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1인가구 연체율 8.68%로 최고치
1인가구의 식탁은 언제부터 냉장고보다 배달앱에 더 의존하게 됐을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1인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024년 4분기 기준 172만612원이다. 이 가운데 식비는 52만6697원으로 전체 소비의 30.6%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식비의 구성이다. 집에서 직접 조리하기 위한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21만7328원(12.6%)인 반면, 외식과 배달을 포함한 음식·숙박 지출은 30만9369원(18.0%)이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장을 보는 것보다 주문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
관악구는 이틀에 한 번 배달…청년 1인가구 지역이 상위권
실제 서울 지역 데이터를 보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SK텔레콤이 공개한 '행정동단위 29개 통신정보'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인가구 배달 서비스 사용일수가 가장 많은 곳은 관악구였다.
배달 서비스 이용 횟수가 월평균 15.2일로 거의 이틀에 한 번꼴이다. 이어 광진구 14.2일, 강남구 13.5일 순으로 나타났다.
관악구는 대학가와 고시촌, 원룸 밀집지역이 형성된 대표적인 청년 1인가구 거주지다. 광진구 역시 대학가가 위치해 있고, 강남구는 직장인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청년 1인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배달 의존도가 높게 나타난 셈이다.
배달 많은 동네, 소액결제도 많았다
흥미로운 점은 배달 소비가 높은 지역에서 소액결제 이용도 함께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통신데이터 기준 소액결제 사용금액 상위 지역은 관악구(4834), 강남구(4543), 강북구(4522), 광진구(4506), 중랑구(4454) 순이었다. 해당 수치는 절대 금액이 아닌 자치구 간 상대 비교를 위한 추정 지표다.
특히 관악구는 소액결제 사용금액 1위인 동시에 배달 서비스 사용일수도 1위였다. 광진구 역시 배달 사용일수 2위이면서 소액결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소액결제 사용금액이 가장 낮은 성동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소액결제 상위 지역서 연체율도 높게 나타나
배달과 소액결제가 많은 지역에서는 통신요금 연체율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관악구의 통신요금 연체율은 8.19%로 서울 상위권이었다. 강남구는 8.73%로 가장 높았다. 강북구 역시 7.81%를 기록했다. 반면 성동구는 5.67%로 가장 낮았다.
물론 배달과 소액결제가 연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배달 이용과 소액결제가 활발한 지역에서 연체율도 높게 나타나는 패턴은 확인된다.
연체율 정점은 30세…청년 1인가구에 집중된 부담
연령별로 살펴보면 배달 서비스 사용일수는 30세에서 월 18.2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실상 사흘에 두 번 이상 배달을 이용하는 수준이다. 같은 연령대의 통신요금 연체율 역시 8.68%로 전체 연령 가운데 가장 높았다.
25~35세 구간에서는 소액결제 이용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사회 초년생과 청년 직장인, 자취생이 밀집한 연령대에서 배달 소비와 소액결제, 연체가 동시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배달의 문제'가 아닌 청년 1인가구의 생활 구조
이는 단순한 소비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 1인가구가 마주한 생활 구조와도 연결된다. 혼자 살면 식재료를 소량 구매하기 어렵고,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비용도 발생한다. 바쁜 직장 생활과 학업 속에서 배달은 가장 손쉬운 선택지가 된다.
문제는 편의를 위한 지출이 반복되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기준 월평균 식비만 52만원을 넘는 상황에서 배달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식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배달이 문제'라는 단순한 결론이 아니다. 청년 1인가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 배달 소비와 소액결제, 연체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달앱이 생활 필수 인프라가 된 시대, 청년 1인가구의 소비 문제는 개인의 절약 의지만이 아니라 주거비와 생활비, 소득 구조까지 함께 살펴봐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