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200g 소포장 김치를 집어드는 손길이 늘고 있다.
"어차피 다 못 먹고 버릴 텐데" 지난해 기준 1인가구는 804만 가구로 전년 대비 2.8% 증가하며, 이들의 장바구니는 이제 '가성비'보다 '낭비 최소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우유·햇반·소스·계란·밀키트까지, 대부분의 식품군에서 '소용량'은 이제 하나의 독립 카테고리가 됐다.
"버리는 게 더 아까워요"...1인가구 804만 시대의 선택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하며 2023년 기준 연령대별로는 70세 이상이 19.1%, 29세 이하가 18.6%, 60대와 30대가 각각 17.3% 로 나타났다.
2050년에는 1인가구가 905만 가구로 증가하며 전체 가구 중 39.6%를 차지할 전망이다.
세 집 건너 한 집이 혼자 사는 시대. 젊은 층의 독립과 고령 1인가구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소용량 식품 시장의 고객층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 달 평균 9.3kg 버린다...음식물 쓰레기가 '심리적 비용'으로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1인가구의 가장 큰 비용 손실은 '남김 비용'이다.
환경부 전국폐기물통계조사(2021~2022년)에 따르면 1인당 하루 음식물류 폐기물 분리배출량은 310.9g으로 조사됐다. 월 단위로는 약 9.3kg, 연간으로는 약 113kg에 달한다. 음식물쓰레기는 생활쓰레기 전체 발생량의 약 29%를 차지하며, 이 중 약 70%는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발생한다.
통계로는 담기지 않는 불편함도 크다. 종량제 봉투를 채우는 데 일주일 이상 걸리는데, 그동안 벌레가 생기고 악취가 난다. 냉동실에 얼려두자니 위생이 걱정이고, 그때그때 버리자니 봉투값이 아깝다.
유통업계는 이런 소비자 심리를 정확하게 포착했다. 소용량 제품의 단위 가격이 비싸도 "못 먹고 버리는 비용"보다 낫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편의점, '24시간 슈퍼'에서 '식품 플랫폼'으로 진화
유통사 입장에서도 소용량 제품은 매력적이다. 재고 회전율이 높아 창고 부담이 줄고, 소비자가 자주 재구매해 매출 안정성이 높다.
특히 편의점은 소포장 상품으로 업태 자체를 재정의했다. 마켓링크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대비 2024년 상반기 편의점 식품 매출은 11.9% 성장한 반면 비식품 매출은 2.4% 증가에 그쳤다. 식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상반기 90%에서 2024년 상반기 91.6%로 증가했다.
식품 중 성장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제과류(19.5%)였고, 대용식(17.6%), 음료(16.0%), 유제품(12.3%)이 뒤를 이었다.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2013년 779억 원에서 2017년 2500억 원으로 4년 새 3배 이상 성장했으며, 2018년에는 3500억 원 규모로 4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편의점은 이제 단순한 24시간 슈퍼가 아니라, 1인가구의 '식품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소용량의 역설...플라스틱 폐기물 80.6% 급증
하지만 소용량 제품의 확산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포장재 폐기물의 폭발적 증가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총 1193만 톤으로 2010년보다 약 2.5배,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대비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배달음식 포장재를 포함하는 '기타 폐합성수지류' 배출량은 2021년 하루 평균 1,292.2톤으로 2019년(715.5톤/일)보다 80.6% 급증했다.
플라스틱 사용의 44%가 포장재이며, 일상생활 플라스틱 쓰레기 중 식품 포장재가 73.2%를 차지한다. 5개로 나눠 담긴 딸기 소포장은 1kg 한 팩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훨씬 많다.
업계는 '친환경 패키징'과 '리필 스테이션'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전환 속도는 더디다. 2021년 기준 전체 플라스틱의 국내 물질 재활용률은 약 27%이며,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약 16.4%에 불과하다.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6개 중 1개 수준인 셈이다.
"조금 팔아도 자주 팔린다"...성장 공식은 유효할까
소용량 식품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인가구의 연간 소득은 3223만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으며, 월평균 소비지출은 163만원이다. 1인가구의 구매력이 개선되면서 프리미엄 소용량 제품 수요도 늘고 있다.
재고 회전율이 높고, 재구매 주기가 짧으며, 소비자 만족도도 높다. "조금 팔아도 자주 팔린다"는 공식은 유통업계에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환경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일부 유통사는 리필 스테이션 확대, 생분해성 포장재 도입, 보증금 반환 시스템 등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소용량 제품을 선택하되 과대 포장을 거부하고, 다회용기 사용을 늘리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