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시원 건축기준을 손질해 책상 설치 의무를 없애고 욕조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시원을 공부방이 아닌 1인가구의 주거 공간으로 재정의하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이 발상 자체를 향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발상을 바꾼다고 집이 아닌 것이 '집'이 될 수 있냐라는 지적이다.
고시원이 주거 시설로 쓰이지만 법적으로는 주택이 아닌 건축법상 제2종 근린생활시설의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되고 있다.
현행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은 고시원 각 실에 취사시설과 욕조 설치를 금지한다. 샤워부스는 가능하지만 욕조는 안 된다. 여기에 각 실에는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도록 책상 등 시설을 갖추라는 조항도 있다. 이 기준은 2015년 12월 제정 이후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국토교통부가 예고한 개정안은 욕조 설치 금지 조항을 삭제해 욕조 설치를 허용하고, 책상 등 학습시설 의무 조항도 없앤다. 다만 취사시설 설치 금지는 그대로 유지된다.
국토부는 고시원 거주 이유를 조사한 결과 학습 목적으로 머무는 경우가 사실상 없었다며, 대신 위생시설 수요가 있다고 보고 이번 개정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주택 외 임시거처를 원룸처럼 만든다?"
문제는 이 개정이 놓인 맥락이다. 최근 비아파트 신축이 위축된 상황에서, 고시원은 인허가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바닥면적 합계가 500㎡ 미만이면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주거지역에도 지을 수 있어, 도심 자투리 부지를 활용하기에 유리하다.
이 때문에 이번 기준 완화가 정식 주택 공급이 더딘 구간을 고시원으로 손쉽게 메우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지위는 그대로라는 점도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고시원은 여전히 건축법상 주택이 아닌 다중생활시설이다. 욕조 하나 놓을 수 있게 됐다고 해서 최저주거기준이나 주거복지 통계에 편입되는 것도 아니다.
시설 일부를 원룸처럼 꾸며준다고 해서, 애초에 정식 주택이 부족해 고시원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처지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이 이 지점에서 나온다.
"고시원까지 대안이라 하나"
이번 발표는 비슷한 시기 나온 청년·신혼부부 대상 비아파트 구입 대출 지원 대책과 함께 알려지며 2030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커졌다. 그 밑바탕에는 정식 주택이 아닌 곳까지 주거 대안으로 동원된다는 반감이 깔려 있었다.
특히 고시원을 청년 주거 공급 실적으로 잡으면 숫자만 부풀어날 뿐 실제 주거 여건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냉소가 두드러졌다. 애초에 욕조를 놓을 여유가 있는 고시원은 저렴한 방을 찾아 고시원을 택하는 계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 규모를 보면 이 문제가 왜 예민한지 드러난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에는 약 5150곳, 15만5000여 실의 고시원이 있다.
국토부가 5년마다 시행하는 주거실태조사의 2022년 결과를 보면, 주택 이외 거처에 사는 약 44만3000가구 가운데 고시원·고시텔 등 거주 가구는 약 15만8000가구로 35.7%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적지 않은 수가 이미 고시원을 사실상의 집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며, 그만큼 이번 기준 완화가 '개선'인지 '고착화'인지를 둘러싼 논쟁도 가벼이 볼 수 없다.
시설 기준을 현실에 맞게 손질하는 것 자체는 필요한 일일 수 있다. 다만 이를 주택 공급 부족의 대안처럼 취급하는 순간, 정작 필요한 정식 주택 공급 확대라는 과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