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 즉 사회적 은둔 상태에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일본에 '히키코모리'라는 말이 생긴 건 1990년대다. 처음엔 정신과 용어였고, 그 다음엔 사회 현상이었고, 지금은 국가 정책의 언어가 됐다. 20년이 걸렸다.
한국에서 '고립·은둔 청년'이 정책 의제로 등장한 건 2023년이다. 일본이 걸어온 20년을 한국은 얼마나 빠르게 따라갈 수 있을까. 일본의 히키코모리 지원 체계를 들여다봤다.
2023년 내각부 조사 결과,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상태에 있는 사람은 인구 50명 중 1명으로 추계됐다.
전체 인구 대비로 환산하면 약 146만 명. 이는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2년 조사에서 히키코모리 146만명 중 남성이 약 60%, 여성이 약 40%이었으며, 40~69세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한국에서 '고립·은둔 청년'이 사회적 의제로 막 오르기 시작한 지금, 일본은 이 문제를 이미 20년 넘게 정책으로 다뤄왔다.
'히키코모리'가 정책 언어가 되기까지
히키코모리는 처음부터 복지 정책의 대상이 아니었다. 1990년대 후반 정신과 의사 사이토 타마키의 저서 '사회적 히키코모리'(1998년)가 출간되면서 이 단어가 일반에 퍼지기 시작했고, 이후 국가 정책 의제로 진입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
정부의 첫 공식 지침은 2003년이었고, 후생노동성이 공식 정의를 확립한 것은 2010년 '히키코모리 평가·지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서다. 이 가이드라인은 히키코모리를 '다양한 요인의 결과로 취학·취업·교류 등 사회 참가를 회피하고, 원칙적으로 6개월 이상 가정 내에 머무르는 상태'로 정의했다.
중요한 것은 이 정의가 단순히 '집 밖에 나가지 않는 사람'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침은 히키코모리를 현상이나 상태이지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고 명시한다. 본인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히키코모리 상태가 된 것이며, 언젠가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관점을 기본으로 한다. 낙인이 아닌 지원의 언어로 접근하는 것이다.
도도부현에서 시구정촌까지 '전국 지원 체계' 정비
후생노동성은 히키코모리에 특화된 전문 상담 창구로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를 정비해, 2018년 4월까지 전국 모든 도도부현 및 지정 도시 67개 자치체에 설치를 완료했다.
이후 지원 체계는 계속 확장됐다. 2022년도부터는 주민에게 더 가까운 곳에서 상담이 가능하도록 설치 주체를 시정촌(기초 지자체)으로 확대했고, 2025년도 기준 47개 자치체로 늘어났다. 상담 지원·거점(居場所) 조성·네트워크 구축을 일체적으로 실시하는 '히키코모리 지원 스테이션 사업'은 2025년도 기준 129개 자치체에서 운영 중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8개 메뉴(상담 지원, 거점 조성, 당사자 모임, 주민 강연회 등) 중 지역 실정에 맞게 선택해 실시할 수 있는 '히키코모리 서포트 사업'도 2025년도 기준 164개 자치체에서 운영된다.
2025년, '자립'에서 '자율'로
가장 최근의 변화는 2025년 1월에 나왔다. 후생노동성은 2025년 1월 31일, 히키코모리 상태에 있는 사람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자치체 담당자를 위한 새 지침 '히키코모리 지원 핸드북, 함께 걷기 위한 나침반'을 전국 자치체에 통지했다. 후생노동성이 히키코모리 지원 지침을 새로 만드는 것은 15년 만이었다.
이 지침의 핵심은 목표의 전환이다. 기존에는 취업이나 사회 참가 등 '자립(自立)'이 지원의 목표로 여겨졌지만, 새 지침은 당사자 본인이 자신을 긍정하고 주체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상태를 '자율(自律)'로 정의하고, 이를 지원이 지향해야 할 모습으로 명시했다.
지원 대상도 기존보다 넓게 설정했다. 히키코모리 기간을 묻지 않고, 가족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141페이지 분량의 핸드북에는 '8050 문제' 등 30개 사례와 지원 포인트가 수록됐다.
히키코모리 문제는 1인가구 문제와 깊이 맞닿아 있다. 일본의 고독·고립 대책 추진법의 실태 조사에서도 고독감에 영향을 준 사건 2위가 '혼자 사는 것'이었다. 2023년 제정된 고독·고립 대책 추진법에 근거한 중점 계획에는 히키코모리와 청년 무업자(니트족)도 지원 대상으로 명시됐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 지원과 고독·고립 대책이 이제 하나의 체계 안에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어디쯤 있나
한국의 현주소는 냉정하게 말하면 '출발했지만 아직 걷고 있는' 단계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2월 중앙정부 차원의 첫 범정부 종합대책인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전국 4곳에 청년미래센터를 설치했다. 그러나 즉시 지원 대상으로 발표한 1903명 중 실제 지원을 받은 청년은 244명, 약 13%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지역 청년들에 대해서는 지자체에 명단을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저조한 실적의 배경으로 컨트롤타워 부재가 지목됐다. 현재 고립·은둔 청년 지원은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 등 여러 부처가 나눠 맡는 구조로, 정책이 분절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2025년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이 구조를 바꾸겠다는 신호를 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외로움 정책 전담 차관'을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이는 외로움을 국가 정책 과제로 다루는 영국·일본의 선례를 참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출범 직후에는 대통령실에 청년담당관을 신설했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서울시가 가장 앞서 있다. 2021년 전국 최초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를 제정한 서울시는 2024년 고립·은둔청년 전담기관 '서울청년기지개센터'를 개관하고, 28개 복지관·청년센터와 협력해 밀착 지원 체계를 운영 중이다.
다만 일본이 2003년 첫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전국 67개 지자체에 전담 센터를 완비하는 데 15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