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코노미] 1인가구 시대, 왜 정기배송은 실패하는가
[솔로이코노미] 1인가구 시대, 왜 정기배송은 실패하는가
  • 정단비
  • 승인 2025.12.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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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도, 생필품도...'구독'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

2024년 기준 804.5만 가구에 달하는 1인가구는 한국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한다. 이들의 소비 패턴은 다인 가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중 29세 이하가 17.8%, 30대가 17.4%로 청년층이 전체 1인가구의 35.2%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29세 이하의 자가보유율은 5.0%에 불과해 이사가 잦고, 좁은 원룸에서는 식재료, 생필품 보관 공간이 부족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5년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 중 27.1%는 주 1회 이상 즉석조리식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칸타 월드패널 조사에서는 1인가구는 주당 2.2회 소비재를 구매하며, 회당 1만4486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생필품을 포함한 전체 소비재 통계로, 1인가구의 잦은 소량 구매 패턴을 보여준다.


유통업계는 왜 구독경제라는 환상에 빠졌나


유통업계가 구독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소비자 편의라고 말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기배송의 진짜 수혜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이다. 수요 예측이 가능해지고, 물류 효율이 높아지며, 고객을 플랫폼에 묶어둘 수 있다. 안정적 매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유인이다.

그러나 최근 주요 플랫폼들이 줄줄이 정기배송에서 손을 떼고 있다. 쿠팡은 2015년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2025년 12월 약 10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다. 생수, 기저귀, 세제, 반려동물용품 등 '반복 구매율이 높은' 상품을 정기배송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11번가는 2023년 6월, 7년간 운영하던 정기배송을 접었다. SSG닷컴은 2025년 8월, 다이소몰은 2025년 12월에 각각 정기배송을 종료했다. 다이소몰은 도입 2년 만의 철수였다.

업계는 "즉시배송 인프라가 발달해서"라고 설명하지만, 본질은 다르다는 시선도 있다.

소비자들이 구독의 '강제성'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로켓배송으로 원하는 시점에 즉시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양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용률이 낮았다는 것은 곧 소비자가 원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업의 편의 vs 소비자의 현실


구독은 '안정적 소비 패턴'을 전제한다. 매달 같은 양을, 같은 시기에 소비한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이 원하는 '이상적 소비자 모델'일 뿐, 1인가구의 현실과는 무관하다.

이번 주 야근이 많으면 배달음식으로 해결하고, 다음 주 출장이 있으면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 미리 받아둔 샐러드는 냉장고에서 상하고, 정기배송된 과일은 먹지 못한 채 버려진다. 그런데도 결제는 계속된다. 이것이 구독의 본질이다.

윤호영 외(2024)의 연구 '식품구독서비스 이용의 지각된 위험'에 따르면 식품 구독서비스 이용에 있어 '양 조절 위험'이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예측 불가능한 일정과 변동성 높은 식사 패턴을 가진 청년층에게 '정해진 양'을 '정해진 날'에 받는 것은 편의가 아니라 강요다.

샐러드 구독 스타트업 프레시코드는 20만 회원을 확보했지만 2023년 재무 악화로 폐업했다. 20만이라는 숫자가 무색하게도 반복 구매 동력은 약해졌다.

새벽배송 서비스 배민찬은 '새벽배송 빅3'로 불렸지만 2018년 2월 수익성 문제로 종료됐다. 수요는 있었지만,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대량 할인' 논리의 부담


구독 서비스는 대부분 '묶음' 구조다. 여러 상품을 패키지로 제공하거나, 일정량 이상을 구매해야 할인이 적용된다. 식품업계는 이를 '합리적 소비'라고 홍보하지만, 1인가구에게 남을 수록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2024년 소비자들이 체감한 식품 물가 상승률은 19%에 달했다. 10개를 사서 3개를 버리는 것이 합리적일 리 없다. 진짜 합리적 소비는 '필요한 만큼만 사서 모두 소비하는 것'이다.

식품업계는 여전히 4인 가족 모델을 기준으로 상품을 설계한다. 소포장 상품은 그램당 단가가 비싸고, 1인가구용 상품은 '프리미엄' 가격을 받는다. 36.1%가 1인가구인 시대에, 이들을 '틈새시장'으로 취급하는 상황이다.


디지털 구독은 하는데, 왜 식품은 안 할까?


청년층은 구독을 거부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멜론, 쿠팡 와우 멤버십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차이는 '예측 가능성'과 '낭비 여부'다.

디지털 구독은 사용량이 예측 가능하다. 매달 영화를 몇 편 보든, 음악을 며칠 듣든 비용은 동일하고 남은 것이 상하거나 버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식품은 다르다. 보관 공간이 필요하고, 조리 과정이 필요하며, 유통기한이 있고, 먹지 못한 것은 폐기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업계가 시장을 읽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량 구매, 선택적 구성, 유연한 배송 주기. 그런데 업계는 여전히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양을, 정해진 구성으로' 제공하는 20세기형 구독 모델을 고집한다.

804만 1인가구 시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읽는 눈이 필요한 때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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