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는 배달 거리, 배민은 이동·장보기까지 서비스 확장
할인 경쟁 넘어 이용자 시간·소비 묶어두는 플랫폼 경쟁으로
국내 배달앱 시장의 경쟁 범위가 음식 주문을 넘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쿠팡이츠는 배달 가능 거리를 확대하는 장거리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고, 배달의민족은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의 결합을 앞두고 장보기와 이동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5월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18조15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단순 연환산하면 올해 거래액은 약 43조582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019년 9조7353억원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빠르게 증가해 지난해 41조5889억원까지 커졌다. 다만 성장률은 지난해 11.8%에서 올해 약 4.8%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료배달과 소액 주문 서비스가 확산하고 커피, 디저트, 회, 냉면 등 배달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시장 자체는 성장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대하긴 어려워졌다.
이에 배달 플랫폼들은 신규 이용자를 끌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확보한 이용자의 주문 범위와 소비 시간을 넓히는 쪽으로 경쟁 전략을 바꾸고 있다.
쿠팡이츠, 더 멀리 간다
쿠팡이츠는 이달 24일부터 일부 지역에서 ‘옆동네 인기 맛집’ 서비스를 도입한다. 현재 주문자 위치 기준 약 4km 안팎으로 추정되는 배달 가능 범위를 넓혀 기존에는 주문하기 어려웠던 다른 행정구역이나 먼 거리의 음식점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배달 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달라진다. 장거리 주문에는 별도의 추가 배달비가 붙고 라이더에게도 이동거리에 비례한 추가 수수료가 지급될 예정이다. 쿠팡이츠는 주문 단계에서 최종 결제 금액과 추가 배달비를 안내할 방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문할 수 있는 음식점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거리 때문에 포기했던 유명 맛집이나 특정 메뉴를 먹어볼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쿠팡이츠로서는 이용자의 선택지를 넓혀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탈을 막고 라이더에게는 장거리 운행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 배달 수행률을 높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서비스가 단순 맛집 선택권 확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장거리 주문을 운영하면 거리별 소비자 지불 의사와 라이더 수용도, 배달 시간, 주문 취소율, 운영 효율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데이터는 향후 음식이 아닌 소화물 배송이나 퀵서비스로 사업을 넓힐 때 활용 가능하다. 쿠팡이츠가 음식배달을 통해 장거리 배송 체계를 시험하고 장기적으로는 쿠팡의 물류 사업과 연결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배민은 이동·장보기까지 연결
배민은 쿠팡이츠와 다른 방향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가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향후 배민에 우버의 차량 호출과 AI 기술, 멤버십 운영 경험 등이 결합될 수 있어서다.
우버와 딜리버리히어로의 거래는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를 거쳐 2027년 하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인수 완료 전까지 양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국내 투자 규모나 배민과 우버 서비스의 구체적인 연계 방식도 아직 공개된 바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우버가 글로벌 시장에서 운영해온 서비스 간 교차 이용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우버에 따르면 차량 호출과 음식배달을 함께 이용하는 고객은 한 가지 서비스만 이용하는 고객보다 거래액과 이익 기여도가 약 3배 높다.
택시를 이용한 고객에게 음식배달을 추천하고 음식배달 고객을 차량 호출이나 다른 서비스로 연결할수록 플랫폼 전체의 이용 빈도와 수익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배민 역시 음식배달 외 사업을 이미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B마트 주문 수와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고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을 연결하는 장보기·쇼핑 서비스 매출도 같은 기간 84% 늘었다.
여기에 우버의 검색·추천 기술이 더해질 경우 이용자의 주문 이력과 소비 패턴을 바탕으로 음식배달 고객에게 장보기나 B마트 상품을 추천하는 전략이 한층 정교해질 수 있다. 배달 주문을 마친 이용자가 다른 앱으로 이동하지 않고 같은 플랫폼 안에서 장보기와 이동까지 해결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배달앱 경쟁, ‘몇 명 쓰나’에서 ‘얼마나 오래 쓰나’로
현재 이용자 수에서는 배민이 앞서지만 성장 속도는 쿠팡이츠가 더 빠르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배민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2433만명으로 쿠팡이츠(1371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올해 상반기 이용자 증가율은 쿠팡이츠가 5.7%로 배민(4.6%)보다 높았다.
쿠팡이츠는 쿠팡 와우 멤버십과 무료배달을 앞세워 쇼핑 이용자를 음식배달 고객으로 끌어들이며 성장했다. 배민은 향후 우버의 자금력과 모빌리티 생태계를 활용해쿠팡식 플랫폼 확장 전략에 맞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히 어느 앱의 이용자가 더 많은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 명의 이용자가 음식배달뿐 아니라 장보기와 쇼핑, 이동, 물류 서비스까지 얼마나 자주 이용하도록 만드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다만 플랫폼 간 서비스 결합이 소비자 편익만 키우는 것은 아니다. 우버와 배민이 이동·주문 데이터를 결합하거나 통합 멤버십을 내놓을 경우 이용자에게 더 편리한 추천과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지만 특정 플랫폼에 이용자가 과도하게 묶이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우버와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데이터 결합과 통합 멤버십, 계열 서비스 우대 가능성 등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우버의 기술과 자금력이 실제 배민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국내 사업에 얼마나 투입될지도 아직 남은 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