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중년의 진실③ "혼자 안 사니 괜찮다?"…복지 사각지대 놓인 '저소득 부모 동거 중년'
미혼 중년의 진실③ "혼자 안 사니 괜찮다?"…복지 사각지대 놓인 '저소득 부모 동거 중년'
  • 김영호
  • 승인 2026.05.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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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의 가구 관련 정책은 오랫동안 '기혼 다인 가구' 중심이었다가, 최근 1인가구의 급증에 맞춰 '1인가구 지원' 체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1인가구 지원에만 6316억원을 투입해 고립 예방, 동행 돌봄, 주거 안정 등 31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축으로만 양분된 복지망 아래에서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해 소외되는 새로운 취약 계층이 존재한다. 바로 부모와 함께 사는 저소득 미혼 중년층이다.

서울연구원의 '2025 서울서베이 심층분석(서울시 미혼 중년의 삶)' 보고서는 혼자 사는 중년보다 '저소득이면서 부모와 동거하는 중년'이 심리적·경제적으로 더 취약할 수 있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이들은 주민등록상 다인 가구로 분류되어 각종 1인가구 복지 혜택에서 배제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가장 깊은 고립을 겪고 있는 행정 사각지대의 주인공들이다.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중년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GettyImagesbank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중년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GettyImagesbank

혼자 사는 싱글보다 더 외롭다…종합 지표의 경고

흔히 가족과 함께 거주하면 경제적 부담이 덜하고 심리적 안정감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데이터는 정반대의 실태를 보여준다.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의 저소득 부모 동거 미혼 가구의 외로움 지수는 5.1점(10점 만점)으로, 전체 조사 대상 집단 중 가장 높았다. 같은 저소득 구간의 미혼 1인가구(4.5점)보다도 높은 수치다. 외로움을 가장 적게 느끼는 집단인 고소득 미혼 1인가구(2.4점)와 비교하면 2배를 넘는다. '가족과 함께'라는 조건이 저소득 상황에서는 고립의 방파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수치가 직접 말해준다.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에서도 차이는 두드러진다. 월 소득 200만원 미만 부모 동거 미혼 가구의 삶의 만족도는 4.8점, 행복지수는 5.3점에 불과해, 1인가구이면서도 고소득인 집단(만족도 7.7점, 행복지수 7.8점)과 3점 이상 벌어진다.

신체 활동에서도 취약성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월 소득 400만원 미만의 부모 동거 미혼 가구 중 61.2%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같은 소득 구간에서 미혼 1인가구가 37.1%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24%p 이상 높다. 같은 집에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복지 접근성이 낮아지고, 그 결과 건강 공백까지 심화하는 구조다.

이들이 가장 크게 받는 스트레스(1순위)는 재정 상태(48.2%)와 건강 상태(32.2%)로, 일상이 생존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그나마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부모 동거 미혼 가구 중 25.6%가 경제적 위기 때 금전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해, 기혼 유자녀 가구(13.3%)의 두 배에 육박했다.

"가족과 사니 제외"…서울시 조례도 예외 조항 달았지만

문제는 이들이 겪는 위기가 현재의 사회적 지원 체계로는 전혀 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2016년 전국 최초로 '1인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2021년에는 1인가구 지원전담조직도 신설했다. 올해도 6316억원을 1인가구 지원에 투입하는 등 규모 면에서는 전국 최대 수준이다.

서울시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위한 1인가구 지원 기본 조례'는 지원 대상에 "주민등록상 다인가구이나 다른 가구원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돌봄 등을 받기 어려운 경우"를 포함하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조문상으로는 부모 동거 중년도 포함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예외 조항이 적용되기 어렵다. 병원 안심 동행, 스마트 안부확인, 외로움 돌봄 동행 등 개별 사업의 신청 자격은 대부분 '주민등록상 1인가구'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복지관 창구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 자녀가 서비스를 신청하면 "가구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즉시 대상 외로 분류되는 경우가 반복된다. 

반대로 기혼 가구 중심의 복지 체계는 미혼이라는 이유로 이들을 배제하고,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돌봄 연계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노부모를 실질적으로 부양하고 있으면서도 서류상 독거가 아니라는 이유로 양쪽 복지망 모두에서 밀려나는 셈이다.

기초생활보장도 다인가구 합산 기준이 걸림돌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에서도 구조적 장벽이 존재한다.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성인의 경우, 동거 가구원인 부모의 소득과 재산이 합산되어 수급 기준 초과로 탈락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실질적으로 저소득 상태인 성인 자녀가 노인 부모와 함께 산다는 이유로 빈곤 지원에서도 배제되는 구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 중 1인가구 비중은 74.4%에 달한다. 복지 안전망 자체가 1인가구를 중심으로 설계된 방증이다. 그 바깥에 있는 저소득 다인 가구, 특히 성인 자녀와 노부모로 구성된 가구는 수급 기준 설계 단계에서부터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중년 미혼은 단일 집단이 아니다"

서울연구원은 중년 미혼 집단을 단일한 프레임으로 묶어 접근하는 기존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여유를 즐기는 싱글과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립된 동거인 사이의 극단적 격차를 인정하고, 가구원 수 중심의 복지 기준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에 대해 구체적 대안으로 "1인가구 중심의 지원 정책 범위를 성인 자녀가 노인 부모와 동거하는 가구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중년 미혼층이 지역 밀착형 모임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동호회를 선호하는 점을 고려해, 동네 기반 소모임 활동비 지원이나 플랫폼 제공 등 느슨한 연대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서울시도 이 방향을 일부 인식하고 있다. 올해 안에 '1인가구 지원 중장기 종합계획(2027~2031년)'을 마련하면서 1인가구 3000명 대상 대규모 실태조사를 5월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 돌봄고독정책관은 "과거 3~4인 가구 중심이던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 1인가구도 외롭지 않은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계획에서 저소득 부모 동거 미혼 중년이 포함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가족의 해체와 만혼화가 고착화된 사회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중년 가구는 더 이상 '일시적인 과도기 가구'가 아니다. 서류상 가구 형태에 갇혀 실질적 취약 계층을 외면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복지 정책의 정밀한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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