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외식 메뉴가 1만원을 넘어선 이후, 배달·외식을 줄이고 직접 밥을 짓는 1인가구가 늘고 있다.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한 끼 비용을 아끼려는 선택이 식품 소비 방식을 바꾸고 있다.
외식·배달 물가, 자취생 지갑을 조르다
외식 물가 압박은 수치로 뚜렷이 확인된다. 통계청의 2024년 연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음식·숙박 지출은 44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5.2% 늘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도 41만2000원으로 3.8% 증가했다. 소득이 지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저소득층에선 부담이 더 가파르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2024년 기준 식료품비와 외식비를 합쳐 월평균 43만4000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2019년 31만3000원보다 38.6% 불어난 규모다.
2025년 사회조사에서도 가구주의 67.2%가 재정 상황이 나빠질 경우 외식비를 가장 먼저 줄이겠다고 답했다.
돌아온 집밥, 형태는 달라졌다
이런 흐름은 식품소비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4년 전국 3188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식품소비행태조사에서, 성인 가구원이 혼밥을 할 때 '집밥'을 선택하는 비율은 66.9%로 나타났다.
전체 식품비 중 외식비 비중은 2023년 49.6%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49.1%)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음식점 외식 자체는 전년보다 소폭 줄었다. 연구원 측은 외식 수요 일부가 간편식 등 대체 식사로 이동한 결과로 분석했다.
집밥 회귀가 예전처럼 솥에 국을 끓이는 방식만은 아니다. 자취생들이 택하는 건 '생존요리'에 가까운 합리적 조합이다. 필요한 만큼만 사는 소포장 식재료, 조리 과정을 줄여주는 밀키트, 냉동 보관이 가능한 반찬류가 이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소포장·간편식 시장, 1인가구가 키웠다
산업 규모가 이 흐름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2018년 3조2000억원에서 2022년 5조원, 2023년에는 약 7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편의점도 이 흐름을 타고 있다. GS25의 신선식품 매출은 2023년 23.7%, 2024년 25.6%, 2025년 1∼9월 27.4% 증가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소용량·소포장 야채를 50∼120g 단위로 1300∼1900원대에 출시하는 등 1∼2인 가구 맞춤 구성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이 현상을 '집밥경제'라는 말로 압축한다. 시간과 정성을 들인 한상차림이 아니라, 비용을 줄이고 최소한의 수고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경제적 행위로서의 집밥이다. 대표적으로 냉동 반찬, 1인용 찌개 세트, 조각 채소 등이 있다.
트렌드 뒤에 있는 구조적 압박
식품 소비의 변화를 단순히 '절약 열풍'으로만 보기엔 배경이 더 복합적이다. 2025년 서울 기준 주요 10개 외식 품목 평균 가격이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었고, 최저임금 인상과 환율 상승이 겹쳐 식재료 수급 비용도 올라갔다. 2025년 기준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4.1% 상승했으며, 쌀값은 18.2% 뛰었다.
외식도, 장보기도 쉽지 않은 것은 현재 상황이다.
정부는 식품 물가 안정을 위한 할인 쿠폰 지원과 농산물 수급 조절 대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소포장·간편식 중심으로 재편된 1인가구 식탁에 직접 닿는 정책 지원은 제한적이다.
자취생들이 냄비를 꺼내 든 건 요리에 새롭게 눈을 뜬 게 아니라, 그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