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발소리만 층간소음? 원룸 생활소음은 제도 밖에 
[뉴스줌인] 발소리만 층간소음? 원룸 생활소음은 제도 밖에 
  • 김다솜
  • 승인 2026.06.09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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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 알람·복도 발소리·배관 소리까지…원룸 생활음에 흔들리는 일상
층간소음 상담, 2015년 1만9278건 → 2025년 3만2662건
오피스텔·고시원·다가구주택 등 1인가구 주거 형태, 제도 사각지대 우려 

#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1인가구 A씨(32세)는 최근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출퇴근이 편하고 월세도 예산 안에 들어와 선택한 오피스텔이었지만 벽간소음으로 인한 불편함이 커지고 있어서다. 

휴대폰 알람음, 대화 소리부터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까지 크고 작은 소음들이 벽너머로 들려오니 생활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새벽에는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까지 들리는데 내가 내는 소리도 옆집이 듣고 있을 걸 생각하니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고 토로했다. 

주택 소음이라고 하면 대개 윗집에서 뛰거나 걸어 나는 층간소음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1인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원룸·오피스텔·고시원에서는 소음이 꼭 위아래로만 오가지 않는다. 

옆방 알람, 휴대전화 진동, TV 소리, 물소리, 세탁기 탈수 진동, 배관 물소리 등의 생활음은 벽과 문, 바닥과 천장을 가리지 않고 번진다. ‘층간’이라는 말로는 다 담기 어려운 소음이다. 이런 소음은 수면과 휴식을 방해해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제도적으로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층간소음 관련 민원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전화상담 서비스 접수 건수는 2015년 1만9278건에서 2025년 3만2662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4만6596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였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현장진단 서비스도 계속되고 있다. 2025년 접수 건수는 7111건, 처리 건수는 6834건으로 집계됐다. 

소음 갈등이 장기화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층간소음 분쟁에서 비롯된 형사 1심 판결문 734건을 분석한 결과 폭력범죄가 70.6%로 가장 많았고 살인·살인미수·방화 등 강력범죄도 9.9%를 차지했다. 

생활소음 갈등이 제때 중재되지 않으면 이웃 간 감정싸움을 넘어 범죄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소리는 있지만 제도는 없다 

현행 제도가 실제 생활소음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뛰거나 걷는 소리, 음향기기 사용 등으로 발생하는 소음을 층간소음으로 규정하고 이를 직접충격소음과 공기전달소음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불편을 주는 소리가 모두 층간소음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원룸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급·배수 소음 등은 층간소음 범위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주거 형태에 따른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처럼 공동주택으로 분류되는 곳은 층간소음 상담과 현장진단 서비스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다가구주택, 다중주택, 고시원, 오피스텔 등은 제도 적용이 제한적일 수 있다. 1인가구가 많이 사는 주거형태일수록 실제 생활소음은 빈번하지만 제도적 지원에서는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이같은 현실을 보여준다. 한 기숙사 거주자는 위층 소음 피해를 해결하기위해 한국환경공단의 현장진단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에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재는 기숙사가 공동주택이 아닌 준주택에 해당하는 만큼 소음측정 및 피해 예방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기본권 침해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환경분쟁조정법이나 민법 등 다른 해결 수단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거주자 입장에서는 당장 밤마다 반복되는 소음을 두고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한계 때문에 원룸 생활소음을 개인 간 갈등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원룸이나 다가구주택에서는 건물 구조와 설비 상태에 따라 생활소음 전달 정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생활소음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거주자의 자발적인 배려뿐 아니라 건축·관리 측면의 개선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 1인가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렇다고 생활소음을 개인이 감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제도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일수록 거주자가 스스로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원룸이나 오피스텔처럼 구조적 방음 성능 차이가 큰 주거 형태에서는 계약 전 점검이 생활 만족도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 

집을 구할 때는 역세권이나 월세 수준뿐 아니라 소음 환경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집을 보러 갔을 때 방 안에만 머무르지 말고 복도와 계단, 공동현관 주변을 직접 걸어보며 소리가 얼마나 들리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엘리베이터나 분리수거장처럼 사람들의 이동이 잦은 시설과 방의 거리가 가까운지도 체크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계약 전에는 방 구조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옆방과 맞닿은 벽이 어디인지, 침대나 책상을 소음이 적은 위치에 둘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화장실이나 싱크대 배관이 침실 벽과 붙어 있는 구조라면 물소리가 크게 들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미 입주한 뒤라면 생활소음이 반복될 경우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소음이 발생하는 시간대와 종류를 메모해두면 관리인이나 건물주에게 문제를 설명할 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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