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중년의 진실④ 동네 반상회 대신 온라인 동호회…중년 미혼의 '느슨한 연대'
미혼 중년의 진실④ 동네 반상회 대신 온라인 동호회…중년 미혼의 '느슨한 연대'
  • 김영호
  • 승인 2026.05.28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혼해 가정을 꾸린 기혼 가구가 자녀의 학교나 지역 사회, 동네 반상회를 중심으로 끈끈한 이웃 관계를 맺는 동안, 홀로 사는 중년 미혼 가구는 어디에서 소속감을 찾고 있을까. 이들은 전통적인 지역 밀착형 모임 대신 온라인 커뮤니티와 취미 중심 동호회를 통해 자신들만의 '느슨한 연대'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중년 지역사회 소속감 3.4점…40대 독신 남성 '소속감' 최하위

서울연구원의 '2025 서울서베이 심층분석(서울시 미혼 중년의 삶)'에 따르면, 서울시 중년 미혼 1인 가구가 느끼는 지역사회 소속감은 10점 만점에 평균 3.4점에 그쳤다. 기혼 부부 가구(4.3점)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홀로 사는 미혼 중년들이 지역 기반의 기존 공동체 구조에서 소외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세부 항목별로 들여다보면 격차는 더 선명하다. '이웃과 알고 지냄' 항목에서 미혼 1인 가구는 4.2점을 받은 반면 기혼 부부 가구는 5.3점이었다. '어려운 일에 대한 상호 도움' 항목에서는 미혼 1인 가구가 3.1점으로 기혼 부부(3.9점)와 거의 1점 가까이 벌어졌다. 이웃을 알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립감은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더 세부적으로 갈라졌다. 지역사회 소속감이 가장 낮은 집단은 '40대 미혼 남성 1인 가구'로, 소속감 점수가 단 3.0점에 불과해 전체 조사 대상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미혼 1인 가구 안에서도 50대 남성(3.6점), 40대 여성(3.5점)보다 현저히 낮았다.

결혼하지 않은 40대 남성이 동네와 지역 사회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깊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조사팀은 이들이 "직장 외 거주지 기반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50대 이상 고령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반면 소속감 지표에서도 소득에 따른 반전이 관찰됐다. 월 소득 8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구간에 진입하면 미혼 1인 가구의 지역사회 소속감은 4.5점으로 급등해, 오히려 기혼 유자녀 가구(4.4점)를 추월하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소득이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의 자신감과 소속감으로도 직결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혼은 종교·반상회, 미혼은 동호회·온라인 커뮤니티

사회적 참여의 통로 자체가 좁은 것도 사실이다. 중년 미혼 1인 가구의 단체 활동 참여 경험률은 76.2%로, 기혼 유자녀 가구(83.3%)보다 7.1%p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참여하는 모임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미혼과 기혼 집단의 성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모든 가구 유형에서 친목 모임(76.2%)과 동창회·동창 모임(33.7%)이 1, 2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공통적이었다. 그 아래부터가 갈렸다.

중년 미혼 1인가구는 3순위에 동호회(10.0%), 4순위에 온라인 커뮤니티(5.3%)가 자리했다. 반면 기혼 부부 가구는 3순위가 종교단체(8.0%), 4순위가 지역모임·향우회·종친회(7.4%)였고, 기혼 유자녀 가구도 3순위에 지역모임·향우회·종친회(6.8%), 5순위에 종교단체(5.4%)가 들어있었다.

자녀 양육과 정주 여건이 중요한 기혼 가구가 지역 밀착형·전통적 모임에 참여하는 동안, 미혼 가구는 취향과 관심사로 뭉치는 온라인 기반 네트워크로 향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참여가 중년 미혼의 주요 사회 활동으로 꼽히는 현상은 사회적 관계 맺기 방식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몸 아플 때 보살펴 줄 사람 없다 10.2%…느슨한 연대의 한계

문제는 이들이 즐기는 느슨한 연대가 일상적인 활력소가 될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위기 상황을 방어하는 실질적 지지 체계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년 미혼 가구의 인적 자원 공백은 심각한 수준이다. "몸이 아플 때 보살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미혼 1인가구는 10.2%에 달했다. 부모와 함께 살면서도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대화 상대가 없다"고 한 부모 동거 미혼 가구도 12.4%로 나타났다.

기혼 유자녀 가구에서 동일 항목의 응답이 각각 1.9%, 4.5%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온라인 속 수많은 대화 상대 속에서도, 정작 생존을 위협받는 순간에는 완벽한 고립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신호다.

어려울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 자체도 미혼 1인가구는 83.8%로, 기혼 유자녀 가구(92.9%)보다 9.1%p 낮았다. 평균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 수도 미혼 1인가구는 3.2명으로, 기혼 유자녀 가구(3.6명)보다 0.4명 적었다. 결혼과 출산이 사회적 지지망의 양과 질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이 수치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서울시 '혼밥탈출'·'마음편의점' 운영 중이지만…중년 미혼 맞춤형은 미흡

이 같은 실태에 서울시도 일부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25개 자치구 1인가구지원센터를 통해 교육·여가문화 프로그램, 상담, 사회적관계망 활성화 사업을 운영 중이다. '서울마음편의점', '외로움안녕120', '365 서울챌린지' 등 외로움·고립 예방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중년 1인가구가 홀로 식사하지 않도록 공동식사를 제공하는 '고독 중장년 혼밥탈출' 사업도 신규 가동됐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들이 중년 미혼이 선호하는 방식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복지관 중심의 대면 집합 프로그램은 지역 기반 관계 형성이 익숙한 고령층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동호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율적 관계를 맺어온 중년 미혼에게는 오히려 문턱이 높다.

'느슨한 연대'를 제도로 뒷받침해야

중년 미혼 1인가구의 고립을 막기 위해서는 이들의 모임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의 혈연 중심 돌봄이나 복지관 중심의 대면 프로그램 체계를 고집하는 대신, 미혼층이 실제로 선호하는 방식을 정책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운동, 독서, 자기계발 등 동네 기반 소모임의 활동비 지원이나 소통 플랫폼을 지자체가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다. 미혼 중년이 선호하는 취향 중심의 느슨한 연대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지역 사회로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혈연 중심 돌봄 체계를 대체할 '사회적 가족(Social Family)'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함께 나왔다.

혼자 사는 중년이 10명 중 8명을 넘어선 시대에, 이들이 선택한 연대 방식을 제도가 따라가야 할 시점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