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영업 중"인 매장의 낯선 풍경
지난해 3월 법인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126개였던 점포를 67개로 줄였고, 직원 2588명이 회사를 떠났다. 최근까지도 급여는 제때 지급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아직 영업을 이어가는 매장의 모습은 어떨까.
매장 앞, 시위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매장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정문 인근 곳곳에는 직원 고용 문제와 관련된 시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가끔 들르던 곳이라 이전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던 만큼, 입구에서부터 받은 인상은 예상보다 무거웠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안내문 하나도 다르게 읽히는 기분이었다. 이때까지는 이 풍경이 매장 안과 어떻게 이어질지 짐작하지 못했다.
지하 1층, 통째로 막혀 있었다
이날 방문한 홈플러스 서울남현점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려던 발걸음은 가림막 앞에서 멈췄다. 매장 전체가 새단장을 이유로 차단돼 있었다. 보통 리뉴얼 공사라면 일부 구간만 막고 영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층 전체가 통째로 봉쇄된 상태였다. 공사 일정이나 재개장 예정일을 알리는 안내문도 보이지 않았다.
언제 다시 문을 열지 알 수 있는 정보가 전혀 없다는 점은 단순한 공사 이상의 공백처럼 느껴졌다.
냉장 코너, 신선식품 대신 조리도구가 대체
지하 2층 식품 매장으로 내려갔다. 예전에는 과일과 채소가 가득했던 공간이었다. 냉동식품 코너는 비교적 평소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바로 옆 채소 매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채소 대신 각종 조리도구가 진열돼 있었고, '믹스 샐러드'라는 안내 문구만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안내문과 실제 진열 상품의 대비가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조금 더 걸어 소스 코너로 향했다. 다양한 브랜드의 소스로 채워져 있던 기억과 달리, 같은 종류의 잼 하나가 진열대 한 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다양한 상품을 진열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공간을 같은 상품으로 채운 듯한 모습이었다.
냉장 음료 코너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탄산음료와 주스, 유제품 음료가 들어서 있던 자리에는 텀블러와 쟁반 등 생활용품이 놓여 있었다. 냉장 보관이 필요 없는 제품이 냉장 진열대를 채우고 있는 모습은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수산물 코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얼음 위에 생선과 해산물이 진열돼 있어야 할 자리는 텀블러 등 공산품이 대신 메우고 있었다.
저녁 8시, 사람도 줄도 없었다
장을 많이 보러 나오는 저녁 8시 무렵, 매장을 다시 둘러봤다. 평소라면 퇴근길 손님들로 붐비고 계산대 앞에도 줄이 늘어서 있을 시간이지만, 매장은 한산했다. 매장 안에서는 다른 손님을 마주치는 일보다 빈 진열대를 마주치는 일이 더 많았다.
가성비로 유명했던 홈플러스 즉석조리식품 코너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줄을 서서 구매하던 치킨과 각종 메뉴는 모두 사라졌고, 진열대만 남아 있었다. 조리하는 직원도, 음식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계산대에도 직원이 보이지 않았다
늘어선 계산대 가운데 실제 운영 중인 곳은 단 한 곳이었다. 직원도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 계산대는 비어 있었고, 무인 계산대만 운영되고 있었다. 손님이 줄어든 영향일 수도 있지만, 계산대를 지키는 직원 수 자체가 감소한 현실도 함께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입구에서 마주했던 고용 관련 시위 현수막이 다시 떠올랐다.
매장을 빠져나오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마트인데, 마트 같지 않다'는 인상이었다. 식료품보다 비식품이 더 많이 보이는 매대, 채소 대신 조리도구가 놓인 진열대, 절반 가까이 불이 꺼진 계산대까지. 몇 달 사이 달라진 풍경은 기업회생의 여파가 매장 풍경 곳곳에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