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인가구 정책① 일본은 '고독'을 법으로 다스린다
일본 1인가구 정책① 일본은 '고독'을 법으로 다스린다
  • 김영호
  • 승인 2026.03.2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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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고립 대책 추진법 제정까지

1인가구 비율이 30%를 넘어선 한국에서 고독사, 사회적 고립, 은둔 청년은 이제 낯선 단어가 아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정책 의제로 삼아온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일본은 2023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고독·고립 문제를 법률로 규정했다. 2023년 6월 7일 공포된 '고독·고립 대책 추진법(孤独・孤立対策推進法, 법률 제45호)'은 사회 변화로 개인과 사회·타인의 관계가 희박해지는 가운데, 일상생활·사회생활에서 고독을 느끼거나 사회로부터 고립됨으로써 심신에 유해한 영향을 받는 상태에 있는 사람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있음을 전제로, 그 예방과 지원에 관한 기본 이념과 국가의 책무를 정한 법이다. 이 법은 2024년 4월 1일부터 시행됐다.


왜 법까지 만들었을까?...코로나가 기점

법 제정의 직접적 계기는 코로나19였다. 2020년 감염 확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면 접촉 회피가 장기화되자, 당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2021년 2월 고독·고립 대책 담당상을 임명하고 부처 횡단적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2018년 영국에서 유사한 담당 장관직이 설치된 것을 참고했다고 알려진다.

일본은 2021년 영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고독·고립 대책 담당 장관을 두고 내각관방에 전담 대책실을 설치했다. 이후 유식자 회의, 중점 계획 수립 등 단계를 거쳐 2023년 국회에서 고독·고립 대책 추진법이 성립했다.

코로나가 계기이긴 했지만, 법 제정의 배경에는 더 깊은 구조적 원인이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일본에서는 단신세대(1인가구)와 단신 고령 세대의 증가가 계속 전망되며, 문제의 심각화가 우려된다는 인식이 법 제정의 토대가 됐다.


법이 정의하는 '고독'과 '고립'

이 법에서 주목할 점은 고독과 고립을 구분해서 정의한다는 것이다. 중점 계획에 따르면, 고독은 '혼자'라고 느끼는 주관적·정신적 상태이고, 고립은 사회와의 연결이 없거나 적은 객관적 상태를 가리킨다. 즉 지인이 있어도 고독할 수 있고, 혼자 살아도 고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일본 정부는 "고독·고립 대책의 대상은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고독과 고립"이라고 명시했다. 혼자 있기를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구분은 한국의 관련 논의에도 참고할 부분이 크다.


혼자 사는 청년에 대한 주목

법 시행과 함께 일본 정부는 매년 전국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25년 4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고독감이 '자주 있다·항상 있다'고 답한 비율은 4.3%, '때때로 있다' 15.4%, '가끔 있다' 19.6%로, 합계 약 39%가 고독감이 있다고 응답했다. 2021년 첫 조사 이후 4년간 이 수치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20대와 30대에서 '자주·항상 있다'는 비율이 높으며, 남성은 20·30대와 50·60대, 여성은 20·30대에서 높게 나타났다.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주목할 수치가 하나 더 있다. 고독감이 비교적 높은 사람들이 그 원인으로 꼽은 사건을 조사한 결과, 1위는 '가족과의 사별'(24.6%)이었고, 2위는 '혼자 사는 것(一人暮らし)'(18.8%)이었다. 


고독·고립 대책에 총리가 본부장, 전 각료가 참여

일본은 '고독·고립 대책 추진법'에 따라 내각총리대신을 본부장으로, 전 각료가 구성원인 '고독·고립 대책 추진본부'가 설치됐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총리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다. 추진본부는 2024년 6월 고독·고립 대책 중점 계획을 결정했고, 2025년 5월 개정됐다. 

지방 차원에서도 지자체와 NPO 등이 연계하는 관민 협력 플랫폼 구축이 추진되고 있으며, 지자체에는 교부금이 지원된다.

한국은 현재 1인가구 지원 기본법(2021년 제정)이 있지만, 고독과 고립을 독립적인 공중보건·사회 문제로 규정하고 국가 책무를 명문화한 법률은 없다. 일본은 '1인가구 지원'보다 한발 더 나아가, 가구 형태와 무관하게 고독·고립 자체를 사회 문제로 정의하고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

1인가구가 2050년 전체 가구의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국에서, 일본이 걸어온 10년의 경로는 참고가 아니라 예고편에 가깝다.

1인가구를 위한 고독, 고립 대책 ⓒGettyImages
1인가구를 위한 고독, 고립 대책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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