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보고 왔다’ 1인가구의 아픈 반려묘 돌봄기
‘지옥을 보고 왔다’ 1인가구의 아픈 반려묘 돌봄기
  • 김다솜
  • 승인 2022.11.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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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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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턴가 반려묘가 밥 먹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날씨가 추워져서 식욕이 조금 떨어졌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일체의 사료 먹기를 중단한지 이틀째 되는 날 반려묘는 토를 게워냈다. 투명한 색의 공복토였다. 

하룻동안 공복토가 세 번이나 반복됐다. 다음날 병원 문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고양이를 데려갔다. 첫 병원 방문에서는 엑스레이와 초음파 촬영을 했다.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한 결과 변비인 것 같다는 소견을 받았다. 관장 처치 후에 소화에 도움이 되는 약을 받고 집으로 데려왔다. 

엑스레이 촬영과 초음파 촬영, 그리고 관장에 변비에 도움이 되는 사료까지 모두 합해 병원비는 18만원이 조금 넘게 나왔다. 이대로 낫기만 한다면야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관장 후에도 고양이의 식사 거부 증세는 낫지 않고 오히려 심해졌다. 게다가 식욕을 확인하기 위해 먹인 습식 간식을 토해내기까지 했다. 결국 한 차례 더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한번 더 촬영하고 이번엔 피 검사까지 받기로 했다. 

피 검사 결과에서 특이소견은 나오지 않았다. 엑스레이 사진상 소장 부분에 조금 의심될 만한 부분이 있다고는 했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은 식욕 촉진제를 처방 받았고, 지출한 병원비는 24만원이 조금 넘었다. 

집에 오기 전, 고양이는 공복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지방간 등으로 발병할 위험이 높아 밥을 먹지 않으면 강제 급여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당부가 있었다. 강제급여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필자는 2가지 방법을 병행했다. 

하나는 습식 사료를 손가락으로 떠서 입천장에 바르는 방법이었고, 하나는 습식 사료에 물을 타서 주사기로 급여하는 방법이었다. 의사가 추천하는 방법은 전자였지만, 문제는 반려묘의 반항이 거세다는 점이다. 제대로 입도 벌리지 않을뿐더러 겨우 바르더라도 뱉어내기 일쑤였다. 

물론 주사기로 급여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액체 상태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삼키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두 가지 방법 모두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2~3시간의 텀을 두고 짧게 자주 먹여야 했다. 

약을 먹이는 것도 상당히 고된 일이었다. 뭣도 모르고 병원에서 받아온 가루약을 그대로 급여했더니 거품침을 내며 토해냈다. 병원에서 캡슐을 받아와 가루약을 캡슐에 담고 약 먹이는 방법을 급하게 찾았다. 

약 먹이는 도구인 필건부터 손으로 먹이기 등 인터넷에 나온 여러 방법을 모두 사용한 결과 가장 난이도가 낮은 방법은 물과 함께 먹이는 것이었다. 작은 티스푼에 약과 물을 함께 올린 후 입으로 넘기면 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약을 뱉지 않고 삼킨다. 

그러나 이같은 집사의 고군분투와 관계없이 고양이는 하루하루 기력을 잃어갔다. 이대로 죽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으로 눈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계속해서 기력을 잃어가는 고양이를 두고 볼 수 없어 2차 병원에 데려갔다. 초음파 검사 끝에 십이지장과 소장 쪽에서 이물질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발견됐다. 조영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각종 검사와 조영술, 하루 입원비까지 모두 합해 42만원 정도의 병원비를 지불했다. 

조영술 결과 이물질로 인한 폐색은 아니라는 소견을 들었다. 초음파에서 보였던 물질은 조영술 과정에서 대장으로 옮겨졌다고 했다. 항생제와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꼬박꼬박 강제급여와 약 먹이기를 하루 정도 더한 끝에 고양이는 스스로 밥을 먹었다. 식욕부진 증상이 나타난지 딱 일주일 만의 일이었다. 

아직도 왜 고양이가 갑자기 식욕을 잃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의사 역시 날씨 변화에 따른 소화력 저하 등이 의심된다고 할 뿐이었다. 

단 일주일 사이 필자가 지불한 병원비는 85만원 정도다. 강제급여를 위해 구매한 습식사료 값까지 하면 거의 9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왜 나온 것인지 몸소 체험한 것이다. 

만약 반려묘를 키우고 있거나 입양할 예정이라면, 어릴 때부터 알약 형태로 된 오메가3 등을 급여하며 약 먹이는 방법을 미리 익혀두길 권한다. 또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해 반려동물 의료비 저축을 미리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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