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보다 '편의점 불빛'…1인가구가 꼽은 '진짜 안전한 동네'는? [데일리팝 리서치]
CCTV보다 '편의점 불빛'…1인가구가 꼽은 '진짜 안전한 동네'는? [데일리팝 리서치]
  • 김다솜
  • 승인 2026.08.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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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집 앞 편의점의 불빛 하나가 골목 어귀 CCTV보다 든든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1인가구에게 '안전한 동네'는 방범 카메라 개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조금 더 복잡한 감각이다. 방범 시설 못지않게 늦게까지 불이 켜진 상점, 고장 난 형광등을 고쳐줄 사람의 존재가 안전과 불안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데일리팝이 혼삶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지난 7월 7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 '안전한 동네'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55명이 응답한 이번 조사는 1인가구가 실제 생활에서 무엇을 안전으로, 무엇을 불안으로 느끼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 안전의 첫 번째 조건은 '치안'

안전한 동네의 조건을 하나만 고르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9.1%는 범죄·치안 안전을 선택했다. 스토킹과 주거침입, 취객 소란 등 타인으로부터의 위협이 없는 동네를 최우선으로 꼽은 것이다.

2위인 생활·의료 안전은 14.5%에 그쳐 격차가 컸다. 보행·교통 안전과 환경·위생 안전은 각각 5.5%, 재난·주거 안전은 3.6%, 정서·사회적 안전은 1.8%였다.

ⓒ혼삶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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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 안전 요소의 중요도를 5점 만점으로 평가한 문항에서도 야간·치안은 평균 4.82점으로 가장 높았다. 응답자의 96.4%가 4점 이상을 줬다.

두 가지 동네 중 하나만 고르라는 문항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치안과 방범 시설은 완벽하지만 유동인구가 적어 밤이면 삭막한 동네와, 늦게까지 상점과 사람이 많지만 취객 소란과 생활소음을 감수해야 하는 동네를 제시하자 응답자의 78.2%가 전자를 선택했다.

북적이는 동네의 편리함보다는 일단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가장 불안한 곳은 '집으로 가는 길'

동네에서 가장 불안함을 느끼는 순간을 묻자 응답자의 70.9%가 '집 주변에 낯선 사람이나 취객이 서성거리며 쳐다볼 때'를 꼽았다.

'늦은 밤 어둡거나 외진 골목길을 걸어갈 때'도 67.3%로 비슷하게 높았다. 좁은 인도와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차도로 걸어야 할 때는 20.0%, 늦은 밤 갑자기 아픈데 문을 연 병원이나 약국이 없을 때는 18.2%였다.

집을 구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요소도 건물 내부보다는 귀갓길에 쏠렸다. 응답자의 54.5%가 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길의 CCTV와 가로등, 골목 분위기부터 확인한다고 답했다.

공동현관 도어락과 엘리베이터 CCTV 등 건물 자체의 보안시설을 먼저 본다는 응답은 21.8%, 집 반경 500m 안의 병원·약국·24시간 편의점 유무를 본다는 응답은 10.9%였다.

■ 치안 못지않게 위생·환경도 중요

안전의 첫 번째 조건으로는 치안이 압도적이었지만, 항목별 중요도를 물었을 땐 결과가 더 다채로워졌다. 야간·치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위생·환경(4.27점)이었다. 재난·주거 안전은 4.15점, 보행환경은 4.11점, 의료·돌봄은 4.04점, 정서적 안심감은 3.73점으로 나타났다.

현재 거주지의 주거 만족도를 낮추는 불안 요소를 묻는 질문에서는 답변이 더 고르게 갈렸다. 스토킹·주거침입·취객 소란 등 범죄 위험이 25.5%로 가장 높았지만, 노후건물로 인한 화재·침수·위생·해충 문제도 21.8%를 차지했다.

또 불법 주정차와 방치된 킥보드 등 보행 위험은 18.2%, 마트·병원·약국 등 필수 인프라 부족은 16.4%였다.

■ 거주형태별로 갈리는 안전 체감도

현재 살고 있는 동네가 혼자 살기에 안전하다고 느끼는 정도를 5점 만점으로 물은 결과 평균은 3.93점이었다. 4점 이상을 준 응답자가 78.2%에 달해 전반적으로는 '완벽하진 않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는 인식이 우세했다.

다만 거주형태별 격차는 뚜렷했다. 아파트 거주자의 평균 안전 체감도는 4.17점으로 가장 높았고, 원룸·오피스텔은 4.00점, 다세대·연립주택은 3.38점으로 평균을 밑돌았다.

아파트 거주자의 94.4%가 4점 이상을 준 반면, 다세대·연립주택 거주자는 46.2%만 4점 이상을 택했다. 상대적으로 노후 건물이 많고 공동현관 보안이 느슨한 주거 형태일수록 안전 체감도가 낮게 나타난 셈이다.

■ 원하는 건 방범보다 '생활 지원'

1인가구가 바라는 안전 정책을 묻는 문항에서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집수리·생활 방역·무거운 짐 옮기기 등을 돕는 생활 보안관 서비스가 43.6%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야간 안심귀가 동행과 방범창 설치 지원은 30.9%로 2위, 갑자기 아플 때 병원 동행과 약 배달을 지원하는 의료 돌봄 서비스는 12.7%, 재난 발생 시 1인가구 안부를 확인하고 대피를 안내하는 서비스는 7.3%였다.

안전한 동네의 첫 조건으로는 치안을 꼽았지만, 정작 필요한 도움을 묻자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가 1위에 오른 것이다.

응답자들이 언급한 야간 동행형 서비스는 서울시가 2013년부터 운영해 온 안심귀가 스카우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대면 동행 서비스는 최근 오히려 축소되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는 올해부터 해당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예산 방식도 지난해부터 자치구 전액 부담에서 시비와 구비를 함께 투입하는 공모 방식으로 바뀌면서 지난해에는 13개 자치구, 올해는 용산·성동·동대문·중랑·성북·강서·동작·서초·송파·강동 등 10개 자치구만 해당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CCTV 관제 등 비대면 시스템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사이, 정작 설문 응답자들이 원한 사람이 직접 돕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는 현장에서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혼삶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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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골목도 다르게 보이는 순간들

같은 골목, 같은 사람도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느냐에 따라 안전망이 되기도, 불안 요소가 되기도 했다. 응답자들은 늦은 밤에도 편의점과 상점의 불이 켜져 있고 가로등이 밝은 골목에서 안심을 느낀다고 답했다.

반대로 골목이 어둡고 인적이 끊기거나 불법 주정차 차량이 시야를 가리는 곳에서는 발걸음이 빨라진다고 했다.

산책하는 주민이나 가족 단위 유동인구가 있는 동네에서는 마음이 놓인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취객이나 낯선 사람이 집 근처에 오래 머물 때는 사람이 많아도 불안감이 든다는 답변도 있었다.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거주 응답자는 "역 주변에 CCTV도 없고 취객이나 이상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데 보호가 안 된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공동현관이 제대로 잠기고 외부인 출입이 관리되는 건물, 노후 건물의 화재·침수 위험 여부도 안심과 불안을 가르는 요소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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