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인가구 고시원 '동상이몽'...최저면적도 못 채우는 방에 욕조라니, 이게 정책인가
[기자수첩] 1인가구 고시원 '동상이몽'...최저면적도 못 채우는 방에 욕조라니, 이게 정책인가
  • 정단비
  • 승인 2026.08.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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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고시원 방에 욕조 설치를 허용하고 책상 등 학습시설 의무를 없애는 쪽으로 건축기준 개정을 추진한다. 2015년 12월 이후 11년 만의 손질이다. 사실상 근린생활시설이라는 법적 지위는 그대로 둔 채 시설만 주거용에 가깝게 손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동시에 1인가구의 정식 주거공간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고시원은 건축법상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 속하는 다중생활시설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취사시설만 빼고 욕조까지 허용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지난해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에서 확인된 현실이 있다.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약 44만3000가구 가운데 고시원·고시텔 거주 가구가 약 15만8000가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에만 5150곳, 15만5000여실이 있다. 애초에 학습과 숙박을 함께 제공하던 시설이 어느새 주거공간으로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국토부도 이 점을 개정 이유로 들었다.

문제는 법적 지위와 실제 규제 완화 사이의 간극이다. 고시원을 정식 주거공간으로 인정한다면 최저주거기준, 채광·환기 기준, 화재 안전 설비 같은 항목부터 주택 수준으로 만드는 게 순서다.

서울시는 이미 2019년 신축 고시원에 채광창 설치와 전용면적 7㎡ 이상을 의무화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국토부 개정안은 그런 최저기준 강화 없이 욕조 설치 허용과 학습시설 의무 폐지만 담았다. 방을 '집처럼' 보이게 하는 시설은 풀어주면서, 정작 그 방이 사람이 살 만한 최소 조건을 갖췄는지는 손대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더해 현행 1인가구 최저주거기준은 14㎡다. 2011년 정해진 뒤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고시원 방은 보통 1평(3.3㎡) 안팎이고, 개별 화장실을 갖춘 방이라 해도 서울 기준 9㎡면 충분하다. 최저주거기준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화장실 없이 공동으로 쓰는 방은 그보다 더 좁다. 최저면적조차 채우지 못하는 방에 욕조라는 발상 자체가 사치인 셈이다.

방을 나눠 쓸 자리조차 부족한 공간에서 욕조가 들어갈 자리는 결국 다른 무언가를 줄여서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창문 없는 방에서 물을 쓰면 습기는 빠질 곳이 없다.

최저면적 기준조차 채우지 못한 방에 욕조를 허용하겠다는 건, 그 방에서 실제로 씻고 자고 살아야 하는 사람의 조건은 그대로 둔 채 겉모습만 '집처럼' 보이게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건 정부가 1인가구에게 "고시원이라도 아쉬운 대로 써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식 주거지로 인정하겠다면 면적부터 최저기준에 맞게 넓히거나, 최소한 그 기준을 채우도록 강제하는 게 순서다.

그런데 정부는 면적 기준은 그대로 둔 채 욕조 하나를 허용하는 선에서 "1인가구 주거 현실을 반영했다"고 말한다. 좁은 방은 그대로 두고 상징적인 시설 하나만 얹어주는 방식이라면, 이건 개선이 아니라 방치에 가깝다.

정부가 정말 고시원을 1인가구의 정식 주거공간으로 인정할 생각이라면, 지금 내놓을 것은 욕조가 아니라 최저면적 기준의 상향이어야 한다. 면적은 그대로 두고 시설만 얹어주는 지금의 방식에는 더 분명한 비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고시) 개정안에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고시) 개정안에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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