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다음달 초 뉴욕 출장에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SK하이닉스의 45조원대 초대형 공모와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까지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7월 10일(잠정) 미국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다고 공시했다. 신규 발행주식은 1779만주로 주당 255만5000원의 종가를 적용하면 최대 45조45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 규모로 따지면 2014년 알리바바 뉴욕 ADR 상장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ADR 공모다. 실제 조달 규모는 수요예측 결과와 SEC 최종 승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조달 자금은 전액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에 투입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웨이퍼 팹 건설, 청주 P&T7 첨단 패키징 공장 구축, EUV 노광장비 도입이 주요 집행처다. 글로벌 HBM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구조가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서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세계 최대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상장식 참석 외에도 이번 방미를 계기로 빅테크 CEO들과 잇따라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달 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전격 회동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논의 주제로는 테슬라의 자체 AI 반도체 AI5·AI6에 최적화된 커스텀 HBM 공급,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장 중인 xAI와의 메모리 공급 협력 등이 거론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의 추가 회동 가능성도 기대된다. 최 회장과 황 CEO는 올 들어 이미 여섯 차례 만난 바 있다. 미국 새너제이 GTC, 대만 컴퓨텍스, 서울 강남 깐부치킨 등을 무대로 이어진 만남에서 황 CEO는 SK하이닉스 HBM4E 웨이퍼에 직접 사인을 남기며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HBM4 공급 확대와 차세대 AI 인프라 협력 방향이 이번 방미에서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의 또 다른 목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다.
글로벌 HBM 시장에서 점유율 58%(2026년 1분기 기준)를 확보한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엔비디아(65%)를 넘어섰다. 그러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6.97배로 마이크론(9.46배)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상장 이후 마이크론과 직접 비교 대상이 되면서 밸류에이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것으로 분석한다.
시총 기준으로는 이미 글로벌 10위권 진입이 유력하다. 6월 22일 SK하이닉스는 종가 기준 시가총액 2080조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보통주 2066조원)를 제치고 코스피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총 1위를 내준 것은 200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ADR 상장이 예정대로 성사되면 나스닥100,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 등 주요 글로벌 지수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3월 GTC 2026 현장에서 ADR 상장 검토를 처음 공개 언급하며 "한국 주주뿐 아니라 미국·글로벌 주주에 노출될 수 있어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 같은 무대에서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뉴욕행은 두 사람이 공언해온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