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뻔한 전시는 그만…서울 숨은 이색박물관 '기생충박물관'
[탐방기] 뻔한 전시는 그만…서울 숨은 이색박물관 '기생충박물관'
  • 윤지원
  • 승인 2026.07.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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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기생충 전문 박물관 탐방
기생충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이색 체험 공간

최근에는 유명 미술관이나 대형 전시뿐 아니라, 색다른 주제와 경험을 앞세운 이색 문화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체험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전문 박물관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에도 다양한 전문 박물관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생충박물관은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기생충박물관은 국내외 기생충을 체계적으로 보존·전시해 기생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질병 예방과 보건 관리에 기여하기 위해 2017년 12월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의 기생충 전문 박물관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어, 이색적인 박물관에 직접 찾아가 봤다.

기생충박물관 입구 전경.

기생충을 새롭게 만나는 공간

기생충박물관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돼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기생충의 정의와 종류, 우리나라 기생충 관리의 역사 등을 소개하는 전시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다소 낯설고 부담스러운 공간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전시장은 연구실 같은 딱딱한 분위기보다 누구나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1층에서는 기생충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기생충이 많이 발견됐는지 등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볼 수 있었다. 설명도 어려운 의학 용어만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림과 사진, 실제 표본을 함께 배치해 내용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다.

이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전시물을 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요소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일반 박물관처럼 유리 진열장 너머 전시품을 바라보기만 하는 공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기생충박물관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돼 있다.
기생충의 역사와 종류를 소개하는 1층 전시.

터치스크린으로 배우는 인체와 기생충

가장 먼저 발길을 멈춘 곳은 인체 모형 터치스크린이었다.

스크린에는 사람의 몸이 표시돼 있었고, 장기나 신체 부위를 손으로 누르면 해당 부위에 감염될 수 있는 기생충과 증상, 특징이 차례대로 나타났다. 글만 읽는 게 아니라 화면을 직접 조작하면서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이라 자연스럽게 전시에 몰입할 수 있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도 그림과 영상 화면을 활용해 설명하고 있어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 '기생충'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한쪽에는 기생충을 잡는 게임도 마련돼 있었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 콘텐츠였지만 성인이 직접 해봐도 의외로 재미있었다. 전시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생충에 대한 정보를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돋보였다.

신체 부위별 감염 기생충을 확인할 수 있는 인체 모형 터치스크린.
터치스크린을 통해 기생충 정보와 증상을 확인하는 모습.

전시를 둘러보다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실제 표본을 전시한 공간이었다.

다양한 흡충류와 기생충 표본이 전시돼 있었고, 전자현미경 사진을 통해 육안으로는 보기 어려운 기생충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직접 현미경을 이용해 표본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교과서나 인터넷 사진으로만 접했던 기생충을 실제로 확대해 보는 경험은 마치 과학 수업이나 연구실을 체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다소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씩 살펴보다 보니 그런 감정보다는 '실제로 이렇게 생겼구나'라는 호기심이 더 커졌다.

실제 표본과 사진을 함께 배치한 덕분에 전시 내용을 훨씬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글을 읽는 것보다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았다.

기생충 표본이 전시된 공간.

기생충도 치료제가 될 수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기생충 표본과 감염원뿐 아니라 기생충 연구가 현재 의학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소개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기생충을 질병의 원인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일부 기생충은 질병 치료나 의학 연구에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전시를 둘러보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기생충에 대한 인식이었다. 단순히 피해야 할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연구 대상이자 의학 발전에도 활용되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됐다.

기생충 연구와 의학적 활용 가능성을 소개하는 전시.

QR 도슨트로 더 쉬워진 관람

전시를 보다 보니 곳곳에 QR코드가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모바일 도슨트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이어폰만 준비하면 전시를 둘러보며 자세한 설명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글로만 접하기 어려운 내용도 음성 설명을 통해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혼자 방문해도 도슨트의 안내를 받는 것처럼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설명 패널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작성돼 있었고, 체험형 콘텐츠와 음성 안내가 함께 제공돼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모바일 도슨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직접 둘러본 기생충박물관의 매력

기생충박물관은 규모가 아주 큰 편은 아니다. 1·2층으로 구성돼 있어 천천히 둘러봐도 관람 시간이 아주 길지는 않았다.

또 전시 주제가 기생충인 만큼 사람에 따라서는 실제 표본이나 확대 사진을 보며 다소 징그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화려한 미디어아트 전시를 기대하고 방문한다면 다소 소박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막상 둘러본 뒤에는 기생충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보다 왜 예방이 중요한지,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기생충이 유행했는지, 현재는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도록 터치스크린과 게임, 현미경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한 점은 일반 박물관과 차별화되는 부분이었다. 교육성과 체험성을 동시에 갖춘 공간이었다.

현미경으로 실제 기생충 표본을 직접 관찰하는 체험.

낯선 주제가 남긴, 뜻밖의 배움

기생충박물관은 이름이 특이한 박물관이라는 호기심에서 끝나는 공간이 아니었다. 현미경으로 실제 표본을 관찰하고, 터치스크린과 게임을 통해 기생충을 배우며, QR 도슨트로 전시 내용을 이해하는 과정은 일반 전시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체험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시 구성은 알찼고, 전시물을 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기생충'이라는 주제 때문에 선뜻 방문을 망설일 수도 있지만, 직접 둘러본 결과 예상보다 훨씬 교육적이면서도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색다른 이색 전시 공간을 찾고 있다면, 한 번쯤 방문해봐도 좋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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