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덜 써도 요금 오른다…1인가구 덮치는 '시간차 전기료'
전기 덜 써도 요금 오른다…1인가구 덮치는 '시간차 전기료'
  • 김다솜
  • 승인 2026.07.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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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싸고 저녁에는 비싸게…가정용 전기요금 차등화 논의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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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이 남는 낮엔 싸게, 수요가 몰리는 저녁엔 비싸게. 정부가 가정용 전기요금에 시간대별 차등요금 도입을 검토하면서 퇴근 후 냉방·조리·세탁이 한 번에 몰리는 직장인 1인가구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력이 남는 시간대엔 요금을 낮추고 피크 시간대엔 높이는 방향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제주에서 선택제로 운영 중인 가정용 계시별 요금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언급했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2023년 이후 3년 넘게 동결된 반면 산업용 요금은 같은 기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한 만큼, 시간대별 차등요금은 전면 인상 없이 전력 사용을 분산시킬 대안으로 거론된다.

같은 전기, 다른 요금…최대 두 배 격차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은 월간 총사용량에 따른 누진제만 적용될 뿐 사용 시점은 반영되지 않는다. 계시별 요금제가 도입되면 '얼마나'뿐 아니라 '언제' 쓰느냐가 고지서를 좌우하게 된다. 

산업용 여름철 요금 체계를 기준으로 하면 평일 밤 10시~오전 8시 경부하 시간대는 1㎾h당 116원, 평일 오후 3~9시 최대부하 시간대는 최대 229원으로, 같은 사용량이라도 요금이 약 두 배 벌어진다.

이를 가정에 대입한 가상 계산에 따르면, 퇴근 후 에어컨·세탁기·건조기·식기세척기를 동시에 돌려 4~5㎾h를 소비할 경우 경부하 시간대엔 약 500원이던 비용이 저녁 피크 시간대엔 1000원 수준으로 오른다. 

이런 패턴이 한 달 20회 반복되면 시간대 차이로만 월 1만원가량 격차가 발생한다는 추산이다. 다만 정부는 아직 가정용 시간대 구분과 단가, 시행 시기를 확정하지 않았다.

출퇴근 시간이 곧 요금 등급

세탁기·식기세척기 예약 기능으로 사용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가구는 요금을 낮출 여지가 있지만,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저녁 피크 시간대 전력 사용을 피하기 어렵다. 

재택근무자는 저렴한 낮 시간을, 야간·교대근무자는 심야 경부하 시간대를 활용할 수 있어 같은 1인가구 안에서도 근무 형태에 따라 유불리가 갈린다. 

예약 기능이 있는 최신 가전이나 전기차·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보유 여부도 변수로, 요금제 개편이 생활 여건에 따른 새로운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MI 보급률 14.4%…전면 도입엔 시간 필요

시간대별 요금 적용에는 가구별 사용 시점을 측정할 지능형 전력량계(AMI)가 필요하지만, 국내 가구 절반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세대별 AMI 보급률은 14.4%에 그친다. 미설치 아파트 약 1100만 가구에 계량기를 보급하려면 총 2조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돼 전국 단위 의무 적용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제주에서는 2021년부터 고정요금제와 계시별 요금제 중 선택하는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며, 계시별 요금제 선택 가구엔 여름·겨울 기준 최대 1.6배 차이 나는 요금이 적용된다. 다만 선택제는 요금을 아낄 수 있는 가구만 참여해 수요 분산 효과가 제한될 수 있고, 의무 적용 시에는 맞벌이·돌봄가구와 직장인을 중심으로 요금 급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미 시작된 여름철 전기료 부담

요금제 개편과 별개로 올여름 전기료 부담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최대전력수요는 92.9GW로 올여름 처음 90GW를 넘어섰고, 전력당국은 8월 셋째 주 98.8GW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철 누진제 최고 구간 기준이 400㎾h에서 450㎾h 초과로 완화됐지만, 에어컨을 장시간 가동하면 높은 요금 구간 진입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한전은 누진 3단계 진입 기준의 80% 도달 시 알려주는 실시간 알림 서비스(한전ON 앱·카카오톡)를 우선 230만 가구에 운영 중이며, 12월부터 AMI 설치 가구 약 1100만 가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7~8월 평일 오후 5~8시 사용량을 줄인 가구엔 1㎾h당 500원, 월 최대 1만원을 돌려주는 에너지캐시백 제도도 함께 시행되고 있다.

계시별 요금제가 실제 도입되면 전기료 절약법도 '적게 쓰기'에서 '때맞춰 쓰기'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전망이다. 퇴근 후에만 가사노동을 처리할 수 있는 1인가구의 부담을 줄이려면, 출퇴근 형태·주거 유형·가전 사용 여건에 따른 영향을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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