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다인가구의 58% 불과, 자산 70%가 하위권…빈곤·주거불안·고립 3중고 심화
혈연중심 복지 한계…’지정돌봄관계등록제’ 필요성↑
우리나라의 가구 구조가 근본적인 변화의 변곡점을 지났다. 만혼과 비혼의 확산, 인구 고령화가 맞물리며 ‘4인가구’ 중심의 사회구조가 붕괴되고 ‘1인가구’가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인구위기와 축소사회 대응: Ⅳ. 1인가구 증가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가구의 비중은 21015년 27.2%에서 2024년 36.1%로 급증했으며 오는 2052년에는 41.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1인가구의 질적 변화다. 보고서는 1인가구의 중심축이 청년층에서 중·고령층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 1인가구 중 50대 이상 중·고령층의 비중은 52.5%로,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2052년에는 1인가구 중 70대 이상이 42.2%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돼 향후 1인가구 문제는 독거노인 돌봄 문제와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여건 역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1인가구의 연평균 가처분소득은 2348만원으로 다인가구(4049만원)의 58% 수준에 그쳤다. 자산 격차는 더욱 뚜렷해 1인가구의 70.6%가 순자산 하위 40% 구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빈곤은 더 심각하다. 60세 이상 1인가구의 73%는 월소득 200만원 이하로 생활하고 있어 노후 빈곤이 구조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주거 불안정성도 1인가구의 삶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다. 1인가구의 자가 보유 비율은 30.1%로 다인가구(71.8%)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반면, 월세 거주 비율은 47.0%로 다인가구(10.1%)의 4배 이상 높았다.
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 비중(RIR) 역시 1인가구는 6.7%로 전체 평균(2.9%)을 크게 상회해 주거비 부담이 생계 전반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경제적 빈곤은 사회적 고립과 결합해 위기 대응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아플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1인가구 평균 2.9명으로 다인가구(3.6명)보다 적었으며,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19년 2949명에서 2023년 3661명으로 연평균 5.6% 증가했다.
보고서는 1인가구가 직면한 빈곤, 질병, 고립의 문제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국가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가족 없는 1인가구의 돌봄공백
대안은 지정돌봄관계등록제?
보고서는 급증하는 1인가구 문제의 핵심 해법으로 기존 ‘가족 중심 복지’에서 ‘개인 중심 복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며 ‘(가칭)지정돌봄관계등록제’ 도입을 제안했다.
현행 법과 제도는 혼인과 혈연관계를 맺은 법적 가족이 있는 경우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이로 인해 법적 가족이 없는 1인가구는 응급 수술 동의, 장례 절차, 요양병원 입소, 실종 신고 등 긴급한 상황에서 보호자가 없어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는 ‘돌봄 공백’에 떠밀리게 된다.
기존의 성년후견제도는 판단능력이 상실된 이후에만 개입이 가능하고 절차가 복잡하며, 생활동반자제도는 사회적 합의 지연으로 도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구원이 제안한 ‘지정돌봄관계등록제’는 개인이 신뢰하는 친구, 이웃, 비혼 파트너 등의 제3자를 돌봄 관계인으로 지정해 행정관청에 등록하면 법적 보호자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혼인 여부나 혈연관계와 무관하게 당사자간 자율적인 계약을 기반으로 하며 언제든지 철회나 갱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연성을 가진다.
제도가 도입될 경우 등록된 돌봄관계인은 ▲응급상황 시 수술 및 치료 동의 ▲실종 신고 등 신상 보호 요청 ▲병원 및 관공서에서의 필수 정보 접근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재산권이나 상속권 같은 경제적 권한은 배제하고 초기에는 생명권 보호와 필수 행정 처리에 국한해 제도의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또 1인가구의 생애주기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도 제시했다. 청년층에게는 주거비 분담 완화와 일자리 연계를 통한 자립 지원을, 중·장년층에게는 공유주택 활성화 및 단절된 사회적 관계망 복원을, 고령층에게는 고령 친화 주택 개조와 응급상황 인식 시스템 도입 등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인구감소와 가구 구조 변화는 피할 수 없는 ‘뉴노멀’이며 1인가구 증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사회 구조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며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 개념을 넘어 실질적으로 서로를 돌보는 다양한 관계를 제도적으로 포용하는 것만이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