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새만금 프로젝트 참여 제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현대차가 9조원을 쏟아붓는 새만금 프로젝트에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이 가세할 경우, 전북 새만금은 단순한 국내 산업단지를 넘어 글로벌 피지컬 AI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열렸다.
젠슨 황 CEO는 6월 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정의선 회장과 1시간 안팎의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정의선 회장이 한국 'AI 밸리'인 새만금에 엔비디아 시설을 세워달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훌륭한 삼겹살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며 새만금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빗대 '새만금 AI 밸리'라고 표현했다.
다만 이날 공개된 내용은 협력 방향성에 무게가 실렸을 뿐, 투자 규모와 시점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새만금 AI 밸리는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2월 정부·전북특별자치도와 투자협약을 맺고 새만금 112만4000㎡ 부지에 총 9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와 전북특별자치도는 인허가 등 행정 절차 지원과 함께 로봇·AI·수소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및 인프라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투자의 무게중심은 AI 데이터센터에 쏠려 있다. 전체 투자액의 64%인 5조8000억원이 여기에 집중된다. GPU 5만장 규모의 초대형 연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갖추고,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개발과 스마트 팩토리 운영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저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율주행·로봇 등 피지컬 AI 기체가 현장에서 쏟아내는 데이터를 소화하려면 그에 걸맞은 연산 인프라가 선행돼야 한다. 현대차가 AI 데이터센터에 전체 투자의 64%를 배정한 것은 그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다. 황 CEO 역시 이날 단순한 데이터센터가 아닌 AI를 로보틱스에 접목하는 기술을 집약한 'AI 팩토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에너지 자립 구조도 이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다. 현대차그룹은 1조원을 투입해 200MW 규모 수전해 플랜트를 구축하고, 1조3000억원을 투자해 2035년까지 GW급 태양광 발전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AI 데이터센터와 수전해 설비의 핵심 전력원으로 활용한다. 새만금은 풍부한 일조량과 풍량을 바탕으로 한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해 RE100 달성과 청정 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로봇 생산 인프라도 병행된다. 4000억원을 들여 연간 3만대 규모 로봇 완성품 생산이 가능한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모터·센서 등 핵심 부품 생산 기반을 확대해 국내 로봇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산업 전환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엔비디아의 참여가 실제 투자 계약으로 이어지느냐다. 이날 젠슨 황 CEO의 발언은 구두 의향 표명 수준으로,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공식 협약은 확인되지 않았다.
정의선 회장도 "엔비디아가 새만금 프로젝트에 동참한다면 더 완벽한 AI와 로보틱스, 데이터센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제안 형식으로 설명했다. 양측이 자율주행과 로봇, 제조 AI,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협력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후속 협상의 여지는 충분하다.
엔비디아가 본격 합류할 경우 새만금은 AI 반도체·로봇·수소 에너지·재생에너지가 결합된 미래형 산업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