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대신 ‘수다’를 처방합니다”...외로움에 국가가 발 벗고 나서는 이유 
“약 대신 ‘수다’를 처방합니다”...외로움에 국가가 발 벗고 나서는 이유 
  • 김다솜
  • 승인 2026.03.0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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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수다 계산대’부터 영국 ‘외로움 차관’까지
사회적 고립 막는 해외 사례 주목
“청년은 소외감, 노인은 체념”...세대별 다른 외로움의 얼굴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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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의 쓸쓸한 죽음인 고독사가 사회적 난제로 떠오른 가운데 외로움을 개인의 감정적 영역이 아닌 국가가 관리해야 할 공동체의 과제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개인의 소외가 건강 악화와 보건의료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전담 부처를 신설하거나 민간과 협력해 ‘관계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서 발간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대응하기: 네덜란드, 영국, 일본의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연결의 부족은 개인의 웰빙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사회참여 감소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중대한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보고서는 고독사 예방 노력이 단순히 시신을 수습하는 사후 대응을 넘어 사회적 고립이라는 과정 자체를 막기 위한 ‘사회적 연결’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트 계산대에서 피어나는 관계의 온기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들은 외로움을 건강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보고 다양한 정책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8년 외로움 담당 차관을 임명하며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했다. 특히 보건의료 체계 안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약 대신 지역사회 동호회나 봉사 활동을 연결해 주는 ‘사회적 처방’을 내리고 이를 지원하는 ‘링크 워커’를 현장에 배치해 실질적인 연결을 돕고 있다.

영국 정부가 지원한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건강과 웰빙 측면에서 1인당 약 1000만원에서 1500만원 상당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네덜란드는 민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일상 속 외로움을 걷어내고 있다. 슈퍼마켓 체인인 ‘점보(Jumbo)’는 계산대에서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쇼핑할 수 있는 ‘수다스러운 계산대’ 프로그램을 운영해 고령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을 돌보고 싶어 하는 노인과 바쁜 주인을 연결하거나 청년 학생과 노인이 함께 요리하며 세대를 넘나드는 유대를 쌓는 방식의 다양한 지역사회 이니셔티브를 확대하고 있다.


세대별 외로움 색깔도 달라 


외로움을 단순히 하나의 현상으로 묶지 않고 세대별로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연결의 양적·질적 차이에 따라 외로움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4년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독감이 자주 혹은 항상 있다’는 응답 비율이 20대(7.4%)와 30대(6.0%)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청년층의 외로움이 단순히 곁에 사람이 없어서라기보다 사회적 활동이나 노동시장 진입 등 자신이 기대하는 네트워크로부터 소외된 데서 비롯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싶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데서 오는 박탈감이 극심한 고독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별이나 신체 기능 저하를 겪는 노년층은 관계망이 점차 좁아지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 스스로 새로운 관계를 맺으러 나설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노년층에게는 당사자의 명시적인 의지가 없더라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서적 유대와 애착을 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밀착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반대로 관계 확대에 대한 욕구가 큰 청년층에게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사회 참여의 장과 활동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외로움의 원인이 다른 만큼 해법 역시 세대별 특성을 반영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단기적 치료 넘어선 ‘사회구조적 예방’이 핵심


보고서는 정책적 대응이 개인의 심리 치료나 상담 등 단기적인 완화·치료책에만 머무를 경우 그 성과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거나 취업 문제 등 삶의 기본 여건을 보장해 관계가 싹트고 유지될 수 있는 토양 자체를 건강하게 다지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졸업 후 정규직 취업’과 같은 정형화된 성공 기준만이 강조되는 사회일수록 고립된 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의 가치 다양성을 확보하고 외로움을 스스럼없이 드러낼 수 있는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고립의 사슬을 끊는 본질적 해결책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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