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고립은 행정 창구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신청하는 법을 모르거나, 신청할 의지조차 없는 사람에게 창구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 고독·고립 대책의 핵심으로 '관민 협력'을 선택한 이유다. 일본은 법보다 2년 먼저 플랫폼을 만들고, 국가 예산으로 NPO(비영리조직, Non-Profit Organization)를 지원하며, 지자체와 민간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선택했다.
왜 NPO가 중심에 서는가
일본은 고독·고립 대책에 대해 복지 제도의 수혜 자격을 갖추지 못했거나,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민간·NPO와의 연계를 핵심 축으로 삼았다.
2022년 2월, 내각부는 고독·고립에 관한 다양한 NPO 등 지원기관 간 연계와 관민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고독·고립 대책 관민 협력 플랫폼'을 설치했다. 법보다 2년 먼저 만들어진 조직이다. 법이 없어도 연결부터 시작하겠다는 판단이었다.
국가 → 광역 → 기초 '3층 구조'
일본의 관민 협력 체계는 3층으로 설계돼 있다.
국가 수준에서는 내각부 주도의 국가 플랫폼이 NPO 간 복합적·광역적 연계 강화, 전국적 보급 활동, 선도적 취조·학술 연구 정보 공유 등을 담당한다.
광역 및 기초 지자체 수준에서는 지방 공공단체에서 관·민·NPO 등 관계자의 연계를 위한 플랫폼을 설치하고, 그 연계·협동 하에 고독·고립 대책 활동을 지원하는 '지방판 관민 협력 플랫폼 추진사업'이 운영된다. 플랫폼의 모델을 구축하고 그 성과를 전국에 공유함으로써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관민 협력 고독·고립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도쿄도 나카노구, 지바현 이치하라시, 교토시, 후쿠오카시,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 에히메현 우와지마시 등의 지역협의회가 국가 교부금 대상으로 채택됐다.
지방에서의 실제 지원 방식은 돗토리시 사례가 잘 보여준다. 돗토리시는 2022년도에 관민 협력 플랫폼을 구축한 뒤, 히키코모리 지원을 통한 연계 실적이 있는 인근 4개 시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했다. 각 시가 구축해온 사회자원과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시 경계를 넘어 광역 지원 체계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예산은 얼마나, 어디에
교부금은 두 가지로 나뉜다. 지자체를 통해 지방판 플랫폼을 구축하는 경로와, NPO를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에 직접 보조하는 경로다.
2025년도 실시분 기준, 지방판 플랫폼 구축 사업에는 51개 자치체(24개 도도부현·3개 지정도시·24개 시구정촌)가 참여해 교부금액 8000엔이 배분됐다. 개별 지원 사업에는 272개 자치체가 참여해 교부금액 16억2000엔(사업 수 106개)이 배정됐다.
NPO 지원으로는 2024년도 보정 예산에서 NPO 등 지원 관련 2억8000엔이 지급됐다.
한국에 없는 것과 있는 것
한국에는 아직 고독·고립을 중심으로 관민을 연결하는 국가 단위 플랫폼이 없다. 다만 서울시가 선행 모델을 만들고 있다. 서울청년기지개센터를 중심으로 28개 복지관·청년센터와 협력하는 구조는 일본의 지방판 플랫폼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차이는 법적 근거와 교부금의 유무다. 일본은 법이 지자체의 체계 구축을 뒷받침하고, 국가가 교부금으로 재정을 지원한다. 한국의 서울 모델은 아직 서울시의 자체 사업으로 남아 있다. 전국으로 확산되려면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 구조가 먼저 갖춰져야 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