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주 트렌드, 매대도 바꿨다
20~30대를 중심으로 음주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전년 대비 17.7% 감소했고, 하이트진로·오비맥주·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주류업체의 실적도 하락했다. NH농협은행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0대의 주점 소비 금액은 전년 대비 20.9% 줄었다.
과거처럼 취할 때까지 마시는 술자리보다 적당한 선에서 가볍게 즐기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건강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그 배경으로 꼽힌다.
주류업계는 이런 변화에 맞춰 하이볼, 저도주, 논알코올 맥주 등 부담을 줄인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정말 매장에서도 논알코올 제품이 눈에 띄게 늘었을까. 직접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찾아 확인해봤다.
대형마트, 논알코올 코너가 벽면 한쪽을 차지했다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논알코올 제품들이었다.
다양한 논알코올 맥주가 진열되어 있었고 브랜드도 다양했다. 단순히 몇 종류만 갖춰 놓은 수준이 아니라 맛과 종류별로 세분화된 제품들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었다.
특히 규모가 인상적이었다. 논알코올 제품 진열대가 주류 코너 한쪽 벽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다. 과거에는 몇몇 브랜드 제품이 구석에 놓여 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진열대를 따라 걸으며 살펴보니 제품 전면에 적힌 '0.0%'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일반 맥주와 비슷한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논알코올 제품임을 강조하는 표시가 크게 부착돼 있었다.
예전에는 찾기 어려웠던 제품들이 이제는 하나의 독립된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이볼과 저도주 제품도 매대를 차지했다
주류 코너를 더 둘러보니 하이볼 제품도 쉽게 눈에 띄었다.
캔 형태의 하이볼부터 레몬이나 자몽 향을 더한 제품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과거에는 술집에서 주로 마시는 음료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대중적인 주류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소주 진열대로 이동하자 저도주 제품들도 눈에 띄었다.
최근 출시된 에이슬 시리즈와 한정판 제품들이 일반 소주 사이에 함께 진열돼 있었다. 과거처럼 높은 도수의 소주가 중심이던 매대와 달리,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의 비중도 늘어난 모습이었다.
주류업계 역시 절주 트렌드에 맞춰 도수를 낮추거나 부담을 줄인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실제 매장에서도 독한 술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이 한자리를 차지하며 변화한 소비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편의점에도 논알코올 제품이 늘었다
편의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장 규모는 대형마트보다 작았지만 무알코올 제품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반 맥주 냉장고 한편에 논알코올 맥주들이 따로 진열돼 있었고 제품 종류도 예상보다 다양했다.
직접 제품을 살펴보니 일반 맥주와 가격 차이도 크지 않았다. 일부 제품은 일반 맥주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매대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호기심 구매가 아니라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의미로 보였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맥주 특유의 맛이나 분위기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은 하이볼이나 맥주만 가볍게 마신다"
실제 소비자들의 음주 방식도 달라지고 있었다.
직장인 A씨는 "예전에는 친구들을 만나면 소주를 여러 병 마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하이볼 정도나 맥주만 가볍게 즐긴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날 출근이나 운동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마시려고 한다"며 "주변 친구들도 예전처럼 취할 때까지 마시기보다 적당히 분위기만 즐기고 집에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매장에서 눈에 띈 제품들 역시 고도수 술보다 하이볼, 저도주, 논알코올 음료처럼 비교적 부담이 적은 제품들이었다. 매장 진열대 역시 이러한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달라진 건 음주량보다 음주 방식이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둘러본 결과, 논알코올 제품은 더 이상 일부 소비자만 찾는 틈새상품이 아니었다. 주류 코너 한쪽 벽면을 차지할 정도로 종류가 늘어났고,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이볼과 저도주 제품 역시 매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과거처럼 독한 술을 많이 마시는 문화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술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주류업계도 이에 맞춰 제품 구성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직접 매장을 둘러보니 최근의 주류 트렌드는 '금주'라기보다 '절주'에 가까웠다. 술을 완전히 끊기보다는 자신의 생활 패턴과 건강 상태에 맞춰 적당히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술 자체가 아니라 술을 소비하는 방식이었다. 과거의 음주 문화가 얼마나 많이 마시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얼마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지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