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온도를 가르는 건 냉방보다 '혼잡도'였다
여름철이면 지하철 안에서는 "너무 춥다"와 "너무 덥다"는 상반된 불만이 반복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전체 불편 민원 가운데 냉난방 관련 민원은 78.4%를 차지했다.
특히 '덥다'는 민원은 '춥다'는 민원보다 약 15배 많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런 상반된 불만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칸의 냉방을 약하게 운영하는 '약냉방칸'을 두고 있다. 약냉방칸은 실제로 얼마나 차이나 날까.
직접 2호선과 4호선을 오가며 일반칸과 약냉방칸을 비교해봤다.
2호선, 어느 칸을 타도 약냉방칸은 없었다
먼저 공공데이터포털과 서울교통공사 자료를 확인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호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에는 약냉방칸이 운영된다. 1·3·4호선은 4·7번째 칸, 5·6·7호선은 4·5번째 칸, 8호선은 3·4번째 칸이 약냉방칸이다. 일반칸은 24도, 약냉방칸은 25도로 운영되며 객실 내 온도센서를 통해 자동 조절된다.
반면 2호선은 약냉방칸이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높은 혼잡도를 이유로 전 객실을 일반 냉방칸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직접 2호선을 타보기 위해 출근 시간대 승강장으로 향했다. 사람들로 가득 찬 승강장에서는 어느 칸을 탈지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열차가 들어오자 승객들은 가까운 문으로 몰렸다.
안에 타자, 냉방은 분명 작동 중이었지만 시원하다는 느낌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먼저 느껴졌다. 서로 밀착된 상태로 서 있다 보니 냉기가 몸까지 전달되기 어려웠다.
자료로만 봤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2호선에 약냉방칸이 없는 이유를 실제 혼잡한 객실 안에서는 느낄 수 있었다.
4호선에선 스크린도어부터 달랐다
4호선으로 이동해 약냉방칸으로 지정된 4번째 객차 앞에 섰다. 스크린도어에는 '약냉방칸' 안내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7번째 객차 역시 마찬가지였다. 열차 안으로 들어가자 창문에도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표시였지만, 일부러 찾으니 생각보다 눈에 잘 보였다.
무더운 바깥 날씨 탓인지 약냉방칸 안으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생각보다 시원한데?"였다. '약냉방'이라는 이름 때문에 냉방이 약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 체감은 달랐다.
일반칸으로 옮겨보니 바람은 조금 더 강했다
같은 열차의 일반칸으로 이동했다.
약냉방칸보다 에어컨 바람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일반칸은 24도, 약냉방칸은 25도로 설정된다. 차이는 단 1도다.
하지만 그 차이가 실제 온도 때문인지, '약냉방칸'이라는 사실을 알고 탔기 때문인지는 단정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약냉방칸에 오래 앉아 있었을 때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같은 공간에서도 체감 온도는 사람마다 달랐다.
같은 객차에서도 위치에 따라 달랐다
객실 안을 이동하면서 또 다른 차이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몰리는 객차 중앙부보다 양쪽 끝이 상대적으로 시원했다. 중앙에서는 냉기가 몸까지 닿기 전에 사람들의 열기가 먼저 느껴졌지만, 칸 끝으로 이동하자 바람이 한결 잘 전달됐다.
굳이 다른 객차로 옮기지 않더라도 같은 칸 안에서 자리만 바꿔도 체감 온도는 달라질 수 있었다.
약냉방칸의 반대인 '집중냉방칸'은 가능할까
4호선 일반칸으로 옮겨 탔을 때는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추위를 많이 타는 승객을 위한 약냉방칸이 있다면, 반대로 더위를 많이 타는 승객을 위한 '집중냉방칸'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현재 전동차 냉방은 객차별이 아니라 열차 단위로 제어된다. 특정 객차만 별도로 강하게 냉방하려면 추가 냉방 장치와 단열 구조가 필요하다. 약냉방칸 역시 일반칸보다 1도 높은 수준으로 운영되는 이유다.
지난 5월부터는 4호선 신조 열차 1대에 'AI 기반 객실 적정 온도 제어 시스템'이 시범 도입됐다. 혼잡 구간에 진입하기 전 미리 냉방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냉방 강도를 객차별로 세분화하기보다, 상황에 맞춰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체감 온도를 가른 건 냉방보다 '혼잡도'였다
약냉방칸과 일반칸을 직접 오가며 비교한 결과 두 객차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일반칸의 냉방 바람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고, 약냉방칸 역시 이름과 달리 충분히 시원했다.
하지만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출근 시간대 2호선에서 느낀 답답함은 냉방이 약해서라기보다 승객들로 가득 찬 객실 때문이었다. 에어컨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어도 사람이 밀집한 공간에서는 시원함보다 열기와 답답함이 먼저 느껴졌다. 같은 열차 안에서도 사람이 적은 칸으로 이동하거나 객차 양 끝에 섰을 때 체감 온도가 달라졌다는 점 역시 이를 보여줬다.
결국 지하철 냉방 민원은 몇 도가 적당한지를 둘러싼 단순한 온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직접 탑승해 보니 체감 온도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냉방 온도보다 혼잡도에 가까웠다.
매년 반복되는 지하철 냉방 논란 역시 에어컨의 세기보다, 많은 승객이 한정된 공간에 몰릴 수밖에 없는 도시철도의 구조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직접 체험한 결과, '춥다'와 '덥다' 사이의 간극을 만드는 것은 1도의 온도 차이보다 같은 공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타고 있느냐에 더 가까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