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칼럼] 1인가구의 숨은 노동: 빨래가 쌓이는 속도보다 마음이 먼저 지친다
[라이프 칼럼] 1인가구의 숨은 노동: 빨래가 쌓이는 속도보다 마음이 먼저 지친다
  • 윤지현
  • 승인 2025.11.21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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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의 집에는 불문율이 있다. 바쁜 날일수록 빨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티셔츠 하나, 양말 한 켤레로 시작한 빨래감이 어느새 바구니를 삼킬 듯한 산이 된다.

문제는, 그 누구도 이 산을 대신 치워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세탁기를 돌리는 건 어렵지 않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다. 널고, 걷고, 개고, 제자리에 넣는 과정. 1인가구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아… 돌린 건 좋은데, 이걸 언제 다 널지"

빨래를 널어놓으면 집안 습도는 마음처럼 답답하게 올라가고, 걸어놓은 양말은 왜인지 꼭 한 짝만 먼저 마른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마주한 빨래 건조대는 가끔 과제 제출 직전의 초조함을 준다.

1인가구의 빨래는 단순한 집안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심리적 피로'가 가장 큰 노동이다.

내일 입고 싶은 옷이 세탁 바구니 속에 있을 때의 허탈함, 다 마른 옷을 개기 귀찮아서 이틀째 건조대에 걸어둔 채 "뭐… 그냥 여기서 꺼내 입자" 하게 되는 자기합리화까지.

그렇다고 이 일에 감정만 있는 건 아니다. 빨래는 이상하게 성취감을 준다. 정리된 옷장이 주는 평온, 깔끔하게 접힌 수건이 주는 작은 자신감.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 성취감을 잘 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생활을 유지하는 건 은근히 큰 기술이다. 이 기술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하루, 이틀, 일주일씩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힘이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빨래 산 앞에서 다짐한다. "오늘은 꼭 개자. 진짜로" 물론 그 다짐이 내일로 미뤄져도 괜찮다.

누군가에게 미루는 게 아니라, 내일의 '조금 더 살아가는 나'에게 맡기는 것뿐이니까.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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