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전국 30대 여성의 63.5%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하지만 서울 30대 여성은 달랐다. 53.6%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다. 4년 전과 정반대였다.
진보의 집토끼로 불리던 층이 흔들린 상황에 대해 '부동산'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청년층은 오른 월세와 구할 수 없는 전세 매물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5.3%, 30대 남성의 61.8%가 오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20대 여성도 정 후보(48.5%)가 오 후보(41.4%)를 앞서긴 했으나 격차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2030 여성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흐름이 뚜렷했던 것과 달리, 서울만큼은 달랐다.
40대의 변화도 눈에 띈다. 40대 남성은 정 후보 54.7%, 오 후보 44.7%로 정 후보가 앞섰고, 40대 여성도 정 후보 51.7%, 오 후보 45.1%로 비슷한 구도였다. 수치만 보면 정 후보 우세지만, 4년 전 지방선거에서 40대가 민주당에 60%대 지지를 보냈던 것과 비교하면 오 당선인이 44~45%대까지 치고 올라온 것은 이례적이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40대에서도 오 당선인이 절반에 근접한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선거의 특이점 중 하나다.
표심이 달라진 배경으로 주거 불안이 지목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줄곧 상승세를 이어갔다. 2025년 2월부터 서울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문제는 이재명 정부 초기 최대 경제 난제 중 하나로 부각됐다.
정부는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억제로 대응했지만 전월세 시장은 오히려 불안해졌다. 국민의힘은 "전세보증비율 인하와 담보대출 한도 강화로 청년과 서민을 주거 난민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030 세대는 주거 사다리가 없으니 서울에서 살지 말고 먼 곳에서 전철 타고 출근하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세훈 당선인은 이 불만을 직접 파고들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서울 청년 90%가 집을 임차해서 살고 있는데 정부의 전방위적 대출 및 다주택자 규제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매물 자체가 없어 집을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상황"이라고 직격했다. 청년주거 통합 브랜드 '더드림집 플러스'를 발표하고 2030년까지 청년주택 7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도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정원오 후보의 공약은 고독사 예방·노인 돌봄 등 중장년·고령층 중심으로 설계됐다. 청년의 일상에 직접 닿는 메시지 싸움에서 두 후보의 온도차가 컸다.
정치권은 오랫동안 2030 여성을 진보 진영의 집토끼로 분류해왔다. 젠더 이슈와 복지 의제에 민감한 이 층은 민주당의 안정적 지지 기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서울 결과는 그 전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수치로 증명했다. 30대 서울 여성의 과반이 국민의힘 후보를 찍은 순간, 집토끼는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유권자가 바뀐 게 아니다. 판단 기준이 바뀌었다. 이념과 진영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사는 집의 월세가, 내일 갱신해야 할 전세 계약이 투표소에서의 선택을 결정했다.
삶에 직접 닿는 정책이 표를 움직이는 시대에 '우리 편'을 믿고 안주하는 정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진영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표심이 나오는 한, 정치는 생활 정책으로 진화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 2030 여성의 변심은 그 신호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