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모바일 게임 '뮤 아크엔젤'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거짓으로 알린 웹젠에 시정명령과 함께 1억5800만원의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사건은 게임업계에서 흔한 단순한 수치 오류로 비쳐졌으나, 공정위 심의 속기록에 담긴 내막은 사뭇 다르다.
속기록을 통해 드러난 웹젠의 의사결정 과정은 김태영 대표 체제가 강조해 온 '시스템 경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부 실무팀이 데이터 불일치를 확인해 보고했음에도, 실제 판매는 "개발사가 맞겠지"라는 막연한 추측을 근거로 강행됐기 때문이다.
"3번의 검증, 3번의 불일치"...알고도 눈감았나
심의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웹젠이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세 번이나 스스로 걷어찼다는 점이다. 웹젠은 출시 전후로 총 3차례의 확률 검증을 실시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개발사(지샹)가 제시한 수치와 일치한 적이 없었다.
속기록에 따르면 웹젠은 2020년 6월 출시 당시 중국 개발사 '지샹'으로부터 최상위 아이템인 '레전드 장신구 세트석 패키지'의 확률 정보를 제공받았다. 캐릭터 레벨 400 이하 유저에게는 0.88%, 레벨 401 이상에게는 0.72%가 적용된다고 고지했다.
하지만 웹젠 자체 품질보증(QA)팀의 검증 결과는 달랐다. 웹젠은 심의에서 "QA팀이 테스트해 보니 0.48%라고 확인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400레벨 이하(0.88%)든 이상(0.72%)든, 웹젠이 직접 확인한 실질 확률(0.48%)은 공지된 수치의 절반 수준이었다.
웹젠은 본인 회사가 도출한 데이터보다 '개발사'의 가이드라인을 우선하며 거짓 확률로 66억원의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웹젠 측은 "개발사가 100만번 테스트를 했다고 주장해 1만번밖에 못한 우리 데이터보다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위원은 "검증할 때마다 결과가 달랐다면 상식적으로 개발사 자료가 신뢰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소스코드 몰라 확인 못 했다"... 66억 팔면서 검증은 '제로'
웹젠은 심의 내내 퍼블리셔(유통사)의 한계를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웹젠 측은 "개발사가 서버 소스코드를 관리하고 우리는 그저 운영만 하는 구조라며, 개발사가 확률을 허위로 줬을 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는 취지의 항변했다.
심지어 "당시에는 검증 툴조차 제공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레벨별로 확률을 다르게 설정(400레벨 이하 0.88%, 401레벨 이상 0.72%)할 만큼 정교한 상품을 팔면서도, 정작 그 알맹이가 진짜인지 확인할 방법 조차 요구하지 않은 채 검증 제로 상태로 장사를 해온 셈이다.
"지금은 툴이 있다"는 자학적 고백과 '심증 경영'
웹진은 2021년 3차 검증 이후 개발사인 지샹이 돌연 확률을 0.29%로 수정해 통보해오자 "그때서야 개발사 말이 의심스러웠다"는 말을 남겼다. 1년 동안 엉터리 확률로 유저들을 속여온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웹젠 측은 "심적인 생각 자체는 개발사가 정확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는 다소 황당한 답을 하기도 했다.
데이터에 기반해야 할 검증시스템이 실제 유저에게 판매를 하면서도 '심증'으로 작동했다는 자백이다. 웹젠은 심의 말미에 "지금은 검증 툴을 제공받아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2020년 당시에도 충분히 검증 시스템을 요구할 수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 위원은 "개발사가 제시한 자료하고 피심인들이 검증한 자료가 다르다면, 이렇게 많은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 완벽한 검증을 하고 팔아야 된다라는 판단을 하는 게 주의의무의 기본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당첨 희망 고문, 실제 확률은 '0%'였다
기만은 수치 오기에 그치지 않았다. 공정위는 심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웹젠의 '바닥 시스템'을 파헤쳤다. 웹젠이 고지한 확률 뒤에는 특정 횟수를 채우기 전까지 당첨 확률이 아예 없는 '바닥 시스템'이 존재했다.
유저들은 당첨의 행운을 기대하며 유료 뽑기권을 샀지만, 실제로는 99회 또는 149회를 채우기 전까지 당첨 확률은 냉혹하게도 '0%'였다.
이와 관련해 웹젠은 고의는 없었다며 "출시를 하고 나서 업데이트를 하다 보니까 확률형 아이템이 이렇게 많은 걸 알게 됐고, 그때 당시에는 애초에 그때 당시에는 해당 아이템에 바닥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궁색한 답변을 했다.
전문 경영인 체제하에서 웹젠은 '글로벌 게임사'를 외쳐왔지만, 속기록에 담긴 실상은 매출은 독식하고 책임은 해외 개발사 뒤에 숨기는 구태에 머물러 있었다.
[POP-UP] '바닥 시스템'이란?
'바닥 시스템'은 확률형 아이템에서 소비자가 특정 횟수를 구매하기 전까지는 최고 등급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0%로 설정해두는 구조를 말한다. "바닥을 찍어야" 비로소 당첨 가능성이 생긴다는 의미다.
웹젠의 '세트 보물 뽑기권'(레벨 401 이상)을 예로 들면 1회~149회까지 구매하면 확률 0%이고 150회부터 0.1%로 시작해 확률 점진적으로 상승한다. 400회를 뽑아야 100% 보장되는 구조다.
즉, 149회(약 20만원)까지는 아무리 운이 좋아도 최상위 아이템을 절대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웹젠은 "획득 확률 0.72%"라고만 광고했고, 이를 본 소비자들은 '1회 구매부터 0.72% 확률로 당첨 가능하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