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삶 체험기] 폭염에 걷는 길도 골라간다…그늘 찾아주는 '그늘로' 앱 직접 써보니
[혼삶 체험기] 폭염에 걷는 길도 골라간다…그늘 찾아주는 '그늘로' 앱 직접 써보니
  • 윤지원
  • 승인 2026.08.18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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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 경로 대신 그늘 많은 길 안내…건물·가로수 그림자까지 계산
폭염에 이용자 급증…iOS·토스 합쳐 약 8만명 사용

한낮 강한 햇빛을 피해 걸을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지도 앱이 등장했다. 바로 그늘길을 찾아주는 '그늘로: 뚜벅이의 여름길'이다. 이 지도 앱은 건물과 가로수의 그림자를 계산해 햇빛에 덜 노출되는 경로를 찾아준다.

시간대와 위치에 따른 태양의 위치를 계산해 주변 건물과 가로수의 그림자를 반영한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일반 지도 앱처럼 이동 경로를 보여주되, 최단 경로와 그늘이 많은 경로를 함께 제시하면서 그늘 경로를 우선적으로 안내한다.

이동 중에는 현재 걷고 있는 구간이 그늘인지 햇빛인지 확인할 수 있으며, 남은 그늘 구간과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도 확인할 수 있다. 도보뿐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 이동에도 활용할 수 있다.

버스에서는 진행 방향과 태양 위치를 계산해 햇빛을 덜 받는 좌석 방향을 안내하고, 지상 구간이 있는 지하철에서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방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약냉방칸이나 환승 위치 등 이동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한다.

이 같은 기능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여름철 야외 이동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직접 사용해보니…햇빛 피하니 체감 더위도 달라

실제로 그늘로 앱을 통해 길찾기를 해봤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한 뒤 앱이 안내한 그늘 경로를 따라 걸었다.

‘그늘로’ 앱의 길찾기 화면.

이후 같은 출발지와 목적지를 두고 다른 경로로도 이동해 비교했다. 그늘로가 안내한 길에는 건물이나 가로수 아래 그늘이 이어지는 구간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간은 적었다.

앱을 따라 걸으면서 현재 걷고 있는 구간이 그늘인지 햇빛인지 확인할 수 있었고, 남은 그늘 구간과 남은 햇빛 구간도 각각 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목적지까지의 거리와 소요 시간만 보여주는 일반 지도와는 다른 점이었다.

그늘이 많은 길은 최단 경로보다 이동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고 싶을 때 활용하면 유용하다.

‘그늘로’가 안내한 그늘 경로에서 이어지는 그늘 구간.
‘그늘로’가 안내한 경로와 다른 길로 이동하자 그늘이 거의 없는 구간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그늘로'는 실제로 어떤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늘이 많은 길을 찾아내는 걸까. 서비스가 만들어진 과정과 작동 원리를 개발자에게 직접 물어봤다. 

"평소 걷던 하굣길도 너무 더워서"…'그늘로' 직접 개발

그늘로를 개발한 사람은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 23학번 유민준 씨다. 앱을 만든 계기는 직접 겪은 불편함이었다.

유 씨는 "복학을 앞두고 학교를 오가는 중에 항상 걷던 하굣길을 걷는 게 너무 힘들 정도로 더워져서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접하면서 여름철 야외 이동에 대한 문제의식도 가지고 있었다.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할 때 햇빛을 피할 방법을 고민하다 직접 서비스를 만들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많은 이용자를 목표로 만든 서비스는 아니었다. 유 씨는 본인이 직접 사용하기 위해 개발했지만 폭염이 이어지면서 이용자가 빠르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태양 위치·건물·가로수 데이터로 '그늘길' 계산

그늘로는 태양의 위치와 주변 공간 데이터를 결합해 경로를 계산한다.

유 씨는 "태양의 위치는 시각과 위치, 위도, 경도를 활용해서 계산한다"며 "건물과 가로수 그림자는 공공데이터로 공개돼 있는 건물, 가로수 데이터를 받아와서 각 건물과 가로수에 태양 빛을 투영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계산한 그림자 정보는 일반적인 경로 탐색 알고리즘에 적용한다. 그늘이 많은 구간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사용자가 설정한 조건에 따라 경사도나 혼잡도가 낮은 구간 등을 함께 고려해 적합한 경로를 찾는 방식이다.

유 씨는 "사용자 설정에 따라 경사도가 낮거나 혼잡도가 낮은 구간에 가중치를 더 높게 줘서 가장 적합한 길로 최대한 안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과정에서는 공개 데이터를 실제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활용하면서도 이용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폭염에 이용자 급증…약 8만명 사용

서비스 이용자도 폭염과 함께 빠르게 늘었다.

유 씨에 따르면 장마철에는 이용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용자가 한꺼번에 늘었다. 현재까지 iOS에서 약 6만5000명, 토스에서 약 1만5000명이 이용해 총 8만명가량이 그늘로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 씨는 "이번 폭염이 좀 심했다 보니까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며 "장마철에는 그렇게 많이 늘지 않다가 폭염 때 한순간에 늘어났다"고 말했다.

최신 건물·가로수 데이터 확보는 과제

지도 데이터만으로 실제 현장의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건물이 새로 들어서거나 철거되는 등 데이터가 실제 현장과 다를 수 있고, 가로수의 크기나 주변 구조물에 따라 실제 그림자의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

유 씨는 "제가 모든 지역을 직접 검증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용자분들이 피드백을 보내주시면 최대한 빠르게 반영해서 패치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왔다"고 말했다.

가로수와 차양 데이터가 여러 공공데이터에 분산돼 있다는 점도 한계다. 지자체마다 데이터의 상업적 이용 허용 기준도 달라 관련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관련 기관과의 협의와 소통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서비스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그늘 넘어 ‘내게 맞는 길’ 찾는다

그늘로는 처음 개발자의 개인적인 불편함에서 출발했지만,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기능도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한 이용자가 SNS를 통해 겨울에는 햇빛이 드는 길을 찾아주는 '볕으로' 기능을 제안하면서 현재는 '볕으로-균형-그늘로' 세 가지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유 씨는 "겨울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태닝이나 다른 이유로 햇빛이 드는 길을 선호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반대로 겨울에도 햇빛 알러지나 다른 건강상의 이유로 햇빛을 피해야 하는 분들이 계셨다"고 말했다.

햇빛의 양뿐 아니라 혼잡도와 경사도, 계단 여부 등도 사용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설정할 수 있다. 하나의 경로를 일방적으로 추천하기보다 이용자가 자신의 조건에 맞는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유 씨는 "이러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기능을 더욱 발전시켜, 남녀노소 각자의 상황과 조건에 최적화된 이동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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