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이야기] 서울 20대 직장인 A씨의 가계부, "월급 들어오는 날이 제일 무섭다"
[1인가구 이야기] 서울 20대 직장인 A씨의 가계부, "월급 들어오는 날이 제일 무섭다"
  • 한승훈
  • 승인 2026.04.15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급 들어오는 날이 제일 무섭다는 말, 처음엔 과장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서울 마포구에서 자취 중인 29세 직장인 A씨는 월급날이 '기다려지는 날'이 아니라 '통장이 비워지는 날'이라고 말한다. 세후 약 260만원을 받지만, 고정지출을 제외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월급이 들어오면 하루 안에 대부분 빠져나가요. 월세, 대출이자, 카드값, 보험료, 통신비까지 자동이체로 나가고 나면 남는 돈이 100만원이 안 돼요"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의 평균 세전 월급은 266만 원 수준이다. 4대 보험과 소득세를 제하면 실수령액은 이보다 낮아진다. 여기서 서울 원룸 평균 월세(2026년 2월 기준 67만 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다방 분석)와 관리비를 내고 나면, 남은 돈으로 식비·교통비·통신비·보험료·대출이자까지 감당해야 한다.

A씨의 월 고정지출은 약 180만원 수준이다. 주거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짜리 원룸이에요. 관리비까지 합치면 80만원 정도 나가요. 사실 이 정도도 싼 편이라 옮기기도 쉽지 않아요"

학자금 대출 상환(월 20만원), 식비, 교통비, 통신비를 더하면 소비를 줄일 여지가 거의 없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5년 귀속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미상환율은 금액 기준 19.4%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취업에 성공하고도 빚을 갚지 못하는 청년이 역대 최대라는 뜻이다.


고정지출보다 무서운 것은 갑작스런 지출

A씨가 특히 부담스럽다고 꼽은 건 '예측 불가능한 지출'이다.

"병원비나 경조사비 같은 게 한 번씩 나오면 그 달은 바로 적자예요. 그래서 월급날이 오히려 스트레스예요. '이번 달도 버틸 수 있을까'부터 계산하게 되니까요"

구독 서비스 해지, 보험 재정비도 시도했지만 체감 효과는 크지 않았다.

"넷플릭스나 음악 스트리밍 끊어봤는데, 몇 만 원 아끼는 수준이라 큰 변화는 없었어요. 오히려 삶의 질만 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저축이 불가능 구조 토로

A씨가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저축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주변에서 재테크 얘기 많이 하는데, 저는 시작할 여유 자체가 없어요. 남는 돈이 있어야 저축을 하든 투자를 하든 할 텐데, 매달 '적자 안 나는 것'이 목표가 돼버렸어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2024년 1인가구의 연간 소득은 3423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7427만원)의 46.1% 수준이다. 1인가구의 53.6%는 연소득이 3000만원 미만이다. 저축 여력이 구조적으로 없는 1인가구가 절반을 넘는다.

A씨도 이 상황을 개인의 소비 습관 문제로 보지 않는다.

"월급이 적다고만 말하기도 애매해요. 그냥 서울에서 혼자 살면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이 너무 큰 것 같아요. 월세만 낮아져도 숨통이 좀 트일 텐데요"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연봉이 조금 올라도 결국 집값이나 물가가 같이 오르니까 체감이 안 돼요. 그래서 요즘은 '얼마 버느냐'보다 '얼마 남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지=AI 생성
서울 20대 직장인 A씨의 1인가구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미지=AI 생성)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