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통계에서는 혼자 사는 성인이 원룸에 거주할 경우 과밀 가구로 분류될 수 있다. 한국과 유럽의 ‘필요한 방 수’를 계산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통계청(Eurostat)은 가구의 과밀 여부를 판단할 때 가구 구성원 수와 연령, 성별 등을 고려해 필요한 최소 방 수를 산정한다. 가구에는 기본적으로 방 하나를 배정하고, 부부 한 쌍에 방 하나, 18세 이상 성인 한 명마다 방 하나를 추가한다. 12~17세는 같은 성별 두 명당 방 하나, 12세 미만은 두 명당 방 하나를 더하는 방식이다.
이 기준을 성인 1인가구에 적용하면 필요한 방은 두 개다. 가구 자체에 필요한 방 하나에 성인 본인을 위한 방 하나를 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 하나짜리 원룸에 혼자 사는 경우 유럽 통계상 과밀 기준에 해당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유럽연합은 1인가구에 가구 몫과 본인 몫을 더해 두 개의 방을 필요 기준으로 잡는 반면, 한국의 최저주거기준은 1인가구에 방 한 개를 기준으로 삼는다. 실제 과밀률에서도 1인가구와 2인가구 사이에 차이가 나타난다.
2인가구보다 과밀률 높은 나라가 24개국
유럽연합 통계청의 2024년 소득 및 생활여건 조사(EU-SILC)를 보면 EU 27개국에서 과밀 상태에 놓인 1인가구 비율은 9.8%였다. 2인가구는 4.1%로, 1인가구가 2.4배 높았다.
일반적으로 인원이 적은 가구일수록 주거공간에 여유가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EU 27개국 가운데 24개국에서 1인가구의 과밀률이 2인가구보다 높았다.
예외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였다. 두 나라에서는 2인가구의 과밀률이 1인가구보다 높았다.
네덜란드, 1인가구 과밀률이 2인가구의 13.6배
가구 유형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난 곳은 네덜란드였다. 1인가구 과밀률은 6.8%, 2인가구는 0.5%로 13.6배 차이가 났다.
핀란드는 1인가구 19.8%, 2인가구 2.0%로 9.9배였으며, 키프로스는 각각 2.2%와 0.3%로 7.3배였다. 벨기에 6.7배, 프랑스 4.9배, 스웨덴 4.1배 등도 1인가구와 2인가구 사이의 격차가 컸다.
1인가구 과밀률 가장 높은 곳은 라트비아
1인가구 자체의 과밀률을 보면 라트비아가 25.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스웨덴 20.3%, 핀란드 19.8%, 폴란드 17.9%, 슬로바키아 15.4%, 리투아니아 15.0% 순이었다.
라트비아와 폴란드는 2인가구의 과밀률도 각각 21.1%, 11.7%로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스웨덴과 핀란드는 2인가구 과밀률이 각각 5.0%, 2.0%에 그쳐 1인가구와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컸다.
65세 미만 1인가구 과밀률 13.5%…65세 이상은 5.0%
같은 1인가구라도 연령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EU 27개국에서 65세 미만 1인가구의 과밀률은 13.5%로, 65세 이상 1인가구의 5.0%보다 2.7배 높았다.
핀란드는 65세 미만 1인가구가 27.8%, 65세 이상이 6.1%였으며, 스웨덴은 각각 26.7%와 9.7%였다. 독일은 17.3%와 5.2%, 프랑스는 12.7%와 3.7%로 집계됐다.
다만 연령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은 국가도 있었다. 라트비아는 65세 미만 24.9%, 65세 이상 25.0%로 사실상 같은 수준이었다. 폴란드 역시 각각 19.5%와 16.5%로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한국 최저주거기준은 1인가구에 방 한 개
한국은 방 수를 계산하는 방식이 다르다.
국토교통부의 최저주거기준에서 1인가구는 주거면적 14㎡와 방 한 개가 기준이다. 부엌을 포함한 공간을 갖춘 1인용 주거 형태가 최소 기준으로 제시된다. 2인가구는 26㎡에 방 하나와 식사실 겸 부엌을 갖추는 것이 기준이다.
반면 유럽의 과밀 기준에서는 일정 면적 이상이고 벽으로 구분된 공간 등을 방으로 계산한다. 부엌이 별도의 공간으로 분리되지 않고 생활공간에 포함된 원룸은 방 하나로 계산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는 방 하나짜리 원룸이라도 유럽의 가구 구성별 필요 방 수 기준에서는 1인가구가 필요한 두 개의 방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계산될 수 있다.
한국 1인가구 거처, 단독주택 39.0%·아파트 35.9%
한편 한국의 1인가구가 실제로 어떤 주거 형태에서 생활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가구가 거주하는 주택 유형은 단독주택이 39.0%로 가장 많았다. 아파트가 35.9%, 연립·다세대가 11.7%로 뒤를 이었다.
전체 가구와 비교하면 1인가구는 단독주택과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통계상 원룸은 별도의 주택 유형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에 포함되며, 오피스텔은 주택 이외의 거처로 집계된다.
주택 소유 여부에서도 차이가 있다. 1인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32.0%로 전체 가구의 56.9%보다 낮았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등록센서스 기준으로 한국의 1인가구는 824만 가구로 일반가구의 36.6%를 차지한다. 이제 한국에서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된 1인가구지만, 이들이 어느 정도의 주거공간을 필요로 하는지를 정하는 국내 기준은 2011년 이후 변화되지 않고 있다.
1인가구가 빠르게 늘어난 현실에서 최소 주거공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