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5월 13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2026년 고독사 예방 협의회를 열고, 복지부 제1차관을 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부처 내 전담 조직도 함께 신설하고, 현행 고독사 예방법을 '사회적 고립 예방법'으로 전부 개정을 추진한다.
조치 하나하나는 행정적 절차처럼 보이지만, 담긴 의미는 크다. 고독과 관련한 정책의 시선이 '죽은 뒤'에서 '죽기 전'으로 옮겨진 것이다.
하루 평균 10명, 역대 최다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3924명으로 2023년 3661명 대비 263명(7.2%) 증가했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연령대별로는 60대(32.4%), 50대(30.5%), 40대(13.0%) 순으로 50·60대 중장년이 가장 많았고, 성별로는 남성이 전체의 81.7%를 차지해 여성보다 5배 이상 높았다.
고독사가 노인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전국 1인 가구 비율은 2023년 35.5%에서 2024년 36.1%로 증가했고, 2023년 사회적 고립도는 33%로 19세 이상 국민 3명 중 1명이 도움이 필요해도 도움받을 곳이 없는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사는 것과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은 다르지만, 1인가구가 늘수록 고립의 문턱도 낮아진다.
'법 이름이 바뀐다'는 의미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법 개정 방향이다. 복지부는 사회적 고립 대응의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해 현행 고독사 예방법을 '사회적 고립 예방법'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사회적 고립 위험군과 국민 인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범정부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고독사 예방'이라는 프레임은 대상자를 이미 극단적 고립에 놓인 사람으로 한정한다. 반면 '사회적 고립 예방'으로 바뀌면 관계가 끊어지기 전 단계부터, 그리고 청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을 정책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다.
개정되는 법안이 시행되면 정책 대상자뿐 아니라 교육, 문화 등까지 정책 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담 차관 지정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고용·주거·건강 등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고립에 대한 대응을 위해 복지부 제1차관을 사회적 고립 전담차관으로 지정하고, 관계 부처 간 협력 과제 발굴과 조정 등 사회적 고립 예방과 관리 정책에 관한 업무를 맡게 된다. 고립의 원인이 복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주거·고용이 교차하는 복합 문제라는 인식의 반영이다.
8년 먼저 움직인 영국, 4년 먼저 움직인 일본
영국 정부는 2018년 외로움 문제를 전담할 장관급 책임자를 지정했고, 당시 스포츠·시민사회 장관이던 트레이시 크라우치가 이 역할을 맡았다. 독립 부처가 아닌 기존 장관의 겸직 형태였지만, 전체 인구의 약 14%인 900만명이 고독을 느끼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는 분석이 계기가 됐다.
이후 영국은 외로움 대응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2019~2023년 5개년 계획인 '연결된 사회'를 발표했으며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연간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실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영국이 개발한 '사회적 처방'은 주목할 만한 모델이다. 의사가 외로움이나 우울을 겪는 환자를 지역사회에 있는 '링크워커'와 연결해 주는 방식으로, 외로움을 치료의 대상이 아닌 연결의 결핍으로 보고 행정과 지역사회가 그 연결을 회복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일본은 2021년 2월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코로나19로 고독사가 늘어나면서 국가가 적극적인 행정에 나선 것이다. 총리관저 내각관방에 고독·고립 대책실을 설립하고, 민간기관과 협력해 고독사 위험군의 상담 창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어 2024년 4월에는 '고독·고립대책 추진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고독과 고립을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할 문제로 보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종합적인 정책을 추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후 처리'에서 '사전 연결'로
그러나 영국·일본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처럼, 조직 신설과 법 개정만으로 고립의 벽이 낮아지지는 않는다.
핵심은 '발굴 이후'다. 위험군을 찾아내더라도 연결할 수 있는 지역사회 인프라가 없으면 행정은 그저 명단 관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영국의 링크워커, 일본의 케어매니저처럼 고립된 개인과 지역사회를 실질적으로 잇는 중간 역할이 제도화돼야 한다.
고독사 위험군을 노인 혹은 복지 수급자로 좁혀 바라보던 시각에서, 고립 자체를 예방해야 할 사회 문제로 인식 프레임이 넓어졌다. '혼자 사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연결이 끊어지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한편 복지부는 2026년에 사회적 고립 실태조사를 시행해 사회적 고립 위험군의 규모와 주요 특성, 욕구, 필요 서비스 등을 조사할 계획이며, 고독사 및 사회적 고립 위험군을 조기 발굴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상담·위험군 판정·사례관리 등 업무를 지원하는 고독사위기대응시스템도 2026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