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의 노후② “죽을 때까지 살 집이 없다”…1인가구 노후가 더 불안한 이유
1인가구의 노후② “죽을 때까지 살 집이 없다”…1인가구 노후가 더 불안한 이유
  • 김영호
  • 승인 2026.05.2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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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의 노후 준비는 결국 죽을 때까지 살 집까지 포함돼야 한다”

한 1인가구의 말이다. 또 다른 1인가구는 “집주인이 노인 세입자를 꺼린다는 기사를 보고 지금부터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후의 불안이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집이 없다는 감각 역시 많은 1인가구에게는 현실적인 공포에 가깝다.

데일리팝·혼삶레터가 5월 5일부터 13일까지 구독자 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주거 불안’을 노후 걱정 요소로 꼽은 응답자는 37%(23명)였다. 생활비 부족(82%), 건강 악화(82%), 돌봄 공백(50%), 지나치게 오래 사는 것에 대한 불안(39%) 다음 순위였지만, 주거 문제는 다른 항목들과 결이 다르다.

건강이나 돌봄은 미래의 문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집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혼삶레터
1인가구가 노후 준비의 핵심으로 가장 많이 꼽힌 건 역시 돈이었지만, 건강과 안정적인 주거에 대한 고민도 높았다. ⓒ혼삶레터

현재 고령가구 75.9%는 자가 거주
하지만 다음 세대는 다르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가구의 자가 점유율은 75.9%로 전체 가구 평균(58.4%)보다 높다. 현재 노인 세대 상당수가 자가 주택을 기반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수치를 그대로 미래 세대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낮은 집값 시기에 장기간 자산을 축적해 주택을 마련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통계포털(KOSIS) 기준 1인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30%대 초반 수준에 머문다. 특히 20~30대 1인가구의 소유율은 더욱 낮다. 지금의 청년·중년 1인가구 상당수가 집 없이 노후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임차로 늙어가는 노후, 부담은 더 커진다

자가가 없는 경우 노후의 주거 불안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전체 임차가구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소득이 줄어드는 은퇴 이후에도 임대료 부담은 계속 이어지는 구조다.

문제는 단순히 월세 부담만이 아니다. 고령 세입자는 임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인다. 계약 갱신, 임대료 인상, 집주인의 실거주 요구 같은 변수에 대응하기 어렵고, 고령 세입자를 기피하는 분위기에 대한 불안도 존재한다.

보건복지부 ‘2023 노인실태조사’에서는 노인의 대다수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른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선호다. 익숙한 지역과 관계망 안에서 늙어가고 싶다는 욕구다.

하지만 임차 고령가구에게 이 선택은 본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계속 거주할 수 있는지 여부가 임대차 시장 상황과 집주인의 판단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고령자 주거 정책, 수요 따라가기엔 부족

정부는 고령자 복지주택과 공공형 노인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고령자 복지주택 사업은 전국 여러 지역에서 추진 중이지만 실제 공급 규모는 빠르게 늘어나는 고령 1인가구 수요를 감당하기엔 제한적이다. 민간 실버타운 역시 높은 비용 장벽으로 인해 일부 고소득층 중심 시장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공급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령자 친화형 리모델링, 지역 돌봄 연계, 장기 공공임대 확대 등 ‘오래 살 수 있는 집’을 중심으로 한 생애주기형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인가구에게 집은 단순 자산이 아니다

이번 1인가구 설문에서 응답자들이 노후 준비 자산으로 부동산을 선택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높은 집값과 대출 부담으로 인해 애초에 내 집 마련을 노후 전략에서 제외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집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자산이 부족하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노후의 주거 안정성 자체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죽을 때까지 살 집” 1인가구들의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주거는 건강·돌봄·외로움 같은 노후 문제들이 모두 발생하는 생활의 기반이다. 그 기반이 흔들리면 나머지 삶의 안정성 역시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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