 어떤 모습으로 부활했을까? 
  • 김다솜
  • 승인 2023.08.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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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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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를 사 마시거나 음식 배달이 잦은 1인가구에게 가장 고된 집안일 중 하나는 분리수거다. 깨끗이 씻고 포장지까지 뜯어낸 페트병을 찌그러트려 분리수거장에 내놓기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직접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시대를 맞아 재활용 기술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힘들게 버린 폐페트병은 훌륭한 재활용 원료로 탄생되고 있다. 내가 버린 폐페트병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지 알게 된다면 분리수거를 하는 일이 마냥 고되게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폐페트병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곳은 의류 분야다. 폐페트병은 여러 과정을 통해 원사로 재탄생된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2008년 폐페트 플라스틱으로 만든 섬유 ‘리젠’을 개발해 이를 활용한 각종 친환경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효성티앤씨에 따르면 운동화에는 500ml 페트병 11개, 가방은 16개, 셔츠는 27개의 페트병이 이용된다. 의류브랜드 ‘플리츠마마’는 효성티앤씨의 리젠 섬유를 활용한 니트 플리츠백을 선보이고 있다. 제작 과정에서도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모든 가방 제작에 니트 공법을 활용한다. 덕분에 재단 후 버려지는 원단은 약 1g 수준이다. 

플리츠마마는 오는 9월 7일까지 서울 무인양품 강남점에서 팝업스토어 ‘좋은 의식이 있는 방’을 운영 중이다. 브랜드 소개 존, 라이프스타일 존, 디스플레이 존 등으로 구역을 나눠 폐자원이 재탄생하는 과정부터 플리츠마마의 스테디셀러 제품까지 확인할 수 있다. 

친환경 사회적기업 우시산은 얼마 전 친환경 섬유 이불 ‘꿈꾸래-바다생물Ⅱ’을 출시했다. 이불 충진재는 페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단섬유(솜) ‘에코스타(ecostar)’를 활용했다. 이불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발달장애인들의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에코스타는 국내 친환경 섬유소재 기업 건백이 개발한 것이다. 건백은 올해 초 국내에서 처음으로 씨클로(CiCLOⓇ) 기술을 적용한 ‘에코스타 CiCLO Bio-D Fibers’를 독점 출시했다. 씨클로는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합성섬유가 천연섬유와 비슷한 수준으로 생분해되도록 돕는 기술이다. 

건백은 이 기술을 적용한 폴리에스터를 자체 생산해 국제적 시험·검사기관의 생분해성 검증 테스트를 진행, 단기간에 생분해가 이뤄지는 걸 확인했다. 생분해 과정을 단축하면 매립지 내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줄어들고 해양과 토양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 줄일 수 있다. 

공공 차원에서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폐페트병을 수거해 이를 행사 홍보 현수막으로 재탄생시키고, 그 현수막을 다시 재활용해 우산으로 만드는 자원순환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우산은 또 파라솔이나 횡단보도의 그늘막, 장바구니 등으로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산은 ‘달달익선 공유우산’ 이란 이름으로 제주관광공사와 연동주민센터 등에 비치돼 갑작스럽게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챙기지 못한 지역주민들과 관광객에게 무상대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폐페트 리사이클링이 활발해지면서 재생플라스틱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페테크’가 짠테크족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페트병 수집기계에 페페트병을 넣으면 개당 10원의 현금성 포인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페트병 수집 기계는 지난 2016년 각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되기 시작, 최근에는 삼성디스플레이,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기계 운영사인 산업용 로봇 스타트업 수퍼빈에 따르면 매달 평균 이용자는 약 8만명, 지급 포인트는 약 1억700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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