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5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인가구는 804만 5천 가구로 전체 일반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2015년 520만 가구와 비교하면 10년도 안 돼 1.5배 증가한 수치다. 1인가구는 더 이상 '틈새 시장'이 아니라 한국 소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주거 형태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립 및 다세대주택 거주 비율이 2022년 35.3%에서 2024년 38.4%로 증가한 반면, 아파트 거주 비율은 36.2%에서 30.7%로 감소했다.
좁은 공간에 사는 1인가구가 늘면서, 대형 냉장고와 세탁기는 사치가 되어버렸다. 가전 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배경이다.
소형 가전, 틈새에서 '돈 되는 주력'으로
쿠첸은 ‘소형가전/소형밥솥 선호도 및 보유 현황’을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7.2%는 소형가전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가구별로 보면 1인가구가 83.9%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어 3~4인 가구(77.7%), 5인 이상 가구(71.4%), 2인 가구(70.3%) 순서로 비슷하게 집계됐다. 소형가전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공간 효율성’(33.5%)이 가장 많은 응답을 기록했다.
시장 규모도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조사업체 IMARC에 따르면 한국 소형 가전 시장은 2024년 24억 달러(약 3조 2천억원)를 기록했으며, 2033년까지 연평균 4.3% 성장해 36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가전업체들은 앞다퉈 '소형+스마트' 제품 개발에 나섰다.
작은데 비싸도 잘 팔리는 이유
소형 가전은 제조 비용은 낮지만, '공간 절약'과 '스마트 기능'이라는 가치 때문에 프리미엄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렌털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렌털 시장은 2020년 40조원에서 2025년 100조원으로 급성장할 전망 내놓기도 했다. 특히 MZ세대가 선호하는 구독 경제와 궁합이 맞는다.
실제로 LG전자는 2023년 7월 가전 구독 서비스 '업 가전 2.0'을 출시했다. 1인가구가 냉장고·세탁기·건조기·에어컨을 구매하려면 최소 800만원이 필요하지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6년 약정 기준 월 15만원으로 4개 제품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2024년말부터 'AI 구독클럽‘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619만원의 최신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월 10만원 대에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가 작은 가전을 똑똑하게 만든다
2024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활가전 전 분야에서 AI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소형 가전에도 AI 기술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9월 독일 IFA에서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4.5cm 턱을 인식해 뛰어넘고, RGB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로 투명한 액체까지 감지한다. 100도 스팀으로 세균 99.999%를 제거하는 성능도 갖췄다.
LG전자는 '공감지능'이라는 AI 개념을 내세워 2024년형 휘센 에어컨과 트롬 워시콤보 등 10여 종의 제품에 적용했다. 2025년에는 AI 홈 허브 '씽큐 온'을 출시해 집 안 모든 가전을 통합 제어하는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는 차세대 혁신을 '초소형 주방가전+AI 요리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냉장고가 재료 잔량을 파악해 레시피를 추천하고, 조리 과정을 자동 실행하며, 유통기한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사용 후 자동 세척되는 미니 식기세척기도 개발 중이다.
공간이 좁고 요리 빈도가 낮은 1인 가구에게 '작지만 똑똑한 주방'은 강력한 매력 포인트다.
앞으로 전망은?
1인가구는 단순히 가구원 수가 줄어든 게 아니다. 주거 공간, 소비 패턴,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기업은 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 주요하다.
또 단순 소형화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AI, IoT, 스마트홈 기술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AI 홈 생태계 통합이 본격화되고, 1인가구는 2026년 900만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소형 가전 시장은 2026년 30억 달러 규모에 근접하며, 렌털 시장에서는 음식물처리기·의류관리기 등 품목이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1인가구의 증가는 단순한 인구 변화가 아니라 소비 구조의 대전환이다. 작아지는 가전 속에서 벌어지는 혁신은 결코 작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