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불법 사업자 단속에 나섰다. 민간 업계가 자체적으로 불법 가상자산 취급업자를 색출해 수사기관에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올해 2월부터 3개월간 국내 신고 가상자산사업자(VASP)들과 합동 조사를 벌인 끝에 불법 취급업자 12개 업체를 적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곳은 무신고 상태로 영업한 불법 장외거래소 8곳과 한국인을 겨냥해 국내에서 영업 중인 미신고 해외 거래소 4곳이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제7조는 가상자산 사업을 하려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수수료만 봐도 수상하다
이번 조사에서 포착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수료 구조다. 적발된 불법 장외거래소들은 가상자산 매매를 대행하며 최소 1.5%에서 최대 10%의 수수료를 챙겼다. 업비트·빗썸 등 국내 5대 거래소의 평균 수수료가 0.16%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6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수수료가 통상의 수십 배를 넘는다는 것은 단순한 불편을 감수하는 차원이 아니다. DAXA는 공식 거래소를 이용할 수 없는 마약·도박 등 범죄 자금이 이 경로를 통해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체들은 카카오톡·텔레그램 채널에서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쉽고 빠른 비트코인 구매', '업계 최저수수료·최고속도' 같은 문구를 내세웠다. 홈페이지를 별도로 운영하며 코인 구매·전송·P2P 거래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 곳도 다수였다.
주민등록증·통장 사본까지 요구
일부 불법 장외거래소는 거래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주민등록증과 통장 사본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본인확인 절차라고 안내했지만, 애초에 정식 신고조차 하지 않은 사업자다. 이런 방식의 개인정보 수집은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위반 소지가 있으며, 적발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국어 홈페이지 운영한 미신고 해외 거래소도 포함
이번 조사망에는 해외에 서버를 둔 미신고 거래소도 걸려들었다. 이들은 한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하거나 원화 결제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국내 이용자를 유치해왔다. 금융당국의 감독 밖에 있는 만큼 자금세탁방지 체계나 이용자 보호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피해가 생겨도 보상받기 어렵고, 시세조종 같은 불공정거래를 감시할 수단도 없다.
국내 신고 가상자산거래소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따라 이상거래 감시 의무를 지고 있지만, 미신고 해외 거래소는 이 의무 자체가 적용되지 않아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형성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