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건조기부터 9가지 기능 오븐까지 ‘한 대가 여러 역할’
저가 PB·관리 서비스 결합…소형가전 시장 확대
1인가구 증가로 국내 가전 시장의 경쟁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대용량, 고성능을 앞세웠던 기존 가전 시장에서 벗어나 좁은 공간에 들어가는 작은 크기와 합리적인 가격, 여러 용도를 한 제품에 담은 다기능 설계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국내 1인가구는 처음으로 800만 가구를 넘어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2인가구 비중도 29.1%에 달해 전체 가구의 약 3분의 2가 1~2인 가구로 구성됐다.
가구원 수가 줄면서 가전 구매 기준도 바뀌고 있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대형 제품보다는 원룸이나 소형 주택에 배치하기 쉽고 사용 빈도에 맞춰 가격 부담을 낮춘 제품을 찾는 수요가 커지는 것이다.
폭 17cm 음식물처리기부터 미니 건조기까지
소형가전 시장의 성장은 제품 크기를 줄이는 데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소형가전 브랜드 미닉스는 기존 제품보다 폭을 39% 줄인 17cm 크기의 음식물처리기 ‘더 플렌더 미니’를 선보였다. 용량은 1.5L로 줄이고 가격은 기존 제품의 절반 수준인 20만원대로 낮춰 1인가구가 사용하기 쉽도록 설계했다.
미니 건조기 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닉스의 미니 건조기 ‘더 에어 드라이’는 콤팩트한 크기에도 최대 5kg 건조 용량과 습도 감지 기능을 적용했다. 누적 판매량은 16만대를 넘어섰다.
롯데하이마트는 자체브랜드 플럭스를 통해 카로 폭 356mm의 120L 초슬림 냉동고를 출시했다. 냉장과 냉동 전환 기능을 갖추면서 주요 브랜드의 비슷한 용량 제품보다 가격을 10% 이상 낮췄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올해 1~5월 롯데하이마트의 PB 가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30% 증가했다. 미닉스를 운영하는 앳홈도 음식물처리기와 미니 건조기, 미니 식기세척기 등을 앞세워 지난해 매출 1442억원을 기록했다.
소형가전 수요가 늘면서 가격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이마트는 PB 브랜드 오케이프라이스를 통해 드라이어와 스팀다리미, 체중계를 각각 4980원에 냈다. 유선청소기는 9980원, 선풍기는 2만원대에 판매하는 등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춘 생활가전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가전 여러 대 대신 ‘한 대로 여러 기능’
좁은 집에 여러 가전을 놓기 어려운 소비자를 겨냥해 한 제품에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합친 멀티 가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쿠쿠가 출시한 직화스팀오븐은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 오븐, 베이킹, 스팀, 해동, 발효, 건조 등 총 9가지 기능을 지원한다. 각각의 조리기기를 따로 구매하지 않고도 일상 요리부터 홈베이킹까지 한 제품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락앤락은 전기레인지와 그릴을 결합한 듀얼쿡 전기레인지 그릴을 선보였다. 한쪽에서 고기를 굽는 동안 다른 쪽에서 찌개나 라면을 끓일 수 있다. 사용하지 않을 때 접으면 A4 용지와 비슷한 크기로 줄어들어 원룸이나 소형 주방에도 보관하기 쉽다.
신일전자의 올인원 전기 오벌팬은 전골과 구이, 찜 요리를 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팬과 본체를 분리할 수 있어 세척과 보관이 편리하고, 전기 사용이 어려운 야외에서는 팬만 별도 열원에 올려 사용할 수도 있다.
주방을 넘어 이미용과 생활가전에도 기능 결합이 이어지고 있다. 헤어드라이어와 고데기, 블러시 기능을 합친 쿠쿠의 리네이처 헤어스타일러는 지난 2월 이후 월평균 판매량이 250% 증가했다.
제니퍼룸의 스탠딩 헤어드라이기는 제품을 세워둔 채 머리를 말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의류 건조와 아로마 오일을 활용한 향기 기능까지 더했다.
블렌더와 텀블러를 결합한 테팔 라이트믹스도 1~2인 가구와 건강 관리 수요를 겨냥한 제품이다. 무게를 510g으로 줄여 음료를 만든 뒤 용기째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올해 1~3월 테팔 미니 믹서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5.9% 증가했다.
소형가전, 틈새제품 넘어 주력 시장으로
1인가구용 가전은 과거 보조 가전이나 틈새 상품에 가까웠지만 최근에는 국내외 시장을 겨냥한 주요 제품군으로 커지고 있다.
제니퍼룸은 마카롱 밥솥과 전자동 커피머신, 스팀 오븐 토스터, 폴더블 선풍기, 스탠딩 헤어드라이어 등 1~2인용 제품을 앞세워 해외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태국 매출은 전년 대비 80%, 베트남 매출은 600%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인도네시아와 대만, 독일까지 진출 국가를 늘릴 계획이다.
소형가전 업체 오아도 자체 브랜드를 통해 생활가전과 계절가전, 주방가전, 헬스가전 등 약 700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수요가 확인된 제품을 빠르게 기획하고 출시하는 방식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업계의 경쟁은 제품 크기와 가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정기 필터 교체와 클리닝, 수리 보증을 결합한 구독 서비스와 스마트폰 앱을 통한 조리 설정, 맞춤형 레시피 제공 등 관리 편의성까지 제품 선택 기준으로 들어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