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부른 줄 알았는데” AI 커버곡, 이대로 괜찮을까
“가수가 부른 줄 알았는데” AI 커버곡, 이대로 괜찮을까
  • 김다솜
  • 승인 2023.11.15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가 국내 인기가요를 부른다면? 

몇 년 전까지는 상상에 그쳤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브루노 마스가 뉴진스의 하입보이를 부르고 칸예 웨스트가 정인의 오르막길을 열창한다. 그럴싸하게 들리는 이 노래들은 실제 가수들이 부른 것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낸 이른바 ‘AI 커버곡’이다. 

최근 유튜브 등 각종 SNS에서 AI 커버곡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거 딥페이크, 딥보이스 등의 기술은 소수의 개발자들만 구현할 수 있는 기술처럼 여겨졌으나 기술의 발전 및 대중화로 누구나 손쉽게 AI 커버곡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되면서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AI 커버곡은 이미 인기 반열에 올랐다. 유튜브에 게시된 AI 커버곡들은 적게는 몇 만 회에서 많게는 수백만 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브루노 마스의 하입보이 AI 커버곡은 업로드 6개월 만에 235만 회를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분석업체 마켓닷어스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 AI 음악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2900만 달러(약 3035억원)에서 2032년 26억6000만달러(약 3조5263억원)으로 10년 간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커버곡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존에 발매된 가수들의 노래를 딥러닝 과정을 거쳐 학습시켜 목소리 특성을 추출한다. 이후 커버를 원하는 곡에 필터를 걸어 기존 곡의 목소리를 학습시킨 목소리로 변환하면 끝이다. 

일반인도 이 과정에 따라 AI 커버곡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나 사이트도 많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AI 커버곡 시장이 확대될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다. 특히 저작권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건은 올해 4월 발생했다. 

당시 팝스타 위켄드와 드레이크가 컬래버레이션 해 불렀다는 ‘하트 온 마이 슬리브’(Heart On My Sleeve)가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알고 보니 이 곡은 AI로 만든 가짜 음원이었다.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 ‘고스트라이터’가 AI를 사용해 마치 드레이크와 위켄드가 부른 것처럼 만든 곡이었던 것이다. 이후 해당 음원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각종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삭제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티스트의 목소리 역시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따라서 AI에게 데이터를 학습시키고자 한다면 사전에 허가를 받거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2023 서울 저작권 포럼’은 ‘생성형 AI와 저작권’을 주제로 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미라 순다라 라잔 미국 UC Davis 로스쿨 교수는 “AI에 의해, AI를 이용해 생성된 작품은 실제 창작한 주체가 누구인지 작품에서 나오는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등의 논란이 있으며 현재 어느 국가에서도 이를 법으로 규정한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를 인간 창의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되 ‘저작인격권’을 강화해 AI 창작물로부터 예술가들의 명예와 생계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문체부와 저작권위가 만든 ‘AI-저작권 관련 활용 가이드안’ 초안이 일부 공개되기도 했다. 가이드안은 저작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 등 생성형 AI 사용자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담았다. 저작권위는 연내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 3월 AI 커버 등의 문제에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AI 학습에 음악 창작물이 데이터로 사용될 가능성과 관련해 저작권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AI-저작권 관련 논의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유럽의회(EU)는 지난 6월 인공지능 법(AI Act)을 제정한 데 이어 최근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학습 데이터를 이용한 경우 AI 개발사가 사용한 저작물을 공개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