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보이스피싱 주의보, "혼자 사는 당신이 타깃"
1인가구 보이스피싱 주의보, "혼자 사는 당신이 타깃"
  • 오정희
  • 승인 2025.12.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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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서 누구한테 물어볼 사람도 없고..." 고립된 환경 악용

김모(35)씨는 지난달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를 자처하는 전화를 받았다. "당신 명의로 대포통장이 개설됐다"며 "계좌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말에 순간 당황했다. 주변에 바로 상의할 가족이나 동료가 없던 김씨는 결국 2000만원을 송금했고, 나중에야 보이스피싱임을 알았다.

1인가구가 800만을 넘어서며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하는 가운데, 이들을 노린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 대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1인가구의 피해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1인가구를 집중 공략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혼자 사는 환경의 특성상 즉각적으로 상의하거나 조언을 구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을 노린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통화 중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

진화하는 수법, 더 정교해진 타깃팅

최근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전화 사기를 넘어 개인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범죄 조직은 SNS, 배달 앱, 부동산 플랫폼 등에서 수집한 정보로 1인가구를 선별한다.

"혼자 사시죠?", "요즘 월세/전세 구하시나요?"처럼 1인가구의 주거 형태를 언급하며 접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인가구가 자주 이용하는 배달 앱이나 구독 서비스를 사칭한 피싱 문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청년층, 피해의 중심에 서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더 이상 고령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발표한 2025년 1~8월 통계에 따르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52%가 2030세대로 전체 절반을 넘어섰다.

더 충격적인 것은 피해 규모다. 올해 1~8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건당 평균 피해액은 7438만원으로, 전년 동기(4218만원) 대비 76.3% 급증했다. 1억원 이상 고액 피해자 중 청년층 비중도 2024년 하반기 17%에서 2025년 7월 34%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25년 1분기(1~3월)에는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31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배 급증했으며, 건당 평균 피해액도 5301만원으로 전년(2813만원) 대비 1.9배 증가했다.

청년층은 왜 더 취약한가

금융거래에 익숙한 2030세대가 왜 보이스피싱에 더 많이 당할까. 경찰은 범죄조직이 청년층의 특성을 역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먼저 청년층은 비대면 금융환경에 익숙하다. 청년층은 모바일 뱅킹, 간편결제, 온라인 투자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계좌이체", "대출실행" 같은 요구에 덜 의심한다.

또 가상자산 투자 경험이 많다. 범죄조직은 최근 피해자의 자산을 가상자산 형태로 편취하는 수법을 쓰는데, 암호화폐 거래에 익숙한 청년층이 쉽게 속는다.

더불어 2030세대 중 상당수가 혼자 살면서 즉각적으로 상의할 사람이 없어 범죄자들의 심리적 압박 전략에 취약하다는 점도 범죄의 대상이 되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에는 택배 배송 관련 사칭, 중고거래 사기, 대출 빙자형 등 젊은 층이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를 악용한 범죄가 늘고 있다. "쿠팡에서 보낸 문자"라며 악성 링크를 보내거나, "당근마켓 거래 안전결제"를 사칭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정교해진 범죄 수법, '셀프 감금'까지

범죄조직의 수법도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카드 배송이나 등기우편을 빙자해 피해자가 특정 웹사이트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피해자 이름이 적힌 가짜 구속영장이나 인출 명세서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명의도용 사건에 연루됐다"며 신규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뒤,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악성 앱 제어 서버에는 피해자의 통화 내용 녹음, 실시간 위치정보까지 수집하는 기능이 있었다.

악성 앱의 교묘한 점은 금융감독원, 검찰, 경찰 등 실제 기관 전화번호 80여개를 목록화해 피해자가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범죄조직으로 연결되도록 조작한 점이다.

최근에는 피해자를 숙박업소에 '셀프 감금'시키는 수법도 등장했다. "수사가 진행 중이니 외부와 단절하라"며 호텔에 머물게 한 뒤, 그곳에서 대출을 실행하거나 가상자산으로 자금을 이체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1인가구를 위한 자기방어 수칙>

전문가들의 숙지 사항을 정리해봤다.

1. 전화나 문자로 금융정보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정부기관이나 금융회사는 전화로 계좌번호나 비밀번호를 묻지 않는다.

2. 급하게 판단을 요구하거나 "지금 당장 조치하지 않으면 큰일난다"는 식의 압박이 들어오면 즉시 끊고 공식 기관에 직접 연락해 확인해야 한다.

3. 수사기관은 특정 웹사이트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지시하지 않으며, 텔레그램이나 시그널 같은 특정 메신저로만 연락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별도 휴대전화 개통을 지시하는 경우도 절대 없다.

4. 혼자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경찰청 보이스피싱 지킴이(182) 또는 금융감독원 콜센터(1332), 112에 전화해 상담받을 것을 권장한다.

5. 가족이나 친구와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의심스러운 전화나 문자를 받았을 때 바로 공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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