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추억 속으로 사라진 게임'이 도서관에서 다시 켜졌다
[탐방기] '추억 속으로 사라진 게임'이 도서관에서 다시 켜졌다
  • 윤지원
  • 승인 2026.07.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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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된 게임을 보존하는 특별한 공간…복원된 미발매 게임도 체험 가능

서비스 종료와 기술 변화로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된 게임들은 어디로 사라질까. 국립중앙도서관은 특별전 '단종 한국 게임, 다시 켜다'를 통해 오래된 게임 패키지와 잡지, 미출시 게임 자료, 복원된 게임을 공개하며 한국 게임을 기록유산으로 보존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에서 2026년 7월 14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린다.

직접 현장을 찾아 복원된 게임을 체험하고, 게임 기록 보존의 의미를 살펴봤다.


한국 게임의 역사를 한눈에

입구에는 1980년대부터 이어진 한국 게임의 역사를 정리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플로피디스크와 CD-ROM, 게임 패키지, 게임 잡지 등 실제 자료가 전시돼 당시 게임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1994년 출시된 DOS 게임과 2001년 발간된 게임 전문 잡지 등 지금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료도 만나볼 수 있었다.

플로피디스크와 게임 패키지 등 단종된 한국 게임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다.

출시되지 못한 게임도 기록으로 남다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끝내 세상에 나오지 못한 게임을 소개하는 코너였다.

당시 게임 잡지에 소개됐지만 정식 출시되지 못한 '핑핑참깨'와 광고까지 공개됐지만 발매가 무산된 슈팅게임 자료가 전시돼 있었다. 1993년 개발이 진행됐던 대전격투게임 '승천대하'도 소개됐다. 당시 게임 잡지에서는 높은 완성도를 기대했지만 기술적 한계 등으로 개발이 중단돼 정식 출시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에는 완성된 게임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잡지 기사와 광고, 개발 자료, 이용자의 기억이 복원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 있었다. 출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당시 국내 개발사들이 어떤 시도와 기술을 선보였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1990년대 게임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방문객이라도 당시 미발매 게임을 통해 국내 게임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을 시도했는지, 어떤 장르와 아이디어가 등장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정식 출시되지 못한 미발매 게임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다.

직접 플레이해본 미발매 게임

자료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복원된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미발매 게임 '그날이 오면' 복원 버전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지금의 게임과 비교하면 그래픽과 조작은 단순했지만 당시 게임의 분위기와 플레이 방식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미발매작이라는 특성상 일반 이용자가 평소 접하기 어려운 게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전시가 가진 가장 큰 차별점이었다. 게임 자체에 관심이 많거나 복원된 미발매 게임을 경험해보고 싶은 관람객이라면 의미 있게 둘러볼 만한 공간이었다.

디지털 액자를 통해 옛 게임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고, 게임 음악 악보도 함께 전시돼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관람객이 복원된 미발매 게임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
디지털 액자를 통해 옛 게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기는 공간

현장에서는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전시를 찾은 가족 방문객도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복원된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는 어린 시절 즐겼던 게임을 다시 접하는 모습이었고, 자녀는 이전 세대의 게임을 처음 경험하는 모습이었다. 같은 콘텐츠를 함께 즐기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에서, 이번 전시가 특정 세대에 한정되지 않고 세대를 잇는 콘텐츠로도 기능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족 방문객이 복원된 게임을 함께 체험하고 있다.

게임도 도서관이 보존하는 기록유산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책과 문헌뿐 아니라 게임도 중요한 기록유산으로 수집·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서관은 게임 패키지와 잡지, 광고, 게임 음악, 미출시 게임 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디지털 복원 작업을 거쳐 다시 공개하고 있었다.

게임을 기록유산으로 보존하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역할을 소개한 전시 패널. 

특히 이번 전시는 오래된 게임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 종료와 기술 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게임이 어떤 과정을 거쳐 기록으로 남고 다시 이용자에게 공개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완성된 게임뿐 아니라 끝내 출시되지 못한 미발매 게임까지 함께 보존 대상으로 다룬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1990년대 게임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라면 당시 국내 게임 산업의 흐름과 기술적 시도를 살펴볼 수 있고, 게임을 즐겼던 세대라면 추억 속 작품과 자료를 다시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복원된 미발매 게임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콘텐츠인 만큼, 게임 역사와 아카이브에 관심 있는 관람객이라면 방문해볼 만한 공간이다.

다만 전시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었다. 단종 게임과 관련 자료가 소개됐지만, 다양한 작품을 기대했던 관람객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복원된 게임과 단종 게임 자료가 더 폭넓게 전시됐다면, 한국 게임의 흐름을 살펴보고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한층 더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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