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건설 수주 지표 23% 올랐만…혜택은 대형사·수도권에 집중
[뉴스줌인] 건설 수주 지표 23% 올랐만…혜택은 대형사·수도권에 집중
  • 정단비
  • 승인 2026.06.2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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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반도체·데이터센터 등 대형 민간 산업시설이 수주 증가를 이끈 가운데, 수도권과 대형사에 일감이 집중되는 양극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데이터센터가 이끈 반등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6년 1분기 건설공사 계약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건설공사 계약액은 74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0조1000억원) 대비 23.4% 증가했다. 2022년 2분기 이후 82조7000억원을 정점으로 2023년 3분기에는 45조50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던 건설 계약액이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며 최근 10년 최고치의 89.6% 수준을 회복했다.

증가세를 이끈 것은 민간 산업투자다. 민간부문 계약액은 4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6% 뛰었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집중된 결과다. 공공부문은 포천 발전소, 부산항 등 인프라 사업이 더해지며 25조1000억원으로 5.0% 증가했다. 공종별로는 토목(산업설비·조경 포함)이 29조원으로 35.8% 늘었고, 그 중 산업설비는 1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59.0%나 급등했다.

건설업계에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GettyImages
건설업계에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GettyImages

상위 50개사 40% 오를 때, 51~100위는 0.3%
역대 최고 공사비, 중소사 체력 한계

총량 지표의 반등 뒤에는 규모별 극단적 격차가 숨어 있다. 계약금액 기준 상위 1~50위 기업의 계약액은 37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2% 급증했다. 반면 51~100위 기업은 4조5000억원으로 증가율이 0.3%에 그쳤다. 100위권 밖으로 내려가도 회복세는 제한적이다. 101~300위 기업은 5조3000억원(+6.8%), 301~1000위 기업은 6조5000억원(+24.9%)을 기록했다. 1000위 밖 기업들은 20조1000억원(+8.4%)으로, 상위 50개사와의 증가율 격차가 5배에 달한다.

중소·전문건설사 영역인 하위 구간의 회복세가 상위 대형사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올해 폐업 건설사가 연말까지 4000개를 넘어설 수 있다는 업계 우려와 맞닿아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4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6.9(2020년=100 기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공사비 지수 상승폭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등 사업성이 갈수록 악화하는 추세다.

원가 상승의 충격을 버텨낼 재무 체력은 중소사에 없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2026년 5월 건설경기실사지수에서 보면 건설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 비중은 44.2%에 달했으며, 중소 건설사가 86%를 차지했다.

지방 기업 계약액은 오히려 줄었다

지역 격차는 더 뚜렷하다. 현장 소재지 기준으로 수도권이 39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8%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은 34조9000억원으로 7.8% 증가에 머물렀다. 증가율 격차가 5배를 넘는다.

본사 소재지 기준으로 보면 구조적 불균형이 더 두드러진다. 수도권에 본사를 둔 건설사의 계약액은 47조7000억원으로 48.2% 급증했다. 그러나 비수도권에 본사를 둔 건설사의 계약액은 26조3000억원으로 오히려 5.4% 감소했다. 전체 건설 계약액이 23% 넘게 늘어나는 국면에서 지방 소재 건설사들은 반등의 과실을 나눠 갖기는커녕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주 쏠림은 수도권 대형 정비사업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올해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의 총 공사비 규모는 5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거대한 시장은 사실상 브랜드와 자금력을 갖춘 상위 몇 개 대형사의 몫이다. 반면 지방 정비사업은 미분양 부담과 사업성 문제로 여전히 관망 분위기가 짙다. 

이는 앞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분석한 구조적 흐름과 일치한다. 연구원은 2025년 기준 대한건설협회와 국가데이터처 수주 통계의 격차(소규모 기업 수주 실적을 나타내는 지표)가 2021년 34조2000억원에서 15조7000억원으로 지속 축소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소 건설사들의 수주 절대 규모가 매년 줄고 있다는 의미다.

"물량 중심 경쟁 시대 끝났다"…제도 보완 없이는 격차 고착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일시적 경기 침체가 아닌 산업 재편 수준의 변화라고 진단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제 건설산업은 통제 불가능한 외부 충격이 상수가 된 시대에 진입했다며 앞으로는 얼마나 많이 짓느냐가 아니라 버틸 수 있는 체력, 먼저 보는 눈, 변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는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체력'을 갖출 기반 자체가 중소사에는 없다는 게 문제다. 공공발주 전략에서 수주 구조 양극화를 완화하고 중소업체의 참여 기반을 넓히는 방향의 제도 보완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주 지표가 반등해도 중소 건설사들의 폐업이 멈추지 않는 현실은, 회복이 시작됐다는 통계와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현장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그 간극을 좁히지 않는 한 건설업 양극화는 경기 회복과 무관하게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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